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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순 형용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기,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김예솔비 2022-08-24

프롤로그.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율리에(르나트 라인제브)는 의학에서 심리학으로, 또 사진으로 진로를 바꾸며 새로운 단계를 물색한다. 에필로그. 율리에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하는 스틸사진작가가 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이 도약과 일시적 마침표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마주침과 선택의 기로들을 보여준다. 진로만큼이나 율리에가 몰두하는 것은 사랑이다.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와의 육체적인 사랑과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라이)과의 정신적인 사랑 가운데 율리에는 어느 쪽에도 정착하지 않으며 차라리 최악이 되는 용기를 택한다. 누군가의 방황 어린 삶을 응원하는 데에 기꺼이 ‘최악’이라는 형용을 가져다놓는, 모순을 끌어안는 태도가 영화의 중심에 있다.

영화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를 12개 챕터로 나누는 전략을 취한다. 챕터마다 따라붙는 소제목은 OTT 시리즈의 문법에 대한 반응처럼 보이기도 하고, 율리에의 삶을 더욱 큰 단위의 소설의 일부처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틈틈이 율리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전지적 시점의 보이스 오버가 등장하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음성은 어느 순간 영화에서 자취를 감춘다. 누군가가 한 박자 먼저 일러주었던 율리에의 행보는 스스로가 채워가야 하는 공백이 된다.

영화는 성장으로 완결되는 단일한 일대기를 그리기보다는 혼란과 미숙함의 집적 속에서 파악되는, 생략과 틈이 많은 이야기를 제안한다. 욕망을 좇는 율리에의 어떤 선택들은 세계와 충돌을 일으키고, 때로는 모순 형용 그 자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가 불러들이는 판타지의 순간은 이러한 충돌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기 위한 장치일 테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노르웨이의 방황하는 청춘을 그린 ‘오슬로 트릴로지’의 마지막 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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