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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한국 영화감독 여자 축구팀 베스트 11
이주현 2022-12-02

12월2일(한국 시간) 열리는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E조 최종전은 역사적인 경기가 될 예정이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심판진이 피치 위에 서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경기에서 휘슬을 불게 된 최초의 여성 주심은 프랑스의 스테파니 프라파르. 그는 2020년 여성 심판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주심을 맡은 바 있다. 독일과 코스타리카 경기에선 브라질의 네우자 백, 멕시코의 카렌 디아스 심판이 부심으로 함께 나선다. 1930년 월드컵이 시작된 이래 여성이 주심을 맡은 것도 여성 심판으로만 심판진이 꾸려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저기서 “이것은 스포츠계의 또 다른 진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작지만 큰 걸음을 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경기를 조율할 수만 있다면 심판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에 시작되는 경기지만 이 경기만큼은 선수 때문이 아니라 심판 때문에 꼭 챙겨 보고 싶다.

여성 심판 얘기를 꺼냈으니 자연스레 여성 축구팀 얘기로 넘어가보자. “한국 영화감독 여자 축구팀 베스트 11은 다음 기회에.” 지난주 에디토리얼을 이렇게 마무리한 뒤, ‘다음 기회’가 4년 뒤가 되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장 가상의 한국 영화감독 여자 축구대표팀을 꾸려보기로 한다. 이번에도 역시 축구 재능과 운동 실력이 아닌 내 맘대로 이미지 캐스팅이다. 지난주 남자 축구팀 베스트 11과 달리 이번 포지션은 4-4-2. 투톱 공격수는 문소리변영주 선수다. 문소리는 평소 현대무용으로 체력과 유연함을 길러왔으며 긴 팔다리와 날렵함이 무기인 선수다. 반면 변영주 선수는 말발이 무기다. 논리적이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전방에서 공격을 주도할 선수로 변영주만 한 인물이 없다. 미드필더에는 김보라, 이옥섭, 이경미, 김초희 4명의 선수를 배치해본다. 1초에 최대 90번 날갯짓을 하는 ‘벌새’처럼 부지런히 세계 영화제를 누빈 김보라 선수가 부지런히 초록의 그라운드를 누벼주기를 기대한다. <메기>의 이옥섭 선수는 젊고 아이디어가 좋아서 창의적인 패스를 뿌릴 줄 안다. 이옥섭 선수가 선발로 뛸 땐 구교환 배우가 응원차 운동장에 커피차를 보내줄 확률도 높다. <비밀은 없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선수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도록 집요하게 중원에서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선수는 왠지 팀에 복을 가져다줄 것 같다.

수비수 4명은 신수원, 윤가은, 이언희, 장유정 감독이다. <오마주>로 올해 기쁜 일이 많았던 신수원 선수는 중년의 묘책으로 수비 조직력을 강화할 것이고, <우리들> <우리집>의 윤가은 선수는 온화한 성정으로 팀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 윤가은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제목으로 <우리팀>을 추천하는 바다. <미씽: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선수는 자신의 영화 제목답게 상대 공격수들을 싹 지워버릴 것이고, <정직한 후보>의 장유정 감독은 ‘진실의 주둥이’로 상대팀을 교란할 태세를 갖췄다. 골키퍼는 핸드볼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골키퍼 역을 맡았던 조은지 선수.마지막으로 이 팀의 감독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 스포츠영화를 찍어본 적 있어 누구보다 팀워크를 잘 아는 감독이다. 심판으로는 저를 불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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