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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2001-03-08

<인디언썸머> 촬영현장

“재판을 거부합니다.”

“이것 보세요 피고! 피고는 재판을 거부할 권리가 없어요.”

“재판을 안 받겠다고요!”

“저, 재판장님. 잠시 정회를 요청합니다!”

죄수와 판사 그리고 변호사의 고함이 한마디씩 오간 법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은 여자와 그녀를 변호하는 변호사,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그리는 영화 <인디언썸머>의 촬영현장. 법원관리들에게 끌려나가던 죄수는 재판을 안 받겠다며 계속 울부짖는다. 제법 큰 규모의 법정 세트가 눈길을 끄는 양수리 종합촬영소 세트장. 평소 차분하게 촬영이 진행되던 이곳이 오늘은 좀 소란스럽다. 이번 촬영장면이 극중 30%가 넘는 법정 신 중, 유일하게 액션(?)이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스탭들이 탈진 상태에 이를쯤 노효정 감독은 OK 사인을 낸다. NG의 주범은 법정관리를 맡은 단역배우들. 평소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됐는데 이 대목에선 죄수를 끌어내는 연기(?)까지 맡은 탓이다. 영화는 얼핏 보면 통속멜로의 전형을 보는 듯한 상투적인 설정에서 시작되지만 일반 통속멜로 그 이상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편지>와 <약속> 등에서의 많은 관객의 눈물 보따리를 풀어놨던 박신양과 최근 결별의 개인적 아픔을 딛고 의욕적으로 연기에 임하는 이미연, 그들을 마주세운 노효정 감독은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로>로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한 ‘법정드라마’ 전문이다. 제목의 `인디언썸머'는 `늦가을에 잠깐 찾아오는 짧은 여름날'. 그 스러지는 빛을 잡기 위해 이들은 양수리에서 겨울의 막바지를 넘고 있다. 4월 말 개봉예정.

“재판을 거부합니다”라고 신영이 소리지르자, 법정관리들이 그녀를 끌어내고 있다. 이 장면이 법정 촬영신에서 유일한 액션(?)신이라고 할 만큼 배우들의 대사와 내면연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동안 죽는 역을 많이 했는데, 사형수는 처음이에요”라며 사랑이 찾아왔을 때 죽는 연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미연. 스탭들로부터 죄수복 입은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사진·글 정진환 기자 jung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