jooksing 2010.03.09 10:47
허참. 순수이성비판을 하루 50쪽을 읽을 생각을 했다니... 입시생 고시생처럼 하루 종일 그것만 붙들고 늘어져도 10쪽 읽기 힘들텐데. 판단력비판, 삼국유사, 더로드, 세계의끝 여자친구... 이렇게 4권 사서, 판단력비판과 더로드랑 같이 읽기 시작해서, 더로드 삼국유사 세계의끝을 다 읽고도 일주일이 더 지났는데, 그동안 판단력비판은 지금 서론(앞에 해제 건너뛰고 순전 번역만으로, 책 40쪽과 노트필기 40쪽 정도)도 못넘겼음. 무신.. 50쪽. 허참. 철학서를 하루 50쪽 읽으면, 정말로 이해되는 거 전혀 없을 텐데.

세계의 끝, 여자친구... 읽는 동안에는 재밌네, 가독성 좋고, 그랬는데 다 읽고나니까 생각나는게 하나도 없음. 본래 이름 제목하고 외우는 걸 못해서인지, 아니면 내용들이 하나같이 유사해서인지, 이 제목이 저 내용같고 저 내용이 요 제목같고 마구마구 헷갈리더니... 결국에는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는게 없어졌음. 안 읽은 거 같음. 몇 년 전에 읽었던, 사라진 아버지가 기린이 되어서 지하철역에 주억주억 걸어온다거나 냉장고 속에 중국인구를 전부 우겨넣는다거나 하는 이미지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세상의끝은 책을 탁 덮는 순간 남겨지는 게 없었음. 아마도 서사성이 약해서 그런 것 같음. (이야기성이야말로, 진정 문학이라고 나는 생각함. 칸트식으로 말하면, 서사성이야말로 진정한 '개념'임. 이야기성, 곧 개념이 약할수록 재빨리 잊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