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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소설 '랑과 나의 사막' 펴낸 천선란 작가
진행 이다혜 배동미 2022-12-02

그리움에 대한 우화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97226325643005953)

이다혜 @d_alicante <랑과 나의 사막>은 멸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844년경 전쟁의 시대 이전에 만들어졌다가 사막에 묻혀 있던 로봇 고고에게 생명을 준 인간 랑이 사망하면서부터의 이야길 담고 있습니다. 랑이 가고 싶어 했던 과거로 가는 땅을 찾아 고고는 혼자 길을 떠나는데요, <어린 왕자>의 SF 버전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천선란 작가님을 모시겠습니다.

천선란 @hdmhbook 안녕하세요, 소설가 천선란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처음 작품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천선란 @hdmhbook 짧은 소설을 잘 써보자가 계기였어요. 분량은 300매 정도였고 지난해에 써서 올해 1월 <현대문학>에 실었어요. 주인공 이름 ‘랑’은 제 이름 ‘란’에서 따왔어요. ‘란’은 제 어머니 이름 중 한 글자예요. 이 소설은 아픈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나 그리움을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아요. 직설적인 이야기를 짰다가 몇번의 과정을 거치며 동화적인 얘기가 됐어요.

이다혜 @d_alicante 랑이 죽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랑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각인되는 방식은 고고를 통해서입니다. 우리가 랑을 오랫동안 만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끝날 때쯤 랑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됩니다. 랑과 고고, 두 캐릭터를 어떻게 떠올렸나요.

천선란 @hdmhbook 랑은 제가 그리워하는 한 시절을 아예 인격화시켜서 묶어놓은 존재예요. 전작 <천 개의 파랑>에 “그리운 시절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거야”라는 문장이 있는데, 어쩌면 그건 희망사항이었던 것 같아요. <천 개의 파랑> 속 로봇 콜리가 결국 행복을 이뤄냈다면, 고고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과거로 가길 택하는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이다혜 @d_alicante 로봇을 1인칭 주인공 화자로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작업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천선란 @hdmhbook 로봇을 1인칭 화자로 쓸 때 고민한 지점 중 하나는 ‘내가 과연 고고를 일인칭으로 설정해두고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일까?’였어요.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억누른다거나 억눌러진다거나 속박될 수 없는 감정이란 거였어요. 고고가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면, 그 자체가 그리움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천 개의 파랑>을 쓴 데다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란 주제 자체가 SF에서는 오랫동안 다뤄지기도 해서 망설이긴 했어요. 그럼에도 화자가 고고일 때만 나올 수 있는 문장들이 있었어요. 그걸 포기할 수 없어 글로 쓰기 시작했어요.

이다혜 @d_alicante 사막을 배경으로 쓴 이유가 있을까요.

천선란 @hdmhbook 어렸을 때 아버지가 처음 간 해외 출장지가 멕시코였고, 그 뒤에도 아버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많이 가셨거든요. 돌아오면 사막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어요. 사막에 가면 저 멀리까지 모래언덕뿐이고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거나, 은하수가 펼쳐질 때 지평선과 맞닿을 정도로 드넓어서 황망하고 아름답기도 한 공간이라고요. 사막에 대한 이미지가 어릴 때부터 잡혀 있었어요. 사막은 아직까지 가보지 않아 저에겐 낯선 행성 같고 모든 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다혜 @d_alicante <랑과 나의 사막>을 읽으면서 작가가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방식으로 대화를 잘 쓴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능하고,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대목도 세련됐어요.

천선란 @hdmhbook 대화는 대체로 초고 그대로 쓰고 퇴고 때에도 거의 바꾸지 않요. 과몰입한 상태, 캐릭터에 빙의한 상태에서 나왔던 대사를 못 건드리겠더라고요. 저는 평소 주변 사람들의 말투나 대화 방식을 잘 캐치하는 편이거든요. 성대모사를 잘한다거나 어떤 상황에서 친구가 어떻게 반응할지 잘 관찰하는 편이라 대화에 각각 캐릭터의 특징을 넣어 일관되게 써내려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마지막으로, <랑과 나의 사막>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 소설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요.

천선란 @hdmhbook 책이 나올 때쯤인 10월29일 참사가 일어났고 많이 힘들었어요. 모두가 힘들었죠. 그때 알라딘 소설 MD가 “10월은 이유 없이 갔다. 존엄한 작별에 대한 적절한 우화를 읽기에 적당한 11월의 첫주, 천선란의 소설을 소개한다”라고 ‘편집장의 선택’에 써주셨어요. 그 글을 읽고 저도 책을 다시 한번 펼쳐봤거든요. 이 책을 지금 읽어보세요, 보다는 아껴두고 있다가 언젠가 마음이 버석버석할 때 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동미의 책갈피

-글을 쓰기 전 작가님만의 리추얼이 있나요.

=저는 소설을 쓰기 전에 약간의 과몰입 시간이 필요해요. 전에 어디까지 썼는지, 그리고 제가 어떤 주인공을 그리고 있었는지를 떠올리고 감정이입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랑과 나의 사막>은 아주 먼 미래 척박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환경보호를 위해 작가님이 홀로 실천하는 행동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예전에는 완전 비건이었다가 요즘에는 조금 타협해, 하루나 며칠 동안 육식을 하지 않는 비건식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막에 떨어져서 평생 한편의 SF영화만 봐야 한다면 어떤 영화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스티븐 스필버그의 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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