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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차 송환' 기약 없는 희망, 그러나 김 선생은 오늘도 집을 나선다

김동원 감독의 <2차 송환>은 2차 송환을 기다리는 김영식 선생을 비롯한 장기수 분들과 북한을 방문해 1차 송환된 조창손 선생을 촬영하길 염원하는 김동원 감독의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기록한 작품이다. 나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어 <2차 송환>을 봤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푸른영상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다큐보기’ 행사를 했다. 그때 김동원 감독이 <2차 송환>의 편집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벌써 몇년 전의 일이 되었다. 나는 <2차 송환>이 어느 시점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마무리가 됐을지 무척 궁금했다. 전작 <송환>(2003)은 1992년 김동원 감독이 아는 신부의 부탁으로 지방의 한 요양원에 계신 비전향 장기수 조창손, 김석형 두분을 감독이 사는 동네로 모셔오는 일을 맡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내레이션(감독의 목소리)을 통해 이 사실을 알려준다. 김동원 감독의 대부분의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감독은 목소리(초기작에선 내레이터)를 통해 영화의 연출 동기, 연출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상황들, 감독의 소회, 이런 모든 것들을 간략하게 들려준다.

예를 들어 <내 친구 정일우>(2017)에서는 1985년 아는 신부의 부탁으로 상계동 철거촌 현장을 며칠간 촬영하러 갔다가 정일우 신부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그 후 3년간 정 신부와 함께 생활하면서 <상계동 올림픽>(1988)을 연출하게 됐다고 알려준다. 이처럼 김동원 감독의 영화는 하나의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만들어질 영화에도 영향을 준다. 이 작품엔 상계동 철거 현장의 영상과 그들의 현재 모습이 공존한다. 영화는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을 과거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로 소환해 감독의 목소리(자아 성찰)를 덧붙인다.

이러한 감독의 연출 방식을 알기에 <2차 송환>의 프롤로그에서 감독의 목소리 없이 김영식 선생의 어두운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시작했을 때 당황했다. 나중에야 이 장면이 북에 있는 가족(생사를 모르는)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김영식 선생은 <송환>의 주인공 조창손 선생과 함께 62년에 남파됐다가 체포되어 27년간 복역한 후 88년에 출소한 인물이다. 그는 감옥에서 강제 전향을 당했다. 93년 조창손 선생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난 김동원 감독은 투박하지만 순수한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힌다. <2차 송환>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김영식 선생을 보여주는 세번의 장면일 것이다. 첫 번째는 영화가 시작하자 보여주는 김영식 선생의 얼굴이다. 전작 <송환>은 2001년 ‘전향 무효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김영식 선생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끝났다. <2차 송환>은 다시 김영식 선생의 얼굴에서 시작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장면은 김영식 선생이 2차 송환을 기다리던 중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후 송환을 포기하려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촬영된 장면이다.

두 번째는 영화의 도입부에서 김영식 선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2차 송환>의 도입부는 2000년 6월13일 남과 북의 정상이 두손을 잡은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어 1차 송환 대상자의 환송식에서 김영식 선생을 보여주는 장면은 <송환>에서 가져왔다. 여기에 김동원 감독의 목소리가 추가된다. “63명의 비전향 장기수 분들이 북으로 송환되던 그즈음 난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그땐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었거나 믿고 싶어 했다.” 이어 카메라는 연단 아래에 있는 김영식 선생에게 다가가고(줌인) “특히 전향했다는 이유로 송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장기수들은 더 그랬다”고 덧붙인다. 영화는 지금부터 <송환>에서 다 이야기하지 못한 장기수 분들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쉽게 이루어질 것 같던 2차 송환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나 문재인 정부가 끝나갈 무렵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답보 상태가 된다. 시간은 흐르고 남한에 남아 2차 송환을 기다리는 장기수 분들은 돌아가시거나 나이가 들어간다. 결국 김영식 선생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자 그는 낙담한다. 감독은 만남의 집에서 야채를 다듬는 그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 장면은 김영식 선생의 뒷모습에서 “김 선생의 기대는 이번에도 어긋난다. 미국의 패권은 계속되고 여전히 한반도의 뜨거운 감자로 남을 것이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김 선생의 송환에 관심을 갖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감독의 목소리에서 시작한다. 이어 김영식 선생이 현관을 나서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카메라는 지켜보다 뒤로 물러나는(줌아웃) 것에서 “작품을 희망적으로 끝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2차 송환도 북한 촬영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김 선생은 오늘도 집을 나선다”라는 내레이션이 붙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하는 장면에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멈출 수는 없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이루어질 그 희망을 노래한다”라는 감독의 목소리에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감독의 담백하고 진솔한 ‘목소리’에 있다. 이러한 자아 성찰의 목소리를 통해 지난 30년의 세월을 장기수의 송환을 위해 기다리고 버텨온 감독의 태도가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전향 장기수 분들의 이야기와 그분들을 기록하기 위한 감독의 지난 30년간의 노력이 두편의 영화 <송환>과 <2차 송환>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기록은 장기수 분들과 함께해온 시간의 흔적이자 지금도 우리가 풀지 못하고 70년간 가지고 있는 남북한의 이념과 대립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다. 감독의 바람대로 2차 송환이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끝낸 김동원 감독의 노고와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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