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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Cezanne et moi Cezanne and I

2015 프랑스 15세이상관람가

드라마 상영시간 : 114분

개봉일 : 2016-12-15 누적관객 : 19,426명

감독 : 다니엘르 톰슨

출연 : 기욤 까네 기욤 갈리엔 more

  • 씨네215.67
  • 네티즌7.50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만난 두 소년,
화가를 꿈꾸는 폴과 글을 쓰는 에밀은
어린 시절부터 희망, 좌절, 꿈과 사랑까지 모든 것을 공유한다.
서로를 동경하고 무척 아끼면서도, 냉혹한 평가 또한 서슴지 않으며 함께 성장하는 두 사람은
청년이 된 후, 파리에서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화가와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테레즈 라캥], [목로주점] 등을 출간하며 명성을 쌓는 에밀과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폴.
한때는 모든 것을 함께했지만, 엇갈리는 운명을 맞이하고
에밀이 비참한 화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자 폴은 에밀을 찾아가는데...
40년에 걸친 두 예술가의 위대한 우정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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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12)


전문가 별점 (3명참여)

  • 6
    박평식전우애를 나눴군
  • 7
    유지나빗나가며 공명하는 우정과 예술, 그 격정적 연대기
  • 4
    이용철세잔이 위대한 이유는 이게 아니잖아
제작 노트
About Movie

빛을 그린 화가, 폴 세잔 & 진실을 쓴 작가, 에밀 졸라 위대한 두 예술가를 탄생시킨 특별한 우정의 이야기

사과 한 알로 회화 역사에 혁명을 일으켰던 위대한 화가, 폴 세잔. 그를 두고 파블로 피카소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 했고, 폴 고갱은 ‘세잔의 그림은 내가 가진 소중한 보물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그의 그림 수백 점은 전세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폴 세잔은 살아생전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 평생을 그림에 헌신했지만 당대 함께 활동하던 마네나 모네 등과는 달리 말년까지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를 곁에서 지키며 예술가의 길로 인도한 친구가 있었으니,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된 [테레즈 라캥]부터 [목로주점], [나나] 등을 썼으며 ‘드레퓌스 사건’으로도 유명한 ‘행동하는 지성’이라 불린 작가 에밀 졸라였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며 남다른 우정을 쌓은 폴 세잔과 에밀 졸라.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으로, 때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사랑하는 여자보다 더 깊은 정을 나누는 동반자로, 그리고 서로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적으로 평생을 함께하며 성장해왔다. 말년에 이르러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지만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이고 강렬했던 그들의 우정은 두 예술가를 탄생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명성과는 달리 완벽하게 숨겨져 있었던 두 사람의 우정을 영화화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위대한 예술가들을 탄생시킨 그 특별한 비밀을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About Movie

<라붐> <여왕 마고> <유 콜 잇 러브>의 이야기꾼, 다니엘르 톰슨 감독
프랑스 국민 배우들과 의기투합, 16년 만에 빛을 본 인생 프로젝트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의 감독은 소피 마르소를 책받침 여신으로 만들었던 일등공신 <라붐>과 <유콜 잇 러브>부터 방대한 피의 역사를 강렬하게 그려냈던 <여왕 마고>까지,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프랑스 영화들의 각본을 썼던 스토리텔링의 대가 다니엘르 톰슨이다.
성공적인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길을 걷다 뒤늦게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데뷔작 <크리스마스 트리>의 흥행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에 관해 알게 되고 이토록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료 조사를 해나갈수록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두 인물이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고 서로를 사랑하며 평생 함께하려 했지만 작은 갈등들로 결국 관계에 금이 가는 인생의 변화를 이야기로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됐다. 그리고 16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다니엘르 톰슨 감독은 본격적인 영화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가장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캐스팅이었는데, 실제 두 예술가가 그랬던 것처럼 완벽히 다른 외모와 성격을 가지면서도 조화로운 에너지의 균
형을 이루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또한 20대부터 50대까지, 청년의 젊음과 중년의 성숙함 모두가 요구되기도 했다. 감독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것은 프랑스의 국민 배우인 두 명의 ‘기욤’, 기욤 갈리엔과 기욤 까네로, 그들은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하고 이해하며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줬다.


About Movie

19세기 프랑스 파리부터 엑상프로방스의 놀라운 풍광까지
완벽한 프로덕션으로 탄생시킨 아름다운 장면들

실제 인물들의 삶, 그것도 너무나 유명한 두 예술가의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프로덕션 과정도 중요했다. 특히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이 시작된 곳이자 폴 세잔의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었던 고향, 엑상프로방스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폴 세잔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참여했던 살롱전과 낙선전의 풍경, 배경이 되는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한 고증 역시 중요했다. <라 비 앙 로즈>, <이브 생 로랑>, <코코 샤넬> 등을 만든 최고의 제작진이 참여해 완벽한 프로덕션을 탄생시켰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폴 세잔의 아뜰리에와 에밀 졸라의 전원 주택은 세트가 아닌 실제 인물들이 살았던 장소로 그 완벽한 고증을 자랑한다. 다만 10분마다 TGV가 옆을 지나가는 에밀 졸라의 집에서는 소음 때문에 긴 촬영이 불가능해, 정원과 세탁실 등에서는 그대로 촬영하되 영화의 주 무대로써 장시간의 촬영과 배우들의 집중력을 요하는 서재의 경우 따로 세트가 제작되었다. 에밀 졸라의 서재는 당시의 사진을 참고하여 소품 하나하나 고증을 거쳐 제작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화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였다. 전문적인 스탭들이 동원되어 영화 촬영 전 모사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다니엘르 톰슨 감독은 단순히 두 예술가들의 삶을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았기에 그들의 작품이 전면으로 화면에 담기는 것을 의도적으로 제한했다. 그가 보다 정확하게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그들의 작품이 아닌 그들이 주고 받은 말과 글, 그리고 그들의 우정을 탄생시킨 엑상프로방스의 자연이었다. 그래서 극중에서 폴 세잔과 에밀 졸라가 나누는 이야기는 그들이 주고 받았던 서신에서 그대로 인용되었으며, 엑상프로방스의 자연광을 화면 속에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조명에 공을 들였다.


About Movie

팩트 VS 픽션, 폴 세잔과 에밀 졸라는 화해를 했을까?
미완성의 우정을 완성으로 이끈 배려, 감독의 한 수

영화는 화가를 주인공으로 쓴 에밀 졸라의 책 [작품]을 읽은 폴 세잔이 화가 나 에밀 졸라를 찾아오는 대목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에는 폴 세잔이 [작품]을 읽은 뒤, 에밀 졸라를 다시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니엘르 톰슨 감독은 영화의 각본을 쓰며 두 인물의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 영화를 일대기 순서대로 구성하는 대신, [작품]이 출간된 이후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과거의 일들이 플래시백으로 보여지는 구성을 택했다.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팩트를 픽션이라는 영화적 구성 속에 담아낸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을 두고 폴 세잔은 자신을 그려낸 거라고 생각하지만 에밀 졸라는 그 인물 속에 자신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다고 선언한다.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하고 경멸하며 한 줄의 글을 쓰고 한 번의 붓질을 하는 예술가의 정신과 자신을 동화시킨 것이다. 인생의 실패자, 낙오자처럼 비춰지지만 결과와 상관 없이 오직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는 인물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들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본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에밀 졸라가 고향을 찾았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그를 보러 달려갔던 폴 세잔이 쓸쓸한 마음을 안고 다시 길을 터덜터덜 돌아가는 장면은 미완성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우정을 좀 더 섬세하게 담아내고자 했던 감독의 배려가 돋보인다.


Interview with Gallienne

Q. 졸라 역을 제안 받았는데 세잔 역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이다. <이브 생 로랑>의 피에르 베르제 역이 졸라와 비슷하다고 느꼈기때문이다. 반면 시나리오를 읽으며 세잔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의 관계와 부유하게 자란 이의 면모, 분노에 찬 젊은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Q. 다니엘르 톰슨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그는 어떤 것도 복잡하게 여기지 않고 어떤 장애물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눈빛에 지능과 호기심, 젊음, 경험이 가득한데 도덕적이거나 관습적인 면모는 전혀없다. 서로 비슷한 경험이 많고, 성격도 잘 맞았다. 그는 항상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방해가 될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 배우들을 배려해줬다. “방해가 되면 그냥 무시해버려!” 그게 다였다.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법을 안다. 촬영장에서 여러차례 시도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고, 배우로서 아주 반가운 기회였다. 영원히 기억할 고마운 순간들이 많다. 특히 내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 그랬다.

Q. 기욤 까네와의 작업은 어땠나?
까네와 나는 19살 때부터 알았던 사이다. 에베르토 극장에서 함께 공연하면서 가까워졌고, 연기 학교에 같이 다니기도 했다. 우린 이미 서로 신뢰하는 사이였으므로, 두 인물 간의 친밀함이나 애정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다.

Q. 세잔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촬영 8개월 전부터 그림을 배웠다. 세잔이 일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며 그가 붓을 어떻게 들었는지 살펴봤다. 그림을 가르쳐준 화가 제라드 트라캥디가 내게 지나치게 빨리 칠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비워 두고 채우려 하지 말고, 무언가를 그리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본 것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오르세 미술관도 함께 가서 세잔의 그림을 많이 살펴봤다. 컬러리스트인 아내와 함께 색채를 공부했고, 세잔과 졸라의 서신을 포함해 많은 글을 읽기도 했다. 촬영 전 얼마 동안 엑상프로방스에 집을 빌려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작품]은 읽지 않았다. 졸라가 바라본 세잔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다. 대신 톰슨 감독의 시각에서 접근하려 했다.

Q. 세잔에게 감명 받은 부분이 있다면?

세잔은 자기가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해야 옳은지는 모르는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자신의 재능을 느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행할 수 없는 나약함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세잔은 미쳐갔다. 자기 자신을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예술에 확신이 있었다. 그런 고민이 그림에서 모두 느껴진다. 세잔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아주 두터운 붓 터치에서 시작해 마지막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수준이 됐다. 그 부분이 가장 감명 깊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고 절제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작품]의 문장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대사의 마지막 부분부터 눈물을 흘려야 하는데, 인용을 시작하면서부터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Interview with Canet

Q. 이 작품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아주 잘 쓴 각본이었다. 아주 잘 짜여진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전형적인 전기 영화와 달랐다. 이야기가 졸라와 세잔을 넘어선다는 점이 좋았다. 두 사람의 관계와 우정, 다툼에 대해 알게 됐다. 위대한 예술가로서가 아니라 에밀과 폴이라는 사람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 의심과 영혼의 탐구, 그림이든 문학이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인물이 지나는 여정을 표현하는 이 영화의 방식이 정확하고 환상적이라고 생각했다.

Q. 에밀 졸라를 연기한다는 것은 어땠나?

[작품] 외에 그의 글은 잘 알지 못했다. 이 영화를 통해 졸라라는 인물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고, 갑자기 예상치도 못하게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거다. 자신의 열망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여정을 떠나는 사람이다. 첫 인상은 다소 과묵해 보이지만 꾸밈 없고 약간은 거친 면도 있다. 졸라가 친구와 자신의 뜻에 열성을 다하는 모습도 남다르게 여겨졌다. 나는 졸라의 여러 색채와 면모에 공감했고, 그 점이 즐거웠다.

Q. 다니엘르 톰슨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다니엘르 톰슨 감독은 주제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그와 만나자마자 이 영화가 감독에게 얼마나 중요한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작품이고, 심사숙고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쏟아 부었다. 그가 해낸 엄청난 조사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영화와 자신의 주제, 두 인물의 창작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나 자신이 비평가들과 마주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얘기하는 걸 듣는 것은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다.

Q. 졸라와 세잔의 우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두 사람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세잔은 졸라의 단호함과 열정에 많은 영감을 받았고, 졸라 역시 세잔에게 무척 많은 영감을 받아서 [작품]이 탄생했을 때 스스로 말하듯이 세잔의 삶을 훔쳐버린다. 두 사람은 서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둘의 길이 갈라진다. 한 사람은 성공하고 다른 쪽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큰 이유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심오한 무언가로 묶여 있다. 졸라는 두 사람의 우정이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안다. 어린 시절의 우정은 그런 법이다.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생기기 마련이다. 언제나 그걸 느끼지는 못하지만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Q. 기욤 갈리엔과의 작업은 어땠나?

기욤 갈리엔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서로를 다시 알게 된 기분이다. 기욤 갈리엔 특유의 자신에 대한 끝없는 탐구가 인물을 풍성하게 만들고 감동을 줬다. 세잔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고 언제나 아슬아슬해 보이며 쉽게 폭발하기도 하고 즉흥적인데, 기욤 갈리엔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 기욤 갈리엔 특유의 불안정함과 예민함, 나약함이 세잔의 그런 면모를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촬영 중에는 날것의 감정을 보면서 갈리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완성 된 영화를 봤을 때에야 여정을 진행하며 인물의 나약함 속에서 무엇을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갈리엔이 훌륭한 배우라는 건 알았지만 새롭게 다시 깨달았다.

Q.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젊은 시절, 비오는 날 밤 세잔이 갑자기 파리로 졸라를 찾아온다. 그와 서로 부둥켜 안는데 그 장면에서 무척 감동을 받았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예상치도 못하게 감정이 벅차는 걸 느꼈다. 또 마지막에 내가 세잔을 두고 “사산된 재능”이라고 말할 때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에 남아 있다. 또 졸라가 서재에서 갑자기 자신을 놓아 버리는 긴 장면도 그랬다. 완전히 몰입한 상태로, 아주 강력한 감정과 싸웠던 장면이다.


Interview with Director

Q. 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나?

16년 전 세잔과 졸라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는데 후에 사이가 멀어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두 사람의 균열에 대해선 몰랐기에 흥미가 생겼고, 전기를 읽기 시작했다.
졸라의 글도 다시 읽었고, 세잔의 그림도 봤다.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진 과정에는 단순한 일화를 넘어선 극적인 면모가 있었다. 이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작품이 기대보다 흥행이 되지 않자 기회가 생겼다. 세잔과 졸라의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여러 메모를 했다. 그리고 내가 읽고 배운 모든 것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Q. 어떻게 영화를 준비했나?

세잔과 졸라는 아주 오래 전 인물이 아니지 않은가. 풍부한 글과 증언들이 있었다. 에밀 졸라의 증손녀인 마르탱 르블롱-졸라를 만났고, 국립도서관의 전문가를 만나 졸라에 대해 연구했으며, 세잔과 졸라가 쓴 글과 그들에 관한 글에 빠져들었다. 두 사람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졸라가 직접 손으로 쓴 단어를 보는 일은 감동이었다. 미술관에서 그림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봤고, 벽과 책, 인터넷에서 나를 사로잡은 그림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이 모든 사진과 자료를 담은 앨범을 만들었다. 마치 19세기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세잔과 졸라가 내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모험에 나설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내가 상상한 대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결심했다. 내 앨범이 스스로 이야기를 펼쳤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곧 영화를 쓰고 있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Q. 어째서 두 사람의 삶에 매료 되었나?

두 사람의 젊음으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 르누아르를 얘기할 때 우리는 흔히 백발이 된 위대한 노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자라나는 젊은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서로 일상을 나누는 친밀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환상적이었다. 전설이나 상징적 인물이 아니라 우정과 꿈과 불안, 약점, 희망을 품은 평범한 젊은이들이었다.

Q. 영화의 중심 사건은 1888년 메당에서 세잔과 졸라가 마지막으로 만난 일이다. 실제 일어난 일인가?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편지는 1886년에 쓰였지만, 1888년을 영화의 중심점으로 삼기로 했다. 1888년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해였다. 세잔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졸라는 하녀인 잔느를 집에 맞이한다. 이 사건은 중대한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다. 1888년에 두 사람이 만났고 세잔이 마지막으로 졸라를 방문했으리라 상상했다. 그리고 글을 쓰던 와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1887년, 실제로 세잔이 졸라에게 [작품] 다음 소설인 [지구]에 대한 편지를 남겼고, 그 편지는 ‘널 만나러 갈게’ 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갑자기 내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느껴졌다. 이는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난 순간 오간 이야기에 대해 각본가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졸라의 글과 세잔의 편지, 졸라의 답신, 여러 사람의 증언, 볼라르의 회고록, 세잔의 미술상 등을 온갖 자료를 기초로 해 상상을 펼쳤다.

Q. 그들의 이야기에서 가장 감명 받은 부분은 어떤 점이었나?

모든 부분에서 감명을 받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다층적이어서 아주 매력적이었다. 어린 시절 우애를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더는 그럴 수 없는 두 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말하듯이, 우정은 사랑보다 더 어렵다. 10대 시절이 지나고 두 사람은 돈과 여자, 집착, 야망, 예술가 지망생의 어려움을 공유한다. 그게 이야기의 진정한 핵심이다. 한 명만 성공하고 다른 쪽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한 명만 일방적으로 친구를 존경한다면 어떨까? 서로 엇갈리는 운명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가난한 부모의 아들이 부유한 부르주아가 되고 인정을 받고 명성을 얻는다. 부유한 부르주아의 아들은 궁핍한 보헤미안 스타일 삶으로 비주류가 된다. 두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Q. 기욤 갈리엔과 까네와 작업하는 것은 어땠나?

이상적인 배우란 내가 원하는 배우이자 나만큼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만약 배우에게 확신이 없다면 곧바로 제외시킨다. 이번에는 두 배우 모두 곧바로 열정을 드러냈다. 둘 다 연출 경험이 있는데, 배우의 본능을 지녔다. 기욤 갈리엔은 광적인 사람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기욤 까네는 단순하면서도 냉정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다른 커리어를 지닌 배우들이지만, 모두 일에 대한 놀라운 집념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바란 뛰어난 집중력과 열망이 있었다. 일찍부터 촬영장에 나와 역할을 미리 탐구한다. 영화가 완성된 후, 두 배우는 진심으로 서로의 연기에 대해 놀라워했다. 현장에서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깨닫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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