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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진영인 사진 백종헌 2022-09-20

할런 코벤 지음 / 최필원 옮김 / 비채 펴냄

스릴러 소설이나 드라마에 익숙한 독자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도 시작이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다. 유년 시절 만난 사랑을 어른이 되기까지 지켜온 어느 커플은 결혼에 성공하고 12살 때 첫 키스를 나눈 으슥한 호숫가로 돌아온다. 이 낭만적이고 달콤한 분위기는 소설의 장르에 어울리게 곧 깨진다. 정체 모를 누군가가 그들의 행복을 박살내고 만다. 이 비극으로 아내를 잃고 8년 동안 간신히 삶을 지탱해온 벡은 현재 의사로서 의료보호 대상자인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10대 임신부나 마약 거래가 즐비한 구역의 환자가 벡의 담당이다. 그런 그에게, 간신히 마련한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일이 발생한다. 의문의 메일이 도착하고, 보안관이 느닷없이 찾아와 벡을 아내 살인범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예상된다. 아, 주인공은 죄가 없는데 살인 혐의를 받고 고생하게 될 것이고, 한두번은 경찰이나 형사와 마찰을 빚겠고, 과거의 비극을 다시 파헤치게 되겠구나, 라고.

매번 비슷한 소재를 비슷하게 써먹어도 재미가 있어 팬들이 계속 찾는 작가들이 있다. 어쩌면 그런 익숙한 재미를 계속 찾게 만드는 기술이야말로 최고의 솜씨가 아닐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도 그런 책이다. 예상을 거의 벗어나지않는 작품인데도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게 하는 솜씨가 할런 코벤다운 책이다.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카드를 초반부터 다 보여주고 빈틈없이 빠르게 진행해간다. 그러면서 죽었다고 생각한 벡의 아내가 정말로 살아 있는지, 그런 아내를 찾는 벡은 잘못이 정말 하나도 없는 사람인지 혹시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벡을 에워싼 감시망이 점점 조여드는데 그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채로운 조연들도 등장한다. 벡 누나의 파트너인 화려한 외모의 플러스사이즈모델,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마약왕. 체구는 크지 않으나 굳은살 박인 단단한 손을 써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 줄 아는 한편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는 한국인 킬러도 나온다.

13쪽

“하지만 과연 우리가 진실을, 혹은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거짓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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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