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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 해로
2001-08-07

별주부 해로

■ STORY 시름시름 앓는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충신 태극 장군의 아들 거북이 해로는 육지로 토끼의 간을 찾아나선다. 사냥꾼에게 부모를 잃고 혼자 꿋꿋이 살아가는 토끼소녀 토레미와 만나게 된 해로는 어느덧 그녀와 친해지고 토레미와의 우정과 용왕이 내린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결국 토레미를 바닷속 세계로 데려온 해로. 이번엔 용왕의 왕좌를 노리는 이모겐의 계략까지 그들을 덥치게 된다.

■ Review

이 영화의 소구대상은 분명히 어린이다. 전래동화를 각색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이 성인용이 될 리는 만무하겠고 그렇다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자니 각색된 이야기라든가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이다. 원작과 다른 점은 토끼와 거북이의 우정을 극의 중심으로 떠올리려 했다는 점인데, 이들의 우정이 성립되고 갈등이 맺어지고 다시 해소되는 과정은 너무나 쉽게 그려진다.

애니메이션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커다란 부분은 바로 캐릭터다. 물론 톱스타의 더빙된 목소리나 제작사의 명성이 마케팅 전략의 중요 변수로 작용되기도 하지만 결국 관객에게 직접 어필하는 것은 배우가 아닌 캐릭터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직업배우를 능가하는 독특함을 지녀야 한다. 단순히 귀엽다거나 예쁘다거나 하는 그림체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인간형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이 관객을 매혹시킨다. 그런데 <별주부 해로>의 캐릭터들은 자기만의 분명한 성격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를 뛰어넘는 섬세함이 부족하다. 이런 것은 물론 캐릭터 자체뿐 아니라 이야기의 급한 흐름 속에서도 묻혀진다.

아빠처럼 훌륭한 장군이 되고 싶다는 해로의 치기어린 용기라든가 토레미를 배신해야 하는 죄책감의 표현은 반역을 꿈꾸는 이모겐의 급습을 계기로 더 심화되는 대신 잠깐 증발한다. 우정을 담보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할 뻔했던 토레미가 쉽게 해로를 용서하는 것도 둘의 갈등구조, 나아가서는 캐릭터 자체의 설득력을 약화시킨다. 왕위를 노리는 이모겐의 계략과 그를 따르는 악당 상어 무리들도 <라이온 킹>의 스카나 하이에나 패거리의 섬뜩한 매력을 따라잡을 만한 비중을 결여한다.

<슈렉>의 재기발랄함과 13년 만에 우리를 공식 방문한 <이웃집 토토로>가 관객의 애니메이션 눈높이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애니메이션의 주자들은 점점 숨이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힘가쁘게 달려야 할 상황에 놓이고 있다. 최고의 하청국가로 외국 애니메이션들의 인공호흡으로 숨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좀더 섬세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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