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헌갑 지음/ 웅진닷컴 펴냄/ 7500원
‘바울’이라 불리는 인도의 음유시인 13인의 삶과 노래를 담았다. 인도의 ‘바울’은 요가 수행을 통해 자신을 수양하는 한편, 직접 가사를 쓰고 노래를 지으며 자유와 진실을 노래한다. 엑타라나 둥기 같은 인도의 전통 악기를 들고 언제 어느 곳에서나 신명나게 노래와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은 ‘길 위의 성자’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 ‘노래와 춤과 광기와 구도가 있는 세계, 무엇보다 신이 있는 세계, 인간이면서 동시에 신일 수가 있는 세계’를 바울의 모습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한해의 절반을 인도에서 살며, 최고의 바울로 일컬어지는 13명의 집과 공연장을 오가며 <길 끝나는 곳에서 길을 묻는다>를 썼다. 13명의 바울과 직접 나눈 대화, 바울이 지은 노래말에서 ‘살아 있는 인도’를 만날 수 있다.
책 - <길 끝나는 곳에서 길을 묻는다-인도의 노래하는 성자들>
-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 7500원
‘아주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으로 출발하여 평범한 주인공을 이상한 비극으로 몰아가는 프랑스의 현대소설. 어느 날 남편은 10년간 고이 기른 콧수염을 깎고, 아내의 반응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내는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당신에게는 콧수염이 없었다고 정색을 한다. 부부는 서로를 정신병자라고 의심하고, 남편은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칠 결심을 하고 홍콩행 비행기를 타지만 여전히 악몽은 계속된다. 1986년 몽상과 현실을 교묘하게 교차시키는 <콧수염>으로 데뷔한 엠마뉘엘 카레르는 <겨울 아이> <베링 해협> 등 걸작을 양산했다. 카레르는 작품 속의 인물을 비극 아닌 비극에 빠트려 처참하게 파멸시키는 과정을 통해 허구가 현실을 능가하고, 부조리가 논리와 이성을 압도하는 광경을 보여준다.
책 - <콧수염>
-
<미안해요 베트남>/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발매참 야릇한(?) 제목을 달고 있는 음반이 아닐 수 없다. 앨범명만 본다면 좀처럼 그 내용과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이 특별한 작품집은 그만큼 각별한 의미와 의의, 그리고 음악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앨범은 ‘베트남전 진실위원회’가 진행해온 작업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1월 13개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구성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는 아직도 각기 다른 해석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베트남전의 올바른 재평가와 역사적 청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구성되었다고 한다.지난해 7월 숭실대에서는 베트남과 함께하는 평화문화제 <사이공, 그날의 노래>가 개최됐다. 역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가 열었는데, 그 참담한 전쟁으로 인한 양국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는 이 단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베트남으로부터 날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모든 내용들이 더욱 구체화하고 승화되어 그 결과물인 ‘베트남전 진혼 앨범’ 성격의
기억하라, 검은 역사의 뒤안을!
-
얼마 전 밤에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가게 돼 비디오로 출시된 <판타지아 2000>을 빌려 봤다. 극장에서 두번이나 본 작품이지만 커피 한잔 끓여서 집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보는 <판타지아 2000>은 정말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전체 에피소드가 모두 재미있고 즐겁지만, 그중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거슈인의 <랩소디 인 블루>를 영상화한 에피소드이다. 음악이 좋기도 하지만, 이른바 ‘디즈니 화풍’을 벗어난 그림체와 간결하면서 발랄한 표현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그 영상이 디즈니가 생전에 가장 싫어했던 ‘UPA’의 작품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 이채롭다.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색채나 움직임, 사운드면에서 탁월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한결같은 화려함과 유연함에 곧잘 지겨움을 느낄 때가 많다. 어느 작품을 봐도 늘 ‘디즈니’라는 상표만 보이고 애니메이터나 감독의 개성은 보이지 않는 그들의 애니메이션은 다채롭긴 해도
제럴드 맥보잉 보잉
-
-
■기시로 유키토의 <수중 기사>문제적 SF대작 <총몽>(銃夢)으로 인기가 높은 기시로 유키토의 최근작 <수중기사>(水中騎士·アクアナイト, 서울문화사)가 정식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 작품은 <총몽> 외전의 연재 직후인 98년부터 <영 점프>의 스페셜 에디션인 <울트라 점프>에 연재된 작품이다. 기시로 유키토는 스스로 인간의 밝고 어두운 양측면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해왔다고 하는데, <총몽>이 극단적인 유물론 세계의 어두운 측면을 그렸다면, <수중기사>는 좀더 이상주의적이고 밝은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에노르메 왕국의 여기사인 루리하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시카와 함께 모험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의주를 찾아 기사가 되겠다는 아시카와 그를 도와 갖가지 사건들을 처리하게 되는 루리하…. 범고래의 등을 타고 바다의 끝으로 가 별의 세계로까지 향하게 되는 쾌활한 판타지만화다.
기시로 유키토의 <수중 기사>
-
이상하게도 여성만화가들의 작품에서 여성주인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대작, 그중에서도 판타지적인 경향의 작품쪽으로 가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 어딜 가나 방긋방긋 꽃돌이 미소년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런데 바꾸어 들여다보면, 수많은 남성만화가들이 최강의 여전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묘한 역전이다.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의 세계 반대편에는, 남자 따위는 가소롭다며 단칼에 날려버리는 여전사들이 맹렬한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태초에 데즈카 오사무가 ‘소녀들을 위한 만화가 있으라’ 하여, <리본의 기사>(<사파이어 왕자>)가 나타났다. 천사의 실수로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버린 그녀는, 왕자의 행세를 하며 용감하게 칼을 휘둘러 적들을 물리친다. 그러나 천사가 피리를 불면 금세 여성의 섬세한 감수성이 되살아나, 비리비리 힘이 빠져 꽃 속에 파묻혀 버린다. 남자는 칼, 여자는 꽃이라는 고전적인 남녀관에, 그래도 세상을 휘어잡아보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O.S.T/ 드림비트 발매<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일상의 진부함을 그나마 숨쉴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작은 전복, 사랑을 꿈꾸는 영화다. “일상은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지만 사랑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 박흥식 감독의 말. 은행원과 보습학원 강사의 하마터면 그냥 아무 일 없이 지나갈 뻔한 사랑에 반전을 주는 폐쇄회로 카메라. 폐쇄회로 카메라는 이 영화에서 ‘감시-일상’에서 ‘고백-사랑’의 기능으로 소박하게 전복되면서 내러티브를 이끈다.영화의 음악 역시 ‘일상 속의 작은 전복’을 받쳐주는 감미롭고 평이한 멜로디가 주조를 이룬다. 그 동안 <런 어웨이>를 비롯, <정사> <약속>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용가리> 등 멜로에서 액션에 이르는 여러 장르를 커버하고 있는 조성우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다. 그는 현재 한국의 영화음악을 주도하고 있는 음악가의 한 사람이
영화음악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O.S.T
-
Jave 엔터테인먼트 발매
일본 퓨전재즈의 대표적인 밴드 ‘카시오페아’의 33번째 음반. 79년 데뷔한 카시오페아는 동양적인 감성과 탁월한 연주력으로 그래미상 재즈부문 후보에도 오르는 등 세계무대에서도 손색없는 활약을 펼쳐왔다. 88년 베이시스트 사쿠라이 데쓰오와 드러머 아키라 짐보가 탈퇴하여 한동안 지지부진했지만 `Bitter Sweet`를 들어보면 실력만은 여전하다. 현재 멤버는 기타의 노로 잇세이, 키보드의 무카이야 미노루, 베이스의 나루세 요시히로. `Bitter Sweet`에는 아키라 짐보가 잠깐 합류했다. 나루세 요시히로 가입 이후 록의 색채가 강해졌지만, 이번 음반에서는 전성기 시절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자주 들린다. 초기 카시오페아의 스타일인 `Hard Worker`,`Rouge`,`Acid Rain` 등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음반 - `Bitter Sweet` Casiopea
-
유니버설뮤직 발매
TV드라마나 CF 배경음악으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시크릿 가든의 아름다운 선율을 모은 베스트음반. 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니스트 롤프 로블랜드와 아일랜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피오누알라 쉐리가 만든 프로젝트 듀엣 시크릿 가든은 음반 3장이 국내에서만 50만장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누렸다. `Dreamcatcher`에는 지난 5년간 귀에 익숙해진 `Song From A Secret Garden`,`Nocturne`,`Prayer`,`Moving`,`Passacaglia` 등이 모두 담겨 있다. 보이 소프라노의 청아한 음색과 아이리쉬 내셔널 챔버 콰이어의 합창이 가미된 `Sigma`, 멤버 두 사람만의 연주로 레코딩된 `Heartstrings`, 피오누알라 쉐리의 바이올린 연주가 주테마를 이끄는 `Adagio` 등은 시크릿 가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명곡들이다.
음반 - `Dreamcatcher` Secret Garden
-
록레코드 발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중인 록 밴드들이 기존 노래를 리메이크한 기획음반. 99년 나온 "Indie Power 1999"에서는 위퍼, 노이즈 가든, 언니네 이발관, 레이니 썬 등이 올해에는 크래쉬, 닥터 코어 911, 소울테이크, 로튼 애플, 푸펑충, 피아, 불독 맨션 등의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참가했다. 최근 록음악의 경향인 하드코어 계열의 밴드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크래쉬가 신해철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뭐야>를, 닥터 코어 911이 현진영의 <현진영 고 진영 고>를, 불독 맨션이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로튼 애플이 이문세의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힙 포켓이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을 리메이크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원곡을 전반적으로 무겁고 빠른 독창적인 스타일로 바꾸어냈다.
음반 - `Indie Power 2001`
-
헨드릭 발렘 반 룬 지음/ 들녘 펴냄/ 전 3권 각권 1만2천원
미국의 문화사학자 반 룬이 간명하게 정리한 예술사. 19세기 이래 미술사학계를 풍미한 형식주의적 사관, 즉 예술의 내적 발전론을 뛰어넘어 예술의 전개와 사회의 발전을 연계시켜보는 관점을 제시하여 새롭게 미술사학의 주류가 된 신미술사학의 선구가 된 책으로 평가받는다. <반 룬의 예술사 이야기>는 단지 미술만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사 교과서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서양에서 르네상스 이래 대표적인 예술로 생각되어온 건축, 회화, 조각 그리고 음악의 역사에 대해 통합적인 설명을 시도하는 동시에 작품과 작가만이 아니라 그것들이 생겨나고 발전하고 변화하게 된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원인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례들을 비교하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 - <반 룬의 예술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