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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영화 스페셜] 공조2: 인터내셔날’의 이석훈 감독을 만나다
이자연 사진 오계옥 정리 윤현영(자유기고가) 2022-09-08

액션과 웃음의 조화

이석훈 감독은 일상 속 여기저기 흩어진 웃음 조각을 발견하는 눈이 뛰어나다. <방과후 옥상>(2005), <댄싱퀸>(2011),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등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웃음의 보편성과 일상성을 증명해오면서 그는 자기만의 포착의 힘을 키워왔다. <공조>의 속편 <공조2: 인터내셔날>을 선보인 이석훈 감독은 여전히 우리 주변의 것들을 다시 편성하고 조직하면서 친근한 듯 새로운 웃음을 완성한다. 삼각 공조라는 확장된 세계관 속 치밀하고 전략적인 전투가 이어지는 사이에도 하릴없이 웃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액션, 스토리, 관계라는 키워드를 두고 <공조2: 인터내셔날>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 <공조2: 인터내셔날>에 배우 다니엘 헤니가 FBI 형사 ‘잭’ 역할로 새롭게 합류했다. 남한-북한-미국 출신 형사들이 3인 공조를 펼친다는 변화를 주었다.

=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하기 전부터 다니엘 헤니 배우가 미국 형사로 등장하여 삼각 공조를 펼친다는 요소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남북한 형사가 비공식 수사를 이어가는 기본 골자를 글로벌하게 넓혔다. 강진태(유해진)와 림철령(현빈)이 유경험자라면, 잭(다니엘 헤니)은 그 사이에서 파문을 일으키는 존재라고 봤다. 처음에는 갈등을 유발하는 듯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동료애가 형성되는 방식으로 채워나갔다.

- 흥행작의 속편이고 감독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고민되는 지점들이 많았을 것 같다.

= 좋은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아무리 성공한 영화의 속편이더라도 기본적으로 시나리오가 좋지 않으면 배우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업 초반에는 난항을 겪었다. 특히 세 주인공이 공조할 만한 사건을 고안하는 게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사건이기에 미국까지 공조해야 하는 거지?’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따라다녔다. 이 지점을 억지스럽지 않게 연결해야만 이야기 전체의 개연성을 살릴 수 있었다. 쿠바 마약 농장을 배경으로 해보기도 하고,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아시아의 마약 성행지를 설정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억지스러웠다. 그래서 정공법으로 미국에서 시작했다. 미국에서 일을 벌이면 미국 형사가 한국을 찾아오는 것도 자연스럽고, 남한으로 도망 온 범인을 잡기 위해 남북한이 공조해야 하는 과정도 납득할 만했다.

- 코미디 액션이라는 두 장르의 결합을 보여주듯, 장면의 성격에 따라 두 종류의 카메라 렌즈를 번갈아 사용했다.

= 코로나19로 뉴욕 현지 촬영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모든 장면을 국내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장면이 다르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렌즈를 바꿔 사용했다. 뉴욕 신에서는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구현하는 애너모픽 렌즈를, 드라마 중심 장면에서는 따뜻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라이카 렌즈를 활용했다.

- 영화 초반 뉴욕 장면에서 압도적인 총격 신을 보여준다. 한데 모두 세트장이었다고.

= 처음엔 뉴욕 현지 촬영을 계획하면서 이제 미국 좀 가보나 했다. (웃음) 하지만 코로나 확산에 따라 여러 조건을 맞춰야 하는 제약이 생기면서 과감하게 세트를 짓기로 했다. 오히려 세트를 100% 활용하는게 마음 편하고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줄 거라 생각했다. 뉴욕 총격 신이 벌어지는 100m 이상의 도로와 1층에 있는 상점들을 모두 지었다. 이 기간만 6개월이 걸렸다.

- 두루마리 휴지를 활용했던 전편의 생활 액션에 이어 이번엔 파리채로 돌아왔다. 생활용품을 선정한 과정이 궁금하다.

= <공조>에서 인상 깊었던 휴지 액션은 두번 등장했다. 한번은 철령이 멋지게 싸울 때, 또 한번은 진태가 서툴게 따라 할 때. 성공하는 재미부터 실패하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생활용품을 이용한 코믹 액션이 <공조>의 특징이라는 생각에 이번에도 꼭 넣고 싶었는데 그 생활용품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휴지를 그대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전편과 같은 조직을 찾아가는데 철령이 들어오는 순간 조폭들이 주변에 있는 휴지를 막 허겁지겁 치워버리는 코미디였다. 그런데 관객이 5년 전 영화의 장면을 모두 기억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다음엔 파티용품점이라는 공간을 떠올렸다. 헐크 주먹 장난감으로 과장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너무 설정을 위한 설정이라 자연스러운 생활용품을 다시 찾았고, 그 결과 파리채를 선택했다. 스탭들과 논의하면서 별의별 게 다 나왔다.

- 마지막 북측대표단 숙소 액션 신은 건물 전체를 전쟁터처럼 표현했다. 준비 과정의 레퍼런스가 있었다면.

= 전편보다 총격 신의 규모가 커졌다. 이 과정에서 <매트릭스>(1999)의 난사 장면을 주로 참고했다. 머릿속에 처음 그렸던 건 멀쩡한 벽이 총에 맞아 파편이 튀면서 무참히 깨지는 시각적 효과를 주는 것이었는데 막상 구현할 땐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벽 안에 안전하게 터질 폼을 채웠더니 화려하게 터지지 않았다. 특수효과팀과 여러 테스트를 거치면서 의논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바주카포 같은 RPG 로켓을 쏘아올리고도 싶었는데 그건 너무 과장된 것 같아서 아쉽지만 제외했다.

- 북측대표단 숙소 장면은 영화에서 무술의 정점을 찍고 있다. 림철령과 강진태 각각의 싸움이 동시에 벌어지는데 이 숨가쁜 전투를 두 집단으로 나눠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일을 해내는 게 주인공의 몫이다. 그런데 이야기 내내 주인공이었다가 후반부에 별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제작자와 배우, 그것을 보는 관객 모두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엔딩에 세 주인공 각자의 공헌을 나란히 보여주고 싶었다. 그 이유로 악당을 세분화했다. 철령, 진태, 잭이 서로 겨뤄야 하는 악당이 모두 다르다. 의도치 않은 이점도 있었다. 이야기를 세개의 축으로 나눈 덕에 각자의 리듬이 긴장감 있게 전환되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 남한-북한-미국 3개국의 공조다. 자연스럽게 현실 속 국제관계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 정세를 배경으로 활용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썼나.

= 제1의 관객이 한국 관객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진태의 입장에 더 이입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한 형사가 다른 국가 형사의 들러리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했다. 세 주인공 사이에서 큰형으로서 허리 역할을 해주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진태의 가족도 무척 중요하다. 잭과 철령이 손님으로 찾아와 가족 사이에 녹아들면서 3인 공조를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따뜻한 진태의 가족이 자연스레 중재자 역할을 했다.

- 빌런 장명준 역으로 배우 진선규를 택했다. 배우의 어떤 점이 장명준과 잘 어울려 보였나.

= 무명일 때부터 눈여겨본 배우다. 연기의 기본이 탄탄하고 <범죄도시>와 <극한직업>으로 화제성도 좋다. 내부적으로 의논하여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바로 다음날 흔쾌히 응해주었다. 빌런 역할의 배우를 선정할 때 우락부락한 이미지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많이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쨌든 연기력이다. 아무리 선한 이미지의 배우라도 연기력이 탄탄하면 악역의 이미지를 구축해낼 수 있다. 전편에서 차기성을 연기한 고 김주혁 배우도 선과 악을 모두 지녔는데 악역을 잘 그려내지 않았나. 진선규 배우도 그런 이유에서 제안하게 됐다.

- 특히 얼굴을 덮은 생머리가 무척 인상적이다. 빌런 이미지를 구축한 과정이 궁금하다.

= ‘인터내셔날’이라는 제목답게 1편에 비해 악역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눈 한쪽에 의안을 끼거나 얼굴에 큼직한 상처가 있는 등 장르적 요소를 가미할까 고민해봤지만 너무 직관적이고 쉬운 선택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선규씨가 나에게 자기 사진을 찍어 보내주더라. 머리를 지금처럼 쭉 펴서 화장실 거울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신선한 압도감이 들었다. 분장팀과 아이디어를 덧붙이면서 지금의 장명준을 완성해냈다.

- 전편의 빌런 차기성이 개인의 야망으로 악행을 저질렀다면, 장명준은 온전히 개인사에서 시작한다.

= 그렇다. 사실 빌런 설정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다. <공조>에서는 차기성이 철령과 철령의 아내에게 잔혹한 짓을 벌인다. 관객도 자연스럽게 그를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고 함께 응징하고 싶다는 감정을 갖게 되는데, 냉정하게 따지면 장명준은 철령에게 잔혹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전편만큼의 동기를 줄 수 없으니 대체할 만한 요소를 찾아야 했다. 빌런이 강해야 주인공도 덩달아서 강해지기 때문에 이 연결고리가 무척 중요했다. 그때 가장 무서운 빌런은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는 빌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지점을 영화에 반영하려 했다.

- 강진태의 액션이 대폭 증가했다. 현장에서 유해진 배우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 유해진 배우는 컷마다 자신이 시도해보고 싶은 구체적인 장치를 계속해서 제안한다. 2014년에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촬영했을 때도 그랬다. 배 위에서 줄을 타고 날아가는 코믹 액션이 있었는데 촬영장에서 생생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니 그에 대한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유해진 배우가 그만큼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사이버 수사대 경찰들이나 국정원 양복쟁이(박형수), 그의 조수 선호(이민지) 등 조연의 캐릭터성이 강렬하다.

= 재미있는 영화란 이야기 속 조연까지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고 기억에 남는 조연이 많을수록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고. 단순히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나왔다가 사라지는 데 그쳐선 안된다. 그들에게도 역할과 임무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 매듭짓기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 이 부분을 지키려고 했다.

- 로맨스도 전면에 내세웠다. 민영(임윤아)과 잭, 철령의 삼각관계가 이 코믹 액션에 어떤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나.

= 공조 수사라는 거대한 틀에서 이 삼각관계가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관객에게 전달하는 비중은 크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이 수사만 하는 게 아니라, 공조 과정에서 우정이나 사랑 같은 또 다른 드라마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포인트로 두 가지를 떠올렸는데, 먼저 철령과 잭 사이에 낀 진태. 그리고 또 그 둘 사이에 있는 민영이다. 관객으로서 <공조>를 보았을 때 민영은 예상치 못하게 큰 여운을 남긴 인물이다. 뒤에서 민영을 더 보고 싶은데 왜 안 나오느냐고 김성훈 감독에게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웃음) 아무래도 그 아쉬움이 그렇게 담긴 게 아닐까.

- 철령이 한층 능구렁이 같아졌다. 공조 경력자로서 여유가 생긴 걸까.

= 5년이 지나면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회복된 철령이 한결 편한 모습을 보인다. 철령을 통해 관객이 웃음을 얻는 것은 좋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어버리면 캐릭터가 붕괴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철령을 웃긴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 철령이 겪는 상황을 웃기게 조성했다. 일부러 러시아 농담을 엄청 찾아보기도 했다. 공산주의 농담을 보려고. (웃음)

- <공조2: 인터내셔날>은 추석 시장을 겨냥해 개봉한다.

= 올해는 어떤 것도 쉽게 예측이 안된다. 타이밍이 좋아 기대가 되다가도 조심스럽다. 제작자로서 손익분기점만큼은 넘기길 바란다. <공조2: 인터내셔날>을 통해서 극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 좋겠다는 큰 바람이 있고,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탭들이 긍정적 평가를 얻는 기회가 되면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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