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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소개①
씨네21 취재팀 2022-12-01

독립영화의 바람이, 분다

제48회 서독제가 12월1일부터 9일까지 CGV압구정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는 영화가 만들어내는 ‘사랑의 기호’로 독립영화들이 서로 대화하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담겼다. 축제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개막작 <또 바람이 분다>와 본선 장편경쟁에 초청된 8편의 영화, 그리고 ‘뉴웨이브 이후 대만영화의 기수들’ 초청전을 통해 선보이는 8편의 대만영화를 소개한다.

또 바람이 분다

김태일, 주로미 | 한국 | 2022년 | 103분 | 개막작

제48회 서독제의 개막작인 <또 바람이 분다>는 조금 특별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사 ‘상구네’의 ‘민중의 세계사’ 프로젝트의 네 번째 작품이다. 감독 김태일과 주로미,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김상구, 김송이 네 가족으로 이루어진 상구네의 발길은 2009년 광주에서 시작해 캄보디아와 팔레스타인을 거쳐 보스니아로 이어져왔다. “고립되어 빨갱이로 몰렸던 광주 시민, 자본에 밀려나고 있는 캄보디아 부농족, 이스라엘 점령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낭만적인 수사와는 거리가 먼 집시, 이 작품은 네 나라 여성들의 이야기로, 상구네 10년간의 기록이다”라는 오프닝 문구처럼 영화는 세계 곳곳의 민중, 특히 여성들의 아픔과 상흔을 근거리에서 들여다보고 되새겨본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러 상구네의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훌쩍 성장해 있고, 유랑하듯 세상을 떠돈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그들이 다시 쓰는 세계사의 일부가 되어 생생히 빛난다.

2019년, 광주(<오월愛>(2010)), 캄보디아(<웰랑 뜨레이>(2012)), 팔레스타인(<올 리브 올리브>(2016))에 이어 상구네는 보스니아의 집시들에 관한 작업을 시작한다.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체험과 공감으로 극복해가는 그들의 다큐멘터리는 역사 속의 민중을 넘어 민중 속의 역사를 담아낸다. 서로 다른 시공간 속 여인들의 이야기는 다른 듯 닮아 있고, 이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안긴다. _박정원 영화평론가

물비늘

임승현 | 한국 | 2022년 | 100분 | 본선 장편경쟁

1년 전 강물에 손녀 수정을 잃은 예분(김자영)은 시체라도 찾으려는 심정으로 금속 탐지기를 들고 매일 강 속을 수색한다. 수정의 단짝이었던 지윤(홍예서)은 수정의 환영과 물소리의 환청을 들으며 괴로워하면서도 수영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공교롭게도 이때 예분의 평생 친구이자 지윤의 할머니인 옥임이 암으로 죽자 집 나간 아버지 외에 가족이 없던 지윤을 예분이 거둔다.

영화는 상실 이후 남겨진 이들의 마음속 살풍경을 그린다. 특히 회상과 현재의 장면을 기워가며 인물의 고된 심리를 충실히 쌓아가는 과정이 믿음직스럽다. 수정이 죽은 이유가 관건으로 다뤄지긴 하지만 그보다 죽음을 두고 인물들에게 내려진 심적 고통은 죄책감뿐 아니라 불신과 원망 등 다양한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진실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데 더 공을 들인다. 또 이런 원망과 회한이 반대로 상대방에게 연민과 동정심을 일으키는 순간도 착실히 포착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삶과 죽음은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공존한다는 점을 새삼스레 깨닫는데, 작품은 부정과 긍정이 함께하는 우리 마음의 구조도 닮은꼴이라는 사실을 부각한 뒤, 그럼에도 모든 마음이 연민과 이해로 기울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점은 또 한번의 장례를 같이 겪어내는 동안 예분과 지윤이 연대와 평온의 상태에 다다르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함으로써 증명된다. _김성찬 영화평론가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김보람 | 한국 | 2022년 | 90분 | 본선 장편경쟁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오랜 시간 식이장애로 고통받은 채영과 그의 어머니 상옥의 이야기를 그린다. 10여년 전, 15살 때 거식증을 앓기 시작한 채영은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지만 퇴원 후에는 폭식증 증상을 보인다. 굶주릴 만큼 아무것도 먹지 않거나, 토할 때까지 마구 먹는 딸을 지켜보는 상옥 또한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 2019년, 채영은 새로운 삶을 찾아 호주로 떠나고, 상옥은 홀로 집에 남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로 채영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두 사람은 각자의 마음에 묻어두었던 오래된 이야기를 꺼낸다.

생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2017)를 통해 주목받았던 김보람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몸과 마음을 망가트리는 식이장애를 앓는 젊은 여성과 그의 어머니에게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다가간다. 식이장애에 대해 다이어트나 외모 강박 등 미용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기존 시선에서 나아가, 한 개인에게 절대적 영향을 주는 관계와 인정과 지지를 들여다본다. 채영의 아픔을 이야기할 때 채영과 상옥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듯, 두 사람의 관계는 상옥과 상옥의 어머니의 관계와도 연결된다. 그리고 이는 곧 상옥과 채영을 보다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어머니들과 딸들, 그들의 복잡한 내면과 쉽게 정리될 수 없는 삶의 궤적은 뜻밖의 순간 공명하며 치유와 이해로 나아간다. _박정원 영화평론가

퀴어 마이 프렌즈

서아현 | 한국 | 2022년 | 83분 | 본선 장편경쟁

이성애자 여성인 아현과 동성애자 남성인 강원은 대학에서 만난 친구 사이다. 기독교인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닮은 점이 없는 두 사람의 우정은 어쩌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특별한지도 모르지만, 그 차이점이 때로는 아현을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강원은 26살 생일을 맞아 커밍아웃을 하고, 아현은 그런 강원을 카메라에 담는다.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미국과 독일, 한국을 오가며 분투하는 강원과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현은 각자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한 아현은 카메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강원의 마음을 인지한다. 그 한계에 대한 성찰은 아현을, 영화를 한층 성장시킨다. _박정원 영화평론가

* 이어지는 기사에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소개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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