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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컨버스를 신고 굿판을 벌였던 <파묘>의 김고은이 이번엔 컨버스에 웨딩드레스 조합으로 스크린을 찾았다. <대도시의 사랑법>의 재희(김고은)는 색다른 웨딩 패션으로 짐작할 수 있듯 개성을 발휘하는 여자다. 줏대 있게 산다는 이유로 조직 사회에서 품평의 대상, 요주의 인물로 찍히지만 상관없다. 그에겐 20살에 대학 동기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신을 편견 없이 봐준 게이 친구 흥수(노상현)가 있다. 13년의 우정 어린 시간을 거쳐 재희는 생채기투성이인 자신을 비로소 직시하고 홀가분히 삶의 다음 챕터로 뛰어들어간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김고은은 재희의 슬픔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의 무른 이면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세심하게 펼치는 연기로 1991년생 동갑내기 캐릭터의 웅크린 등을 가만히 쓸어주고 싶었다.
- 먼저 합류한 뒤 흥수 역 캐스팅이 난항을 겪으면서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꼭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는.
중급 규모의 작품
[인터뷰] 상처투성이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배우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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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의 불문학도 흥수(노상현)는 비밀이 있는 남자다. 게이라는 걸 숨기고 살다가 별종 취급받는 동기 재희(김고은)에게 들킨 뒤 전전긍긍의 시간을 겪지만 걱정과 달리 그가 한편이 돼주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여전히 엄마 명숙(장혜진)은 남자를 좋아하는 아들의 병이 낫길 바라며 교회를 찾고, 소설가라는 꿈은 요원하지만 흥수는 재희가 허리에 둘러준 동아줄에 힘입어 살기 싫은 세상을 하루 더 살아보자 매일 결심한다. <대도시의 사랑법>엔 노상현의 색다른 얼굴이 담겼다. 어슴푸레한 전등 아래에서도 생에 대한 의지로 늘 맑은 빛을 냈던 <파친코>의 이삭과 달리 흥수는 클럽의 휘황한 조명을 듬뿍 받아도 그늘져 있다. 인물의 근원을 찾아들어가 거기서부터 캐릭터 구축을 시작한다는 노상현은 긴 시간 자신을 벼랑 끝에 세웠던 인간의 어둑한 심연으로 먼저 발을 옮겼다.
- 미디어에서 흔히 표현되는 스트레오타입의 게이로 흥수를 표현하지 않아 신중하게 캐릭터
[인터뷰] 비밀의 그늘 뒤에서, <대도시의 사랑법> 배우 노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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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식탁에 가위를 올려두나요?” 인터뷰 후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세타 나쓰키 감독이 대뜸 질문을 건넸다.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위국일기>가 초청돼 한국을 찾은 세타 나쓰키 감독은 공식 일정을 마친 후 서울에 남아 짧은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었다. 한국 여행이 간만이었던 세타 나쓰키 감독의 눈엔 고깃집이든 전집이든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가위로 숭덩숭덩 자르는 풍경이 무척 생경했나 보다. 장례식에서 만나자마자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식구가 된 <위국일기> 속 이모 마키오(아라가키 유이)와 조카 아사(하야세 이코이) 또한 식탁에 덩그러니 놓인 가위를 처음 본 것처럼 서로를 낯설어한다. 한데 가위는 지레의 원리로 작동해 받침점에 물체를 가까이 둘수록 힘점에 힘을 덜 가하고도 쉽게 물체를 자르는 도구다. 무작정 동거를 택한 마키오와 아사 또한 세상살이에 힘을 덜 들일 수 있도록 서로를 가까이에 둔 채 가윗날처럼 교차하고 또 엇갈리며 어느새 각자의 상
[인터뷰] 청소년은 움직임의 미학을 구현하기 좋은 피사체, <위국일기> 세타 나쓰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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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이사장은 영화계의 거의 모든 필드를 거친 범영화인들의 오랜 선배다. <칠수와 만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으로 시작해, 1996년부터 3년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화제의 기반을 다졌으며, 부산프로모션플랜(현 아시아프로젝트마켓)과 아시아필름마켓(현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을 발족시켰던 장본인이다. 이후 부산영상위원회 초대 운영위원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교수를 역임했다. 지난해 영화제 내홍 이후 정상화를 위해 혁신을 선언한 영화제가 선택한 인물이다.
- 영화제 초창기 부위원장을 맡았던 곳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셈이다. 개막을 앞두고 각오는.
실제 역할은 집행위원장에 가까웠다. 김동호 전 위원장은 스폰서와 정부쪽을 맡은 조직위원장이었고 영화제 운영이나 내부 방향은 내가 맡았다. 때문에 그동안 영화제가 어떻게 변해왔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디테일한 부분을
[인터뷰] 현실에 필요한 영화제를 만들어간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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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와의 인터뷰는 선문답에 가까운 대화였다. 그는 기자에게 “당신은 누구인가?”(Who are you?)라는 철학적 질문을 거꾸로 던지거나 007 시리즈의 첫 작품이 무엇인지 등을 물으며 상대를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데 능숙한 질문자였다. 이처럼 하나를 물어보면 둘을 되묻는 그의 깊이와 넓이, 호전적인 탐구력은 그가 걸어온 배우로서의 궤적을 설명하고 앞으로 걸어갈 향로를 예측하게 한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해성을 연기하며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그의 연기론, 영화론은 6천편의 영화 DVD를 소장하고 있으며, 아마 1만편이 넘는 영화를 봤을 것이고, 20년 넘게 연기를 공부하면서 세계 영화사를 꿰뚫은 그의 노력으로 쌓인 결과였다. 배우로서의 야심 역시 어마어마하다. 그의 시선 끝엔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 버스터 키턴이 있으며 영화 역사상 아무도 하지 못한 미국 시장에서의 유일무이한 동양인 배우가 되고자 한다. 그 목표의 완벽한 첫 단추가
[커버] ‘유태오’는 누구인가 - <카로시> 촬영을 앞둔 유태오에게 묻다.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이루려는 것은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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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전증후군(PMS)으로 인해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는 주기적으로 짜증을 참지 못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몇년 전 시작된 공황장애의 영향으로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의 삶의 반경은 한없이 좁아졌다. ‘쿠리타 과학’에 입사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동료가 된다. 미야케 쇼 감독은 세오 마이코 작가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신작 <새벽의 모든>을 세상에 내놓았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타인과의 연대가 지닌 온기를 세심하게 그린다.
- 원작 소설의 어떤 점 때문에 영화화를 결심했나.
= 후지사와와 야마조에, 두 캐릭터에게 끌렸다. 이들은 병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난 이제 틀렸다.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할 거야’라고 낙담하는 순간도 있지만 맨 마지막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고 생각이 달라지는 과정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
[인터뷰] ‘열중한 사람들의 무방비한 상태가 좋다’,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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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가사도우미 로봇 로즈(루피타 뇽오)가 야생의 섬에 불시착한 후, 가족을 잃은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키트 코너)의 보호자가 된다. 기계와 자연은 영화에서 으레 대립 관계에 있어왔다. 그러나 <릴로 & 스티치> <드래곤 길들이기>를 만든 크리스 샌더스 감독의 신작 <와일드 로봇>에서는 또다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로봇과 동물이 풀숲 우거진 외딴섬에서 가족과 친구가 되어 만난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크리스 샌더스 감독과 로즈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루피타 뇽오에게 원작에서 애니메이션에 이르는 작업 과정과 고민, <와일드 로봇>을 바라보는 시선을 물었다.
- 원작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시작해 지금의 드림웍스 작화로 발전시키기까지 무엇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나.
크리스 샌더스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 대단히 정교한 이야기라 생각했고 내 상상 속에서도 섬세한 이미지가 펼쳐졌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
[인터뷰] 삶이 선사하는 놀라운 우연성을 담아, <와일드 로봇> 크리스 샌더스 감독, 배우 루피타 뇽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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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희 감독이 <대도시의 사랑법>을 완성하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4편의 중단편을 모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출간된 해에 읽고 그중 단편 <재희>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 제작사(고래와유기농)에 직접 제안했다. 원작자인 박상영 작가와 만나고 판권을 계약, 1년간 시나리오에 참여한 뒤 연출하면서 크레딧에 기획·각색·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10월1일에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대학교 불문과 동기인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가 13년간 쌓은 오색찬란한 우정의 시간을 다룬다. 20살에 처음 만나 서로에게 흐르는 유흥 본능과 아웃사이더 기질을 직감적으로 파악한 둘은 함께 살며 도통 떨어지지 않는 편견과 외로움 그리고 숙취가 뒤엉킨 삶을 살아간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이유로 때로는 각자의 약점을 정확히 타격하지만,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일 수 있겠냐”며 진실하게 말해주는 유일한 존재로 서서히 거듭난다. 이언희 감독은 숨죽인 영혼들이 복
[인터뷰] ‘빛나지 않는 순간도 중요하다’, <대도시의 사랑법> 이언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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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오랜 팬과 이번 작품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한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트랜스포머 ONE>을 연출한 조시 쿨리 감독은 기존 세계관으로부터의 독립을 꾀한 본작만의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인간이 없는 사이버트론 행성”이라는 배경 속에서 트랜스포머의 인간적 성정과 금속제의 물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일이었다. 그는 철제 캐릭터들에게서 “가장 인간적인 관계와 감정”을 끌어냄과 동시에 인간의 격투와는 다른 “오직 트랜스포머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액션”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캐릭터들의 변신 장면이 일종의 초능력이자 액션 시퀀스의 일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데뷔작 <토이 스토리4>에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연출로 주목받은 조시 쿨리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사이버트론의 생소한 풍광을 난연하게 세공했다. 금속으로 가
[인터뷰] ‘인간을 만나기 전 트랜스포머들의 세계’, 글로벌 정킷 화상 인터뷰로 만난 <트랜스포머 ONE>, 조시 쿨리 감독, 배우 스칼릿 조핸슨, 크리스 헴스워스, 키건 마이클 키,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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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식탁에 가위를 올려두나요?” 인터뷰 후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세타 나쓰키 감독이 대뜸 질문을 건넸다.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위국일기>가 초청돼 한국을 찾은 세타 나쓰키 감독은 공식 일정을 마친 후 서울에 남아 짧은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었다. 한국 여행이 간만이었던 세타 나쓰키 감독의 눈엔 고깃집이든 전집이든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가위로 숭덩숭덩 자르는 풍경이 무척 생경했나 보다. 장례식에서 만나자마자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식구가 된 <위국일기> 속 이모 마키오(아라가키 유이)와 조카 아사(하야세 이코이) 또한 식탁에 덩그러니 놓인 가위를 처음 본 것처럼 서로를 낯설어한다. 한데 가위는 지레의 원리로 작동해 받침점에 물체를 가까이 둘수록 힘점에 힘을 덜 가하고도 쉽게 물체를 자르는 도구다. 무작정 동거를 택한 마키오와 아사 또한 세상살이에 힘을 덜 들일 수 있도록 서로를 가까이에 둔 채 가윗날처럼 교차하고 또 엇갈리며 어느새 각자의 상
[인터뷰] 청소년은 움직임의 미학을 구현하기 좋은 피사체, ‘위국일기’ 세타 나쓰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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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중공업 입사 4년차 강준희 대리(장성범)는 인사팀으로 부서 이동을 명받자마자 구조조정 업무에 투입된다. 이미 일이 손에 익은 이동우 차장(서석규), 정규훈 팀장(김도영)과 준희는 함께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지만, 이들이 사내에서 ‘해야 할 일’을 대하는 숙련도와 마음가짐은 전부 다르다. <해야 할 일>은 부당해고된 노동자의 쟁의를 다룬 숱한 노동영화와 달리 노동자를 해고하는 또 다른 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또 <해야 할 일>은 수많은 영화에서 조·단역으로 잠시 스쳤던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운다. 늘 역량보다 작은 배역을 연기하며 재능을 펼쳐 보일 계기를 갈구했던 배우 장성범, 서석규, 김도영은 찾아온 절호의 기회 앞에 고대하던 선물을 수령한 듯한 설렘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들이 누린 기회가 단 한번의 요행이 아님을, 세 배우가 분한 배역은 각자의 ‘적역’임을 흔쾌히 동의할 수
[커버] 절호의 기회에 해야 할 일, <해야 할 일> - 장성범, 서석규, 김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