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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무가’ 배우 양현민, “무당, 고백하다”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22-10-12

딱 봐도 에이스, 누가 봐도 영험한 무당이다. 백발백중 1타 무당 청담도령은 여느 영화였다면 인상적인 조연에 그쳤겠지만 무속신앙을 흥미롭게 변주한 영화 <대무가>에서는 다르다. 누가 봐도 주인공 얼굴, 이 구역의 에이스 청담도령 역을 맡은 양현민 배우는 첫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단지 무당 같은 외견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번 보면 잊기 힘든 존재감은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의 결과물이다. 신명나는 무대, 넘치는 흥 위에 준비된 배우 양현민이 날아오를 시간이 왔다.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이렇게 될지 모르고 시작한 일이다. 이병헌 감독님의 <스물>을 찍다가 이한종 감독님과 처음 인사하게 됐다. 이한종 감독님과 원래 다른 단편영화를 같이 찍으려고 했는데 무산됐다. 나중에 또 다른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그게 <대무가>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단편을 찍고 났더니 이게 장편으로 다시 만들어진다는 거다. 심지어 청담도령의 분량도 엄청 늘어 주연급이 되었다. 주연을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인연이라는 게 있나보다. 참 신기하다.

-동명의 단편 <대무가>와 어떻게 다른가.

=단편의 컨셉은 무속 뮤지컬이었다. 장편 <대무가>는 총 4개 챕터인데 그중 첫 번째 챕터 ‘무당 학원 10주차’가 단편영화 내용 그대로다. 단편을 장편화할 때 이런 식으로 단편을 고스란히 살리는 경우가 드문데 이런 구성도 재미있었다. 무속은 하나의 소재일 뿐 여러 이야기가 겹쳐 흥미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장편화가 되면서 청담도령의 비중이 극적으로 늘었다. 2, 3챕터의 주인공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재밌는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분량까지 늘다니! (웃음) 청담도령은 무당 학원의 에이스 출신으로 청담동에 신당까지 차린 성공한 무당이다. 원래 사람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사람이고 그런 재능이 좋은 방향으로 폭발한 거라고 봐도 된다. 자신감이 충만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다보니 우등생의 고뇌 같은 게 있다. 이후 신남(류경수)을 도와주고 마성준(박성웅)에게 경쟁의식을 불태우는 것도 그런 감정의 연장이다.

-주연으로 극을 이끌고가다 보면 현장에서 보이는 것들도 다를 텐데.

=당연히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함께하는 작업이 재미있었고 현장의 분위기가 워낙 즐거웠다. 다들 악역으로 한가락 하는 사람들인데 모아놓으니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었다. 캐스팅 기준이 착한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단 한번의 트러블 없이 서로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하느라 바빴다. 정경호, 류경수 배우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이렇게 친해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가까워졌다.

-최고의 무당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할 게 많았을 것 같다.

=일단 최대한 진짜 무당처럼 보이고 싶었다. 물론 <대무가>가 무속신앙을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처럼 다루는 영화는 아니다. 장르적이고 코믹한 묘사들도 꽤 있다. 다만 그럴수록 기본은 더 사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디. 자료도 꽤 찾아보고 교수님들도 만나고 실제 만신님들도 찾아뵈었다. 굿이나 공수 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도록 하기 위해 꽤 오랜 기간 연습했다. 극중 신을 만나기 위해 계곡에서 치성을 드리며 온몸이 물에 젖어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잘 표현된 것 같아 보람 있었다.

-극중 <대무가>는 본인의 고백을 담은 노래로 표현된다. 무속, 랩, 일기, 타령 등 리드미컬한 요소들이 다 섞여 있는, 오리지널 창작물이다.

=<나의 고백>이 어쩌면 이번 영화의 핵심이고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기도 했다. 처음에 감독님이 일기 쓰듯 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사를 써보라고 해서 아주 오랫동안 고민해서 만들었다. 화곡동에서 태어나서 어쩌고 하는 식으로 실제 내 사연을 녹여냈다. 크레딧에도 작사에 내 이름을 올려주셨다. 아주 조금이나마 창작의 고통을 맛보고 나니 새삼 작가, 감독님들이 정말 대단해 보이더라. (웃음)

-<대무가>는 무당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꼭 무속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청담도령은 마치 형사가 된 것처럼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청년 실업의 애환, 스타트업의 불안 등도 엿보인다.

=맞다. 항상 누구를 납치하는 악역만 하다가 이번에 추적하고 구해내는 역할을 해보니 기분이 좋았다. <대무가>는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하되 그걸 현실과 엮어나가는 방식이 기발한 영화다. 제목 그대로 큰 무당의 노래지만 거기에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코믹, 뮤지컬, 형사물, 드라마 다양한 장르들이 녹아 있다. 취업난을 겪는 젊은 세대의 불안부터 1등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자아 탐색, 슬럼프에 빠진 베테랑 등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민들이 녹아 있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영화다.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거다.

-주연을 소화해본 것이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서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역할의 비중울 크게 의식해본 적은 없다. 그보다는 악역 이미지로 굳어질까 마음 한편에 걱정이 있었는데 이번 역할처럼 기발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저 배우가 저런 것도 가능하네’라고 생각될 역할들을 맡아보고 싶다. <악마를 보았다>에서처럼 끝장을 보는 악역도 한번 해보고 싶고. 언젠가의 목표라면 황정민 선배님의 <너는 내 운명>처럼 깊이 있는 멜로를 꼭 해보고 싶다. 연극에서는 꽤 다양한 역할을 해봤는데, 영화에서는 아직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도전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서 행복하다. 딱 지금처럼만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꾸준하게 도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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