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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1988년 제3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한국 단편영화 6편 상영회 열려

그 시대 한국의 영화적 현실

지난 8월6일 저녁 베를린 아르제날 극장에서는 특별한 상영회가 열렸다. 1988년 제3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선보였던 한국 단편영화들을 다시 보며 회고하는 자리였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포럼부문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당시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선보인 한국 단편영화들은 소규모 자본으로 대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들이다. 이 작품들이 베를린 시네마테크 중 하나인 아르제날에서 재상영될 수 있었던 것은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 덕분이다.

코리아협의회는 최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운동을 펼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민운동단체다. 한 대표는 상영회 시작 전 재상영을 추진하게 된 경위를 짧게 소개했다. “학생이었던 20대 중반 생애 첫 베를린영화제에서 봤던 이 영화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당시 독일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본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이 영화들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던 터에 3년 전 아르제날 영화관측에 상영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이날은 총 7편의 단편영화 중 6편이 상영됐다. 한 대표는 영화배우 자격으로 베를린영화제에 초대받았던 김윤태씨가 목숨을 걸고 영화 필름을 베를린으로 운송했던 일화를 전했다. 당시 정권에서도 터부시하던 주제를 영화가 담고 있어 필름을 해외로 유출하는 것은 대모험이었다. 필름을 운송했던 김윤태씨는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에서 광주학살의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을 연기했다.

한편 <버려진 우산>은 일제 시절 강제 징용된 한국인 피폭자들의 후일담을 담고 있다. 상영일인 8월6일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과 일치해 주목받았다. 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다룬 영화 <그날이 오면> <공장의 불빛> 외에도 초현실주의 느낌이 물씬 나는 <백일몽>과 투견의 끔찍한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강아지 죽는다>도 강렬하다. 아르제날은 다양한 예술영화를 보관, 상영하는 극장이다. 1963년 서베를린의 비상업적 예술영화를 선호하는 시네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민간 극장으로 시작해 현재 정부 지원을 받는 시네마테크로 성장했다. 아르제날은 1970년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을 창시하고 포럼에 출품된 영화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이 7편의 단편영화들이 베를린영화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영광을 안겨준 사연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