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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위치' 마대윤 감독, 배우 권상우, "가족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
김수영 사진 최성열 2023-01-12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인생이 바뀌었을까?’ 마대윤 감독은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상상을 밀어붙였다. 톱스타 박강(권상우)과 그의 매니저이자 절친한 친구 조윤(오정세)의 인생이 하룻밤 새 뒤바뀐다. 배우를 꿈꾸던 두 사람이 함께 치른 최종 오디션 날, 박강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미래로 뚝 떨어진 거다. 익숙한 상황 역전극이지만 상황 마다 공감 요소를 잘 살린 시나리오에 권상우, 오정세 두 배우의 개그 시너지가 돋보인다. 새해 극장가에 첫 포문을 연 <스위치>의 마대윤 감독과 권상우 배우를 만났다.

- 권상우 배우가 ‘자신의 커리어를 집대성한 영화’라고 할 만큼 <스위치>에는 배우의 매력이 잘 녹아들어 있다. 드라마 <슬픈연가>의 밈으로 유명한 ‘소라게 패러디’부터 과거 권상우 배우가 거쳐간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많다.

마대윤 시나리오 초고를 보고 제작사 대표님이 권상우 배우가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주셨다. 아예 상우씨를 겨냥해서 써보기로 했다. 배우의 모습을 연상해서 캐릭터를 빌드업하고 배우의 개인적인 요소를 시나리오에 적극 반영했다. 권상우 배우가 초창기에는 <슬픈연가>나 <천국의 계단> 등 멜로드라마를 주로 했다. 이후 <신의 한수: 귀수편> 같은 액션, 코미디인 <탐정> 시리즈 등 다양한 장르를 거쳐왔더라. 시나리오를 쓸 때 권상우 배우의 이런 다양한 매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구상했다.

권상우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결정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보다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고 내가 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 끈끈한 우정을 가진 톱스타와 매니저가 서로 바뀐다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매니저 생활을 다룬 예능도 있잖나. 관객도 배우와 매니저의 일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다. 행복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말하는 이야기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

- 상황이 유발하는 코미디도 있지만 배우들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웃음이 크다.

마대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고 싶었다. 특별히 디렉션하지 않았고 카메라 워킹도 자제했다. 아이들이 계속 뭔가 하고 있어 커트도 많이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뭐가 시나리오고 뭐가 애드리브였는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다양한 시도를 했고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했다.

권상우 극중 왕 연기를 하다 짜증내면서 골프백 꺼내는 장면도 현장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왕 복장으로 골프 스윙하는 것 자체가 웃기잖나. 어떻게 하면 박강이 더 안하무인처럼 보일까 고민하면서 떠오르는 것들을 시도해봤다.

마대윤 그 장면 찍을 때 느낌이 좋았다. 오정세 배우나 아이들의 애드리브도 많이 반영됐다.

- 권상우 배우는 지난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위기의 X>에서도 생활밀착형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스위치>의 박강 역시 연장선상에 놓인 캐릭터다. 어떻게 접근해나갔나.

권상우 안하무인 톱스타든 평범한 남편이든 코미디 장르에서는 캐릭터가 밉지 않게 보였으면 좋겠다. 일부러 선한 척 연기하지는 않지만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연민이 가는 캐릭터로 그려내려고 했다. 나 역시 그런 캐릭터에 마음이 간다. 박강은 안하무인 그 자체지만 생각이 아예 없지는 않다. 스캔들을 일으키고 실수를 하지만 외로운 사람이다. 그게 인간적으로 보여서 애착이 갔다. 나와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예전에 매니저한테 짜증을 낸 상황이 있었을 거다. 나와 닮은 점을 찾아 유쾌함을 더하기 위해 조금 더 과장되게 표현하려고 했다.

- 상황 역전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이 있지만,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설득되어 이야기에 쉽게 몰입된다.

마대윤 한국영화에 따라붙는 신파라는 코드가 있잖나. 관객은 담담하게 보고 있는데 영화가 우는 것만은 지양하고 싶었다. 영화에서 상우씨는 울음을 참고 있지만 관객이 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찍었다. 유머는 웃음의 타율이 좋아야 한다. 코미디의 두 대가가 만난 만큼 일부러 웃기려고 하기보다는 상황이나 캐릭터에서 나오는 아이러니를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유머는 촬영할 때 스탭들의 반응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었다. 스탭들이 웃으면 내심 기쁘고 웃지 않으면 슬퍼하며 반성하고. (웃음)

- 반성한 후에 다시 촬영하거나 보완했나.

마대윤 ‘소라게 패러디’의 경우 시나리오에 한번 정도 나오는데 현장에서 잘 포착되지 않았다. 그래서 반성하고 그다음 경찰서 신에서 과감한 클로즈업으로 발전시켰다. 그때도 <슬픈연가>의 소라게 신을 모르는 스탭들이 웃지 않고 의아해했다. 나중에 덜어내더라도 찍을 때 잘 찍어두자고 과감하게 찍었는데, 완성하고 나니 다들 재미있어 했다. 상우씨와 첫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캐스팅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소라게 이모티콘을 보내왔는데 그게 너무 웃겼다. 그때 무조건 이 장면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 <위기의 X> 제작보고회 당시 권상우 배우는 “안 웃기면 은퇴하겠다”라고 했다. 코미디 연기를 잘하기도 하지만 대단히 즐기는 것 같다.

권상우 코미디가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무기가 됐다. 2000년 초반부터 좋은 코미디영화가 많이 있었다. 블록버스터영화만큼 큰 제작비가 들진 않지만 <극한직업>처럼 매년 한두 작품씩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나오기도 했다. 관객을 웃기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밝고 사랑스러운 영화를 선호한다. 휴먼코미디영화로 정점을 찍어보고 싶다. 늘 얘기하지만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흥행 스코어를 깨는 게 나의 목표다. <스위치>로 깨보고 싶다.

- 감독님은 전작 <그래, 가족>에 이어 또다시 가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권상우 배우도 필모그래피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많다. 가족영화에 특별한 애착이 있나.

마대윤 특별히 가족영화를 선호하기보다 캐릭터에 관심이 많다. 예전부터 <어바웃타임>처럼 웃음과 감동이 있는 해피무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스위치>도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에 보면 행복해지는 영화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권상우 가족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선택하지는 않지만 <스위치>는 가족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아빠의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영화다. 어머니도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 오랜만에 시사회에 초대했다.

- 영화를 보고 나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촬영하면서 실제로 이런 상상을 해보진 않았나.

권상우 결혼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 일에 대한 마음가짐도 지금처럼 진취적이지 않았을 것 같다. 이미 아이들이 곁에 있는데 그들이 없는 삶으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다. 우스갯소리지만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2000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드라마와 영화를 다 찍고 싶다. 타율 100%의 배우가 됐을 텐데. (웃음)

- 영화 첫 장면에서부터 권상우 배우는 상의를 탈의한 채 맨몸으로 등장한다. 새해인 만큼 어떻게 하면 그렇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마대윤 상우씨가 이렇게 말한 게 기억난다. “감독님, 이 영화 은근히 많이 벗네요.”

권상우 지금 얘기하지만 첫 장면은 아쉬움이 많다. 촬영 당시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잘 걷지도 못하고 겨우 움직이던 때였다. 하체 운동을 하지 못한 상태라 지금 보니 힙이 너무 없고 다리 근육이 많이 빠져 있더라. 솔직히 아쉽다. 다시 찍고 싶어.

마대윤 그때 ‘CG로 좀 채워줄게요’라고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그렇게까지 못했다. (웃음)

권상우 나도 배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운동을 못했을 것 같다. 나중에 어떤 액션영화에서 이런 동작을 보여주고 싶다, 하면서 멋진 상상을 한다. 항상 그런 꿈이 있기 때문에 운동은 나만의 준비 과정이자 나만의 만족으로 생각한다.

- 실제로 올여름 액션영화를 준비하고 있지 않나. 그게 강력한 동기가 되겠다.

권상우 올해 준비 중인 두 번째 영화는 내가 제작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기도하는 남자>의 강동헌 감독이 연출한다. <송곳>(가제)이라는 액션 멜로이고 주연도 맡을 예정이다. <스위치>가 힘 있고 좋은 영화로 입소문이 나서 2023년을 기분 좋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마대윤 <스위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이 끝날 즈음 팬데믹이 종식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일상을 회복해나가는 2023년 새해, <스위치>로 유쾌한 바이러스가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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