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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뤽 고다르 추모 연속 기획①] 장뤽 고다르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다 – 1960년대 편
김소미 2022-09-29

“영화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기”

<네 멋대로 해라>, 1960

엄청나게 훌륭한 여러 편의 영화들을 남기고도 여전히 데뷔작으로 수식되는 감독. 고다르 자신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가 <네 멋대로 해라>의 명성이다. 약 9만달러의 제작비로 23일간의 제작 기간을 거친 장뤽 고다르의 데뷔작은 영화 역사와 프랑스 시민사회의 세대를 갈라놓았다. 비평가 고다르에게 추앙받은 잉마르 베리만 같은 작가조차 <네 멋대로 해라>를 “불편하고 자아도취적인 영화”라며 난감해했다. 할리우드 필름누아르, 갱스터, B무비를 불러들여 철저한 참조와 모방, 전복과 재해석의 영화 만들기를 선포한 고다르가 만든 캐릭터는 험프리 보가트를 동경하는 좀도둑 미셸과 거리에서 신문을 파는 미국인 패트리샤다. 이들은 철저히 계획된 무의미, 권태, 즉흥성을 획득한 채로 다가올 68혁명의 대변자로 자리 잡는다. 누벨바그의 호기는 엔딩 신에서 배우 장폴 벨몽도가 남긴 한마디, “역겨워”로도 축약될 수 있다. 점프컷의 유의미한 쓰임을 보여준 거의 유일한 영화이자 원전. _김소미 기자

<미치광이 피에로>, 1965

문학과 영화가 완전히 별개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 고다르의 움직임 중 가장 극단의 장난기, 폭력성, 신랄함을 보여준다. 인생에 대한 불만족으로 가득찬 남자 페르디난드는 전 연인이자 베이비시터인 마리안과 부르주아적 세상을 탈주하기로 한다. “영화는 전쟁터다. 사랑, 증오, 행동, 폭력, 그리고 죽음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감정들’이다.” <미치광이 피에로>는 사회적 의무로부터 해방된 인물들을 감정의 도구로 채색한다. 화면은 진즉 붕괴되고 훼손된 전쟁터다. 논리가 맞지 않는 숏들의 흐름 속에서 인과관계는 더이상 효용을 얻지 못한다. 관객이 내러티브에 참여하길 요구받는 동안, 배우들도 화면 바깥으로 말을 걸어온다. 에스파냐의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를 시작으로 발자크, 조이스, 프루스트 등을 끊임없이 인용하면서 자기 반영적 텍스트를 발설하는 메타픽션 <미치광이 피에로>는 “영화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기”라는 고다르의 믿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_김소미 기자

<알파빌>, 1965

슈퍼컴퓨터의 통제 아래 사랑과 감정이 제거된 사람들의 세계 알파빌, 그곳에선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면 즉시 체포된다. 비밀 지령을 받고 알파빌에 잠입한 사립 탐정과 그를 돕는 컴퓨터 개발자의 딸 나타샤의 만남은 <미치광이 피에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탈출 서사로 이어진다. 특수효과와 세트를 배제한 채 당대 파리에 있는 콘크리트 건축물을 촬영한 <알파빌>은 실재하는 동시대 파리를 미래 도시로 상정해 현대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프로덕션의 과정 자체가 풍자라고 할 수 있다. 필름누아르, 독일 표현주의 SF, 범죄영화의 장르적 원형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 안에 촘촘히 새겨진 인용과 자기 반영을 통해 고다르의 디스토피아적 비전은 한층 날렵해진다. 언어와 예술의 기능, 정서적 해방, 이념적 강박 등에 대한 고다르의 오랜 문제제기를 주제적으로 가장 진중하게 탐구한 작품 중 하나다. _김소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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