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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컨버세이션’, 영화가 발견한 대화의 요소들
김예솔비 2023-02-22

<컨버세이션>은 대화에 관한 영화이고 그것을 애써 초과하려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얼굴을 보지 않고 나누는 대화,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대화, 누가 더 최악인지 겨루는 대화, 나란히 걷기 위해 슬며시 청하는 대화, 반환점을 돌아 점으로 사라져버린 대화를 응시하는 영화다. 평범하지만 미묘한 발견들이면서 유난스럽게 들여다보아야만 진가를 노출하는 것들이다. 은영(조은지)과 승진(박종환)을 중심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대화들이 교차한다. 대화들의 병렬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인물들의 전사가 후술되는 식으로 이들의 사정을 추론하는 구성을 취한다. 이는 서사를 흥미롭게 하는 장치이기보다 어떤 이와의 평범한 대화를 통해 한 사람의 내면을 촘촘히 전사하는 대화의 속성 자체를 체화하려는 태도에 가까워 보인다. 무엇보다 <컨버세이션>에서 대화는 이야기의 발견이나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화는 한정된 프레임을 넘어서지 않고, 영화는 고정된 자리에서 현실에 발붙일 곳 없이 부유하는 인물들의 붕 뜬 발밑을 주시할 뿐이다.

대화는 흔히 말들의 교환으로 여겨지지만 <컨버세이션>은 말이 아니거나 교환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대화일 수 있는 요소들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말과 말 사이, 멈칫거림과 침묵, 몸짓과 같은 대화의 잔여물을 곱씹어보게끔 한다. 독백에 가까운 편지와 끊긴 전화 너머로 허무함을 삼키는 얼굴도 대화가 될 수 있을까. 대화는 영화의 운동을 촉발할 수 있을까. 영화 내내 고립을 지켰던 대화들이 불현듯 프레임을 이탈하려는 카메라의 충동을 자극하는 마지막 움직임을 눈여겨보게 된다. 독립영화의 굵직한 존재감을 맡고 있는 조은지, 곽민규, 박종환이 선보이는 연기의 균형과 탄력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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