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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상의 균열을 파고드는 현재적인 불안, '기기묘묘'
정예인 2022-09-21

무엇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하는가. 네편의 단편영화를 묶어낸 옴니버스영화 <기기묘묘>는 기시감이 드는 상황에서 감각되는 공포를 담아낸다.

<불모지>는 농촌의 토지 재개발을 둘러싸고 한 남성의 자살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암댁은 남성의 죽음으로 그의 아내인 화천댁이 상심했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화천댁 남편의 죽음에 자신의 남편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랜 기간 ‘흙 질’만을 해오던 서암댁의 일상은 돌이킬 수 없게 변화한다.

<유산>은 어머니가 딸에게 남긴 한채의 주택에서 일어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섬뜩하게 다룬다. 올가미 같은 어머니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의 두려움이 질식의 공포를 유발한다.

한편 <청년은 살았다>는 척박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자리 잡은 한 청년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우연히 얻게 된 의문의 자루와 그에 얽힌 사연은 청년의 별 볼 일 없던 나날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아들을 반드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로 만들겠다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집념이 숨 막히는 아들 사이에 정체불명의 남성이 끼어들며 벌어지는 그로테스크한 상황을 포착한다.

네 편의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안’과 ‘균열’이다. 현재 우리가 두렵다고 느끼는 것은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가 유발하는 불안 그 자체다. 그것은 자아의 내면을 조각내거나, 미세하게 균열이 생긴 관계에 침투해 쉽게 파멸의 싹을 움틔운다. <기기묘묘>는 도시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의 불안이 그저 자루 하나를 줍는 것만으로 증폭되는 순간을, 친밀하지만 그래서 벗어나기 어려운 가족 사이의 이면에 주목한다. 알 수 없어 두려운 공포의 본질을 스산하게 묘파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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