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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부정할수록 긍정하게 되는 매혹적인 그것과 그것에 관한 기록 영화, '놉'
오진우(평론가) 2022-08-17

어느 날 수상한 구름이 흑인 가문 ‘헤이우드’가 운영하는 말 목장에 드리운다. 이상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이상한 것들이 쏟아진다. 말 조련사인 OJ 헤이우드(대니얼 컬루야)는 낙마하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사망한다. 아버지 눈에 박힌 동전 한닢과 말에 박힌 열쇠가 그날의 흔적이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지만 아버지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OJ는 광고 현장에 투입된 말 ‘럭키’를 조련하지 못해 일을 망치고 말을 주피터 파크에 판다. 어느 밤 ‘고스트’란 말이 이유도 없이 밖에 나와 있고 모든 전자기기가 꺼진다. 그리고 구름 뒤에서 나타난 원반 형태의 비행접시. 여동생 에메랄드 헤이우드(키키 파머)는 오빠에게 이것을 찍어 돈을 벌어보자고 제안한다.

<>은 구름 뒤에 정체를 감춘 ‘그것’을 둘러싼 기묘한 현상을 그린 미스터리 공포영화다. <겟 아웃> <어스>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은 신작 <>에서 하늘이란 장소를 택한다. 전작들에서 하강의 이미지를 그렸다면, <>에선 구름 뒤 미스터리한 대상이 빨아들이는 상승의 이미지를 그린다. 또한 전작들에서 다뤘던 흑인 인권 이슈는 덜어내고 장르적 재미와 완성도에 귀를 기울인다. 전작들과 차별화를 둠과 동시에 영화에 관한 은유를 미스터리 공포 장르에 녹여내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은 매혹의 대상인 구름 뒤의 ‘그것’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활동사진부터 CCTV, 수동식 필름카메라 그리고 사진까지, 영화는 기록 매체의 역사를 훑는다. 기록의 대상인 그것의 입이 사각형인 것도 이러한 이유로 읽힌다. 그것의 목구멍에서 바라본 시점숏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숏이자 카메라와 대상과의 관계를 재고하게 만든다. 이는 <>의 촬영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영화는 디지털카메라와 필름카메라 촬영의 결합으로 완성됐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에 연속으로 참여한 호이터 판호이테마 촬영감독이 <>의 촬영을 담당했다. 40분 이상의 아이맥스 필름 촬영분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은 여러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의 제목은 말의 이름들인데 중간에 ‘고디’라는 에피소드에 주목하자. 사전 정보 없이 영화의 시작도 이 에피소드의 일부로 시작한다. 이어서 바람이 부는 환풍구 같은 사각 프레임이 등장하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 에피소드는 주피터 파크의 주인장인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의 에피소드로 그가 아역배우일 때 겪은 참극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의 과거 사건과 헤이우드 목장의 현재를 엮어가며 그것의 베일을 점차 벗겨내는 흥미로운 플롯을 구성한다.

“나쁜 기적도 있을까?”그런 말이 존재함을 영화가 보여준다. 상충하는 두 단어처럼 영화엔 외계 생명체인 그것을 추종하는 주프 일가와 그것에 대항하려는 헤이우드 일가가 존재한다. 영화의 엔딩에서 그 기적이 이루어지는지 지켜보자.

CHECK POINT

<미지와의 조우>(1977)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에서도 시선은 하늘로 향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UFO 때문에 세계는 기이한 현상들을 목격한다. <>을 통해 조던 필 감독은 스필버그의 적자를 자처한다. <>은 스필버그의 70, 80년대 블록버스터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삼고 있다. 조던 필은 <죠스>(1975)에서 보여준 바다 표면의 공포심을 하늘의 구름으로 옮겨 표현한다. 또한 <E.T.>(1982)에 나온 외계인과의 손 인사를 오마주한 장면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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