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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클리닝 업'

“아무도 청소부는 의심하지 않아요.” 증권사 용역 미화원들이 내부자거래 통화를 엿듣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 어용미(염정아)는 투명인간 취급이 무기가 되더라며 배짱을 부리지만 앞서 동료 미화원 안인경(전소민)은 담당 구역에서 명품 시계를 훔쳤다는 의심을 받았고, 인경의 무고함을 밝히고 사과를 받아낸 맹수자(김재화)는 평소 책상을 치우다 동전이 보이면 자기 호주머니에 넣던 인물이다. 내부자거래 적발 뉴스에 간을 졸이면서 우리가 무슨 내부자냐며 자조하고, 도둑 취급에 발끈해도 완전히 무고하지 않으니 JTBC <클리닝 업>의 세 여성이 걸친 아슬아슬한 아이러니에 종종 심경이 복잡해진다.

“상황이 비루하다는 핑계로 나쁜 짓 하지 말자.” 파트장 천덕규(김인권)의 소신대로 사는 것이 가장 깔끔한 삶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무결하고 갸륵하기를 원한다면 금융 사기에 동참하는 미화원 삼인조가 가당찮고, 문제를 지적당하면 회피하고 갈등을 유들유들하게 넘기는 용미의 변명도 거북할 테다. 이런 인물을 이해의 영역 안으로 들이기 위해 드라마는 자기 합리화 이전의 자기혐오를 짚는다. 평범의 기준이 높고 수시로 남과 비교당하는 사회에서 아등바등 노력해도 기준에 못 미치고 해내지 못하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자신을 비하하고 해치는 비참함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뻔뻔해지는 용미를 주변 사람들은 미워하지 못한다. 500만원 수익에 용미는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마트에서 카트 가득 식료품을 담아도 집 보증금 천만원을 올려주지 못해 딸들을 이혼한 남편에게 보내야 한다. 대박을 꿈꾸며 한탕을 노리는 이야기들이 제시하던 거액에 비하면 변변찮아도 그 돈에 절박한 심정만큼은 생생하다.

CHECK POINT

영국 <ITV> 원작 <클리닝 업>(티빙)을 고스란히 옮겨왔다면 아마 한국 시청자들은 한창 성장기인 두딸의 끼니로 베이크드 빈스 통조림에 냉동 해시브라운을 데워 내놓는 것에 경악하지 않았을까. 반대로 영국 시청자들이 삼각김밥을 볶아 달걀프라이를 올리고 김 가루까지 야무지게 뿌리는 용미표 아침 식사를 어떻게 볼지도 궁금하다. 있는 힘껏 아이들을 먹이고 입혀도 이혼한 남편(양육비 3개월 밀림)에게 당신은 엄마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한국의 무시무시한 엄마 자격 타령에 경악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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