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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앤 독스
2001-07-24

■ STORY 태초부터 개와 고양이는 지구의 지배권을 놓고 치열한 전투를 인간들 모르게 치러왔다. 두 동물집단은 모종의 협상으로 한동안 휴전을 유지했지만, 권력에 눈먼 페르시아 고양이 팅클이 무리를 이끌고 개들과의 전면전을 시작한다. 전장은 개에 대한 인간의 알레르기 제거를 연구하는 브로디(제프 골드블럼) 교수의 집. 팅클이 이끄는 ‘고양이 자유수호선봉대’(FLF)의 난폭한 리더 팅클이 연구 저지를 위한 작전에 들어가고, 브로디의 애완견 루와 ‘개 비밀동맹’(CIS) 요원들이 그에 맞선다.

■ Review

<뉴스위크>의 데이비드 앤슨은 <캣츠 앤 독스> 같은 영화에 재미를 못 느끼는 자신을 한탄하며 “여름은 10대가 아니면 정말 불리하다.”고 했다. 한 미국 네티즌은 더 심하게 말한다. “당신이 10살 이하라면 보러가라. 그러나 10살 이상이면 볼 게 없다.”

눈치챘겠지만, <캣츠 앤 독스>의 전략은 아주 단순하다. 이야기는 어차피 황당무계하니, 신기한 볼거리로 승부하는 것이다. <꼬마돼지 베이브>에서 의인화한 동물들의 갖가지 표정과 입놀림의 마술을 빚어낸 CG 기교를 서너배 불려놓은 영화가 <캣츠 앤 독스>다. 이미 <개미>로 3D 애니메이션에서 일가견을 과시한 구터만 감독은 이번엔 실사와 CG를 결합해 버전업된 눈속임을 구사한다. 27마리의 개와 33마리의 고양이를 찍은 뒤, 이걸 디지털화한 동물 캐릭터를 만들어내, 둘을 합성한 것이다.

CG의 권능을 무기로 이제 개와 고양이들은 영화 속에서나마 콧털의 각도와 눈꺼풀의 떨림과 입술의 씰룩거림만으로 분노와 조소와 놀람과 기쁨을 전한다. 또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처럼 전략사령실에서 긴박한 회의를 하고, 제임스 본드처럼 로켓에 올라타며,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처럼 몸을 날려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다보니 블록버스터 전문배우 제프 골드블럼(브로디)은 몇 안 되는 실물 연기자지만 이번에도 조연으로 밀렸고, 목소리만 나오는 토비 맥과이어(루), 숀 헤인즈(팅클), 수잔 서랜던(아이비), 그리고 개사령관 역의 찰턴 헤스턴이 사실상의 주연이 됐다.

고양이는 음험하고, 개는 충직하다는 편견을 고스란히 끌어온 캐릭터 설정은 게을러보이지만, 실제 의 스타 기자 울프 블리처를 영화 속 CNN(Canine News Network: 개들의 뉴스네트워크)의 ‘개 기자’ 모델로 삼는 등의 짓궂은 유머는 꽤 있다. 평자들은 비아냥거렸지만 미국에선 어른들도 많이 보러간 모양이다. 개봉 첫 주말에 2천2백만달러를 벌어들여 흥행 1위에 올랐다.

허문영 기자 moon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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