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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마녀사냥 2022’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애 상담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이 돌아왔다. 무려 7년 만의 부활이다. ‘그린라이트를 켜줘’ 같은 각 코너의 성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흘러간 시간 동안의 변화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은 인적 구성에서 눈에 띈다. 전원 남성 MC에 여성은 고정 패널에 머물렀던 ‘원조’와 달리 티빙 오리지널 <마녀사냥 2022>의 MC 성비는 2:2, 신동엽, 김이나, 코드쿤스트, 비비는 50대부터 20대까지 각각의 연령대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물론 숫자만으로 토크의 균형이 맞춰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금 고인물’ 신동엽을 능가하는 기세와 입담으로 ‘음란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김이나는 여성의 솔직한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시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한다. 침대 밑에 숨어 <마담 보바리>를 몰래 읽던 어린 시절부터 지역별 클럽 분위기에 통달한 지금까지의 경험, 원초적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해본 이야기를 털어놓는 비비 역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코드쿤스트와 신동엽이 남성들의 성적 능력에 관해 자부심과 열등감을 과시하는 척 자학 개그로 드러낼 때를 비롯해 소위 ‘개수작’을 바라보는 김이나와 비비의 싸늘한 시선은 이 프로그램의 백미다. 심지어 남의 연애 고민에 관심이 없더라도 괜찮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는 말에 담긴 의미의 끝없는 확장, 고양이 키우는 남자가 샤워 후 조심해야 하는 상황 등 야한 농담 고수들의 주거니 받거니 호흡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다만 2022년의 연애 예능이라기엔 여전히 너무나 이성애 중심적인 시선이 가끔 나타나는 게 몰입 방지턱이다. 이를테면 성기 사이즈에 관한 남성들의 탐색과 신경전을 논하며 ‘남자끼리는 완전히 발기된 상태를 절대로 볼 수 없다’라고 두 이성애자 남성이 단언할 때, 이제는 물음표부터 떠오르는 게 당연한 시대라는 얘기다.

CHECK POINT

연애에 관한 조언을 듣고 싶지만 <마녀사냥 2022>의 수위는 약간 부담스럽다면 유튜브에서 <고막메이트>를 검색하자. 김이나, 딘딘, 이원석, 정세운과 초대손님이 시청자의 고민 사연에 함께 답하고 그를 위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수위 조절 안되는 깨어 있는 성인들의 19금 토크”라는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수위가 높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성적 욕망을 어떻게 다루면서 더 좋은 관계를 만들 것인가를 알려주는 다정한 지침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