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2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김소영, 정성일 두 프로그래머가 사퇴하면서 위기를 맞은 전주영화제는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실무진이 조직위원회를 성토하는 공식입장을 밝힘에 따라 점점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두 프로그래머 명의로 밝힌 공식입장은 최민 조직위원장이 밝힌 프로그래머 사퇴 경위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실제로 최민 위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위원회의 의사결정이 매우 불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프로그램에 대한 이의제기조차 매우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과정으로 되었으며, 그에 관한 인사보복조치 식의 운영에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김소영씨는 사전통보 없이 운영위원 자격을 박탈당했고, 정성일씨는 사표를 수리한다는 공식적인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영화제가 지나치게 프로그래머들의 사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최민 위원장의 발언에 격분하며 “모든 인사발령 과정에 일체 개입한 바 없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머 사임과 함께 사직서를 낸 홍보팀, 프로그래밍팀, 코디네이터팀도 전주시와 조직위의 태도가 희망을 갖고 일할 가능성을 박탈해 업무를 그만둔다는 입장이다. 단순한 의견차이를 넘어 감정적인 대립이 느껴지는 이들의 공식입장을 보면 전주영화제의 앞날을 점치기 힘들게 한다.
베를린영화제 참석차 독일에 갔다 2월15일 귀국한 최민 위원장은 두 프로그래머의 복귀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그래머, 홍보팀, 프로그래밍팀, 코디네이터팀을 다시 구성해 예정대로 영화제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양쪽이 화해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 셈. 이런 상태에서 영화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건 어려워 보인다. 전주시가 바라는 영화제가 무엇이건 1회 전주영화제를 반겼던 관객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게 됐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