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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 배동미·남선우의 TGV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박재범 감독, 이윤지 미술감독과의 대화
남선우 2023-01-20

툰드라의 설원으로 떠나는 모험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배동미·남선우의 TGV’는 개봉을 앞둔 신작 영화의 창작자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615345730289545220)

#바다와 사막을 지나 설원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를 거쳐 오는 1월25일 개봉하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이하 <엄마의 땅>)은 45년 만에 탄생한 한국 스톱모션 장편애니메이션이다. 한컷을 촬영하는 데 평균 여덟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이 작품의 주 무대는 툰드라의 설원. 앞선 단편에서 바다(<빅 피쉬>)와 사막(<스네일 맨>)을 누빈 박재범 감독이 전작과 반대되는 공간을 구상한 덕에 도착한 곳이다. 그가 자주 듣는 말은 “왜 계속 광활한 자연을 배경 삼아 영화를 만드느냐”라는 질문. 그 자신도 나중에야 알아챘다는 공통점에 대해 박재범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인물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특히 자연 앞에 선 인물은 어쩔 수 없이 생과 사의 순간에 놓이게 돼요.” 여기에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를 찍은 장경수 책임 프로듀서로부터 얻은 자문이 더해지자 <엄마의 땅>에 살이 붙었다. “직접 툰드라에 다녀온 분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얘기를 들으니 영화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떠올리며

박재범 감독은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툰드라에서도 보편적일 정서를 불러왔다. “제가 5살 때 어머니가 잠깐 아프셨어요. 나를 계속 지켜줄 것 같았던 어머니가 영원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고 느꼈죠. 그때 두렵고 불안했던 기억이 툰드라라는 배경과 결합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졌어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녀 그리샤가 아픈 엄마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샤와 나이 터울이 큰 남동생 꼴랴의 관계도 만든 이들의 경험으로부터 왔다. “제가 남동생과 5살 차이가 나요. 어린 시절에 그 정도면 체급 자체가 다르죠. 제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땐 동생이 까불면 쥐어박고 싶었어요. (웃음)” “남동생 같은 오빠”가 있다는 이윤지 미술감독도 그리샤와 꼴랴의 ‘현실남매’ 케미스트리에 도움을 줬다고. 그리샤의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한 그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모녀 사이의 감정선에 대해서도 여러 코멘트를 해줬다고 한다.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도록

그렇다면 모든 것이 미술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작업에서 각각 감독과 미술감독의 크레딧을 나눠 가진 두 사람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이들은 그 구분이 명확했다고 전했다. “감독은 프로젝트가 목표 지점에 갈 수 있게끔 길을 닦아야 해서 어디 하나 빠지는 곳 없이 모든 파트에 관여하죠. 미술감독은 감독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구현하는 사람이고요. 그래서 애니메이터로도 참여하면서 촬영, 세트 제작, CG까지 역할이 맞물려 있었어요. 어떤 재료를 쓰고, 조명을 비추고, 소품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낼 수 있기에 매 장면 감독, 촬영감독과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이윤지) “각 파트의 담당자들이 해당 파트의 연출자라고 생각해요. 감독으로서 스탭 각자의 장점이 잘 발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그 부분을 재능 많은 윤지 미술감독이 잘 이끌어줬죠.”(박재범)

#베이킹 소다와 천으로 만든 환상

박재범 감독이 콕 집은 이윤지 미술감독의 재주는 디테일에서 빛났다. 먼저 설원부터 흩날리는 눈발까지 표현하기 위해 수십번의 재료 테스트를 했다고. “눈은 카메라에 어떤 깊이로 담기느냐에 따라 다른 재료를 사용했어요. 자연을 표현하는 것이니 유해한 재료는 피하고 싶었죠. 먼 곳에 있는 눈은 베이킹 소다로, 가까이 보이는 눈의 결정은 3D 펜으로 작업해 촬영했습니다.”(이윤지) 영화에서 가장 환상적인 장면인 오로라 신도 수작업을 필요로 했다. “3D 이펙트로는 이질감이 들 것 같아 하늘하늘한 천을 이용했어요. 단체로 부산진시장에 가서 천을 떼와 스튜디오에 펼쳐놓고 조명을 쐈어요.”(박재범) 이 밖에도 <엄마의 땅>은 캐릭터 인형들의 얼굴 골격, 그리샤 집을 채운 빈티지 스타일의 식기 디자인 등 눈여겨볼수록 감탄하게 하는 구석을 한아름 품고 있다.

#지혜로운 협업 생활

박재범 감독과 이윤지 미술감독은 2016년 단편 <빅 피쉬>로 호흡을 맞춘 이래로 7년째 같이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오진희, 신영식의 동화 <짱뚱이네 집 똥 황토>를 원작으로 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도 차기작으로 함께한다. 두 사람은 <빅 피쉬>의 입으로 뛰어드는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만든 스톱모션 전문 제작사 ‘스튜디오 요나’에서 창작 활동을 지속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엄마의 땅> 제작이 잠시 멈춰야 했을 때도 요나는 헤엄쳤다. 이윤지 감독의 제안으로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이라는 단편을 찍은 것. 가볍고 재밌게 고난을 이겨내자며 일상을 에피소드화한 이 작품은 이윤지 감독과 박재범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이윤지 감독은 오랜 협업의 비결을 서로의 차이로 설명했다. “저는 흥미로운 이미지를 팍팍 잘 떠올리지만 정리를 못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박재범 감독은 정리를 아주 잘해요. 아이디어들을 잇고 구성을 잡아주죠.” 박재범 감독도 동의했다. “저는 너무 진지하죠. 의미 부여하는 걸 좋아하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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