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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Enemy

2013 캐나다,스페인 청소년 관람불가

스릴러, 미스터리 상영시간 : 90분

개봉일 : 2014-05-29 누적관객 : 7,967명

감독 : 드니 빌뇌브

출연 : 제이크 질렌할 멜라니 로랑 more

  • 씨네216.00
  • 네티즌6.43
안정적인 직업, 매력적인 여자친구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아담은 우연히 영화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배우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그를 찾아 나선다. 이후 각자의 삶을 몰래 염탐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여자에게 끌리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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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6)


전문가 별점 (7명참여)

  • 5
    박평식베리만 감독의 거미가 탐났구먼
  • 6
    이용철욕망하다 소유까지 넘본 인간의 희극
  • 6
    송경원원하고 원망하죠
  • 6
    이후경카프카의 흔적이 거미줄처럼
  • 6
    김혜리카프카를 읽고 크로넨버그 영화를 본 날, 꿀 법한 백일몽
  • 6
    유지나내안의 타자? 도플갱어? 팽팽하던 고무줄 갈수록 쳐진다.
  • 7
    송형국통제된 도시의 거미줄에 포획된 너 자신을 알라
제작 노트
[ABOUT MOVIE 1]
그 날 이후, 그의 여자까지 갖고 싶어졌다
끌릴수록 위험한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운명!
치밀하고 압도적인 스토리텔링의 진수!
인간의 욕망과 불안정한 내면이 만들어 낸 도플갱어

누구나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일란성 쌍둥이라면?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한번쯤 그 사람과 바꾸어 살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보곤 한다. 과연 주위 사람들은 ‘나’를 알아볼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훔치는 스릴은 어떨지 같은 순수한 호기심이다. 그래서 등장한 존재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거나 현재 자신과 반대의 성격을 갈망한 나머지, 스스로 자신의 환영을 만들어내 보게 된다는 도플갱어이다.

<에너미>는 한 남자가 몸에 난 흉터까지 자신과 똑 닮은 누군가를 만나면서 일상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정장을 입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아담이 어두컴컴한 동굴 같은 집에 살고 있다면, 앤서니는 그보다는 작지만 현대적이고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아파트에 살고, 가죽 자켓과 오토바이를 즐긴다. 그러나 “넌 나의 하나뿐인 아들이고, 난 너의 하나뿐인 엄마야”라는 말에도, 아담은 계속 앤서니를 염탐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역할을 바꾸자는 위험한 제안까지도 수락한다. 두 사람은 누가 아담이고 앤서니인지 점점 모호해진다. 그러던 중 관객들은 다시 의문을 갖게 된다. ‘정말 아담과 앤서니는 다른 사람인가?’ “그 삼류배우 판타지에서 깨어나야 해”라는 아담 엄마의 말에서 앤서니는 아담이 꿈꾸던 삶의 환영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로써 아담이 완성한 앤소니라는 가상의 메트로폴리스는 누구나 꿈꿔 봤을 법한 자유로운 판타지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에너미>가 기존의 ‘도플갱어’ 컨텐츠보다 다른 차원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처음으로 질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심도 깊게 파고들었으며, 그 한 가운데에는 잠재된 성적 욕망이 있다고 봤다.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철저히 쾌락원칙을 추구하는 또 다른 자아가 자신을 억누르려 한다는 것이다. 앤서니는 아담에게 묻는다 “왜 날 찾아냈지?” 이 물음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메아리와 같다. 감독이 “아담이 원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아도취적인 자아는 파괴해야만 했다” 라고 했듯이 제목을 원작 을 사용하지 않고, , 적(敵)으로 바꾼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끌릴수록 위험한 두 남자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담아낸 <에너미>는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다.


[ABOUT MOVIE 2]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감독이 숨겨둔 퍼즐을 맞추는 탁월한 재미!
전작을 뛰어 넘는 파격적인 결말!

독특한 시각적 연출과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의 호흡은 다소 느리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전작 <그을린 사랑>에서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오빠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쌍둥이 남매의 여정의 끝을, <프리즈너스>에서 딸을 잃어버린 아빠가 범인을 쫓으면서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허를 찌르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것처럼, 심장을 쥐락펴락하며 긴장을 쌓아가다가 마지막 한방으로 관객들을 넉 다운 시키는 드니 빌뇌브 특유의 화법은 백미라 할 수 있다. <에너미>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로 두 작품의 연장선에 있다 할 수 있지만, 철학적 깊이와 치밀한 연출은 한발 더 나아갔다. 무엇보다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듯 곳곳에 뿌려놓은 단서와 상황들을 발견하고 재구성하는 재미가 탁월하다.

먼저 아담이 열쇠로 문을 여는 오프닝과 다시 열쇠를 찾아 품에 넣는 엔딩은 그가 가상 세계를 오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앤서니가 과도하게 블루베리를 찾거나 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장면을 보면 그에게 정신쇠약 혹은 병적인 증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거미는 음울한 도시의 분위기와 아담의 잠재의식을 대변한다. 결정적으로 초반 앤서니에게 아담이 전화를 걸어오자 아내 헬렌이 전의 여자냐고 묻는 장면에서 앤서니에게 바람 전력이 있고, 그 여자가 메리일 수도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다. 동시에 아담과 앤서니가 동일인물이며 헬렌과 메리는 이중성을 지닌 이 남자를 품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다.

결국, 도플갱어가 만나면 죽음으로 끝난다는 정설처럼 앤서니는 아담의 여자친구 메리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렇게 아담의 이중생활도 끝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끝났다고 여겼을 때, 감독은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한방을 날린다. 이 올해 최고의 문제적 결말은 “현존하는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엔딩”(Film.com)이란 평을 받았다. 한편,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별안간 흘러나오는 경쾌한 [After the Lights Go Out]이란 노래에서는 감독의 재치 있는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에 대한 판타지 우화를 막 읽고 덮은 것처럼 말이다.

끝난 후에도 여전히 잔상처럼 새겨지는 <에너미>는 보면 볼수록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끝날 때까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반전을 거듭하여 진정한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장르팬들로부터 뜨거운 논쟁과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ABOUT MOVIE 3]
히치콕을 연상케 하는 공감각적 서스펜스,
긴장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사운드트랙!

퍼즐 같은 <에너미>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시켜 주는 건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을 빛나게 해준 사운드트랙이다. 서서히 긴장감을 올려주는 숨막히는 음악은 캐릭터의 감정 상태까지 반영되어 대사, 동선, 배경과 어우러져 영화의 흡입력을 높이고 한 순간도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만든다. 기존 스릴러가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음악의 힘에 의존했다면 <에너미>는 음악도 하나의 주연 배우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는 단편적인 감정이 아닌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이끌어내 작품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긴 여운을 남겨준다. 세계적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활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날카로운 현의 소리는 공감각적인 긴장감까지 경험할 수 있게 하며,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 <에너미>만의 매력이다.

이렇듯 <에너미>의 사운드트랙을 돋보이게 만든 건 음악감독 대니 벤시와 손더 줄리안스의 공이 크다. 대니 벤시와 손더 줄리안스는 헐리우드와 유럽 영화를 오가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작품을 맡아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사용하여 보다 깊이 있고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냈고 영화를 본 관객은 스크린을 넘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 된 사운드트랙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두 음악 감독은 두려움 사이에 있는 침묵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통제와 호기심을 키워드로 삼았다. 그들은 오늘날의 많은 스릴러 장르를 연상시키는 클리셰 같은 진부한 스타일을 넘어서 진정한 서스펜스와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음악을 작곡했다.

적재적소의 음악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키는 <에너미>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사운드로 관객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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