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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송경원 기자의 '성적표의 김민영'
송경원 2022-09-07

시간은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른 속도로 흐른다. 특히 학창 시절 시간의 밀도가 달라 시작점은 같아 보여도 미세한 떨림 끝에 몇 걸음만 지나도 어느새 저만큼 멀어져 있기 마련이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대입 수능이라는 갈림길을 지나온 친구들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서로의 거리를 재어보는 이야기다. 민영(윤아정), 정희(김주아), 수산나(손다현)는 고3 시기를 같이 지낸 삼총사다.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고 삼행시 클럽을 만들어 즐겼던 그들은 각기 다른 길을 걷는다. 정희는 동네 테니스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민영은 대학에 입학했고 수산나는 외국에서 공부를 한다.

어느 날 민영이 정희를 초대하고 즐거운 시간도 잠시,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서로 어색함과 거리감을 느낀다. 영화는 그 미묘한 거리감을 조심스럽게 재어보려 시도한다. 요란한 사건이나 직설적인 대사 없이, 계속해서 어긋나는 상황들이 포개어 나간 끝에 설명되지 않는 것을 공감시킨다. 별것 아니라고 덮어놓았던 진심, 어색하고 쑥스러워 마주보기 싫었던 마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솔직담백한 시선으로 재현될 때 묘한 동질감이 형성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스무살 우정에 대한 고민의 시간들을 또렷하고 생기 있게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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