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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오펀: 천사의 탄생', 13년 만에 극장가에 귀환
김소미 2022-10-12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훔치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에스토니아의 한 정신병원에서 가장 위험한 환자로 분류된 31살 여성, 리나(이저벨 퍼먼)에 대해 의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병원을 탈출한 여자는 곧 미국 코네티컷의 어느 부유한 가정에 들어가, 실종되었다 돌아온 딸 에스더를 연기한다. <오펀: 천사의 탄생>은 2009년작인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약 2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프리퀄 영화다. 13년 만에 극장가에 귀환한 이저벨 퍼먼의 에스더는 세월을 비껴났지만, 그사이 소녀를 필요로 하는 새 가족의 사정이 훨씬 음침해졌다. 가족의 정상성을 유지하려는 유능한 엄마 트리샤(줄리아 스타일스)에게도 상대와 맞먹는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천사 같은 어린 딸이 알고보니 성인 여성이자 사이코패스라는 1편의 반전은 이번 영화에서 엄마의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사이코 슬래셔다운 난도질보다 <오펀: 천사의 탄생>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두 여성 안티히어로의 대결 구도다.

문제는 드라마를 강조한 것에 비해 각본의 아이디어가 투박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영화가 지나치게 안전한 영역에 머무르고 만다는 사실이다. 가족제도가 갖는 역할극적 성격과 그 공포, 엘렉트라 콤플렉스 등 매력적인 모티프들이 둥둥 떠다니다가 희생자들과 함께 증발해버린다.

그동안 재능에 비해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두 배우, 줄리아 스타일스와 이저벨 퍼먼의 기이한 협력만큼은 어쩌면 영화가 의도하지 않은 지점에서 모종의 유희 거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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