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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호 [인터뷰] ‘바람의 향기’ 하디 모하게흐 감독, “개인의 도덕성이 세상을 바꾼다”
이우빈 사진 박종덕 2022-10-07

개막작 <바람의 향기> 하디 모하게흐 감독 인터뷰

착하게 살자, 어려운 남을 돕자, 하지만 어떤 대가를 바라진 말자.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하여 모두가 그것을 행하진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바람의 향기>는 너무 당연해서 그 중요함을 잊어버린 도덕의 가치를 보여주고, 세상에 되살리려 한다. 한 사람의 선행이 사회 전체를 선하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개인적인 이상을 따라서다. <바람의 향기>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감독의 도덕론은 더 많은 이에게 날려 펴지게 됐다.

- <바람의 향기>는 2015년 뉴 커런츠 상을 받았던 <아야즈의 통곡>보다 더 따뜻하고 낙관적인 영화다. 최근의 이란도 그렇고, 세계정세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데 어떤 이유에서 택한 변화인가.

= 나도 지금의 사회가 예전보다 더 긍정적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바뀐 게 있다면 나의 변화, 내 인생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덕성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도덕성을 갖추는 거다. 개인이 도덕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것에 관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면 타인을 도덕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렇게 나아가면 결국 사회 전체까지 변한다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사회를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의 도덕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변해가는 게 훨씬 저비용에 고효율이라고 느낀다. 그러니 모두가 도덕성을 회복하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야 한다고 느낀다.

- 모든 이가 <바람의 향기> 속 인물들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도덕적이며 선행을 베풀면 좋겠으나,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도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물론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올바로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답해야 한다면, 원할 것을 원하고 원하지 않아야 할 것을 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말을 하고 싶다.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거짓을 말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도덕적 길을 제대로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 연출 방식에 관해 묻고 싶다. 줄곧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야즈의 통곡>에서 달리는 개를 팔로우한 때 말고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 맞다. (웃음) 그때는 개가 자꾸 카메라 프레임을 벗어나서 움직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그것 말고도 하나 더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카메라를 움직인 적은 있다.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이유는 당연히 카메라의 존재를 관객이 인식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내 영화를 보면서 이게 영화가 아닌 현실이고 진짜 삶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다큐멘터리의 색깔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더 실제처럼 보게 하니까. 그렇다고 순수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진 않다.

-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요소를 섞으려는 점에서, 또 <바람의 향기>에 내내 등장하는 길과 자동차의 이미지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언급하는 이들도 많다.

= 당연히 영감을 받았다. 또 현대 이란 영화의 아버지인 소흐랍 샤히드 살레스 감독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았다. 이번 기회에 한국 관객들도 인터넷이나 여러 기회를 통해서 꼭 접해보길 추천한다. 또 로베르 브레송의 영향도 언급하고 싶다. 물론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그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진 않는다. 내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 특히 연기 연출 방식에서 로베르 브레송이 느껴졌다. 직접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추구하는 연기 디렉팅 방향은?

= 인생은 울고, 웃고, 걱정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속 세계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배우들에게 어떤 연기 방식을 특별히 지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신 웃고, 사랑하고, 미워했던 때의 감정을 떠올리게끔 만들어서 연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 영화에 흐르는 자연의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 모두 촬영 현장에서 녹음한 소리인가?

= 당연하다. 전부 다 자연의 소리고 촬영 현장에서 녹음했다. 후반 작업에서 적절히 믹싱했을 뿐이다. 폴리 사운드나 인위적인 소리는 일절 쓰지 않았다. 현실의 소리만을 영화에 담고 싶다. 앞으로 이런 방식을 관철할 계획이다.

- 소리에 관해 말하다 보니, 개막식에서 영화 소개 대신 노래를 부른 일이 생각난다. 어떤 의도였나.

= 솔직히 말하고 싶다. 개막식에서 노래한 건 모두 알다시피 지금 이란의 사회적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아서다. 노래를 통해서 모두가 이란의 아픔과 고통을 나눴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런 면에서 노래란 신이 주신 아름다운 선물인 것 같다.

- 그렇다면 영화에서도 이란의 사회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계획이 있나?

= 그럴 계획은 없다. 직접적으로 그런 주제를 택하고 싶진 않다. 이런 소재를 영화로 만들어서 현실처럼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을 함부로 보여주고 재현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큰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또 이런 현실을 또 반복하도록 부추길 위험도 있다. 물론 사회 현실에 관심이 없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런 문제를 영화에서까지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대신 앞서 말한 것처럼 개인의 도덕적 태도를 말하려는 편이다.

- 차기작도 그런 가치관의 연장으로 구상하고 있나?

= 맞다. 내년쯤에 영화를 만들어 공개할 생각이 있다. 지금은 시나리오 집필 중이다. 주제는 <바람의 향기>와 비슷하다. 인간에게 도덕성이 없다면 삶의 여러 위협과 위험이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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