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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쿄국제영화제 ③ ‘더 럼프 인 마이 하트’ 마쓰무라 싱고 감독 “미지의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영화를 찍는다”
사진 김수영 2022-11-10

아직 남자 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는 치나츠(요시다 미즈키)는 친구들이 놀리는 자신의 큰 가슴이 콤플렉스다. 어느 날, 유방암 진단으로 가슴을 잃을 지경에 놓이자 18살 소녀는 앞으로 누구와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좌절한다. <더 럼프 인 마이 하트>는 유방암이라는 눈에 띄는 소재 외에도 신체적 장애와 서커스 등을 통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불완전한 신체를 다각도로 사유하게 만든다. <한쪽 구석에서 야호> <사랑의 삼진>에 이어 여자주인공의 삶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천천히 확장해나가는 마쓰무라 싱고 감독을 만났다.

- 18살 소녀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설정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남자감독인 걸 알고 놀란다. 유방암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잖나. 만약 내 아내가 유방암에 걸리면 이건 나의 문제가 된다. 결국 모든 사람이 관련 있는 문제다. 다만 젊은이들의 이야기인 만큼 병을 다룰 때 그저 눈물을 자아내는 소재로만 보이지 않도록 주의했다. 영화에서 18살 치나츠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다. 감독을 넘어 그의 삶에 참견하고 싶은 이웃으로서 치나츠에게 그래도 인생은 괜찮다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 세편에 걸쳐 여성의 삶을 면밀히 그려냈다. 여성의 삶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나.

=여성 캐릭터를 고집해왔다기보다 한 인물의 인생이나 사고방식, 삶의 방식을 제대로 포착하려고 노력해왔다. 내가 여자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모르겠지만 성별과 캐릭터의 이해도는 별개 문제다. 남자라고 해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도 있으니까. 다만 나는 내 경험이나 속마음을 털어놓는 타입의 감독은 아니다. 영화를 찍는 일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알고자 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나에게 남성보다 여성이 미지의 대상에 가깝기 때문에 자주 주인공으로 그리는 듯하다.

- 인물간의 오해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가족, 친구 등 애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지만 상대방은 결코 내 마음과 같지 않고 오해는 관계를 계속 변화시킨다.

=내가 시나리오에 끌렸던 것도 오해라는 요소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제 갈 길을 열심히 갈 뿐 악의를 갖고 타인의 삶을 방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장애물이 되고 그런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벌어진다. 치나츠 역시 세상에는 자기가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유방암도 그렇고 그녀의 첫사랑도 마찬가지다. 다만 치나츠가 그런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고 상황을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꿈도 희망도 없던 시절, 영화를 만들면 나 자신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8mm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당신은 어떻게 바뀌었나.

=어떤 대상을 묘사하려고 다가가면 우리는 어떤 것도 완벽한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딘가 고장 나 있거나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영화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 역시 많은 것을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면 만들수록 나는 친절해지고 관대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한국의 홍상수 감독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 역시 그의 영화에 나오는 불완전한 캐릭터들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은 캐릭터들을 묘사하는 데 관대해서 나는 그가 보여주는 세상이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진다. 나 역시 그의 시선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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