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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신인감독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예리한 집념
조현나 2022-11-09

모녀 관계는 언제나 다층적으로 읽힌다. 애증이란 말로 포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얽히고설킨 탓이다. 수경(양말복)과 이정(임지호) 또한 그렇다. 수경의 날 선 말과 행동이 익숙하단 듯이 이정은 엄마의 분노에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홀로 분노를 삭이거나 눈을 흘기는 데 그칠 뿐이다. 그런 이정이 기어이 폭발하는 사건이 수경과 함께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벌어진다. 장을 보고 돌아온 차 안에서 분을 삭이지 못한 수경의 손찌검이 시작되자 이정이 결국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그런 이정을 수경의 차가 들이받는다. 사고라 말하는 수경과 달리 이정은 평소에도 자기를 죽이고 싶어 하던 엄마의 고의적인 행동이라 주장한다. 이를 발단으로 둘 사이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김세인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과정을 준비하며 제작한 영화다. 속옷을 공유할 만큼 내밀한 사이기에 드러낼 수 있는 감정과 각자의 약점을 알기에 할퀼 수 있는 상처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감독은 극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정념 또한 타협 없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신인감독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예리한 집념이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작품에서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임지호는 감정 표현에 서툰 이정의 투박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2시간20분의 긴 러닝타임이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가는 건 영화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양말복 배우의 강렬한 에너지 덕일 것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 넷팩상, 올해의 배우상, KB 뉴 커런츠 관객상, 왓챠상 등 총 5관왕에 올랐으며 제 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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