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이후 러브콜이 주는 고민
작가가 따뜻함에 날카로움을 절묘하게 담아낸 데는 그의 이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신하은 작가는 시인을 꿈꾸던 사람이다. 그는 국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공부했다. 짧은 문장 안에 여러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훈련이 돼 있다. 그것이 <갯마을 차차차>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명대사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어릴 땐 막연히 뭐라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글짓기에서 상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국문과에 가서 뭔가 쓰는 사람이 되리라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의 작품에는 시집이 자주 등장한다. <갯마을 차차차>에서 홍반장이 혜진한테 시를 읽어주는 장면은 간접광고 의심도 받았는데, 작가가 고심해서 정했다고 한다.
드라마 작가가 운명이었나보다. 현대시를 공부하던 대학원에서 인문학 축소 분위기가 겹치면서 지도교수가 은퇴했고 공백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 틈에 작가교육원에 등록해 다니면서 드라마 작가를 꿈꾸게 됐다. 시인 대신 드라마 작가의 손을 잡았지만, 오랫동안 시를 읽고 쓰고 해오던 습관이 작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됐나보다. 대본을 써본 적도 없는데 혼자 술술 써서 갔다. “혹시 내가 자질이 있나 궁금해서 미리 대본을 써봤어요.” 교육원 기초반을 건너 연수반과 전문반, 창작반까지 한 학기에 두세편씩 대본을 썼고 그것이 자산이 됐다. 오펜에선 태어나서 다섯 번째 썼던 단막극 <문집>으로 당선했다. “전문반 때 쓴 건데 제가 쓴 것 중 가장 미숙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집>이 당선된 거 보고 자기 검열을 해서 숙련됐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어쩌면 신선하게 쓰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하은 작가는 <갯마을 차차차> 성공 이후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마냥 행복해할 줄 알았는데 드라마를 좋아하고 작업하는 과정도 즐기는 이 작가는 요즘 오히려 더 고민에 빠져 있다. “<갯마을 차차차>도 저 스스로는 원작이 있는 작품에서 출발했기에, 다음 작품에선 오롯이 내 것으로 평가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성실한 것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 열심히 써서 좋은 작품 보여드리겠습니다.” 뭐가 됐든 따뜻한 작품이 될 것이다. <갯마을 차차차> 때보다 등장인물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살아야 하듯, 드라마도 오직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되새김질해보는 신하은 작가의 집필관이다.
에필로그
신하은 작가를 만나고 난 뒤 한 가지는 명쾌해졌다. 좋은 드라마를 쓰려면 시를 가까이해야 한다는 것! 사람을 통찰하는 마음, 적재적소의 대사까지. <갯마을 차차차>를 보고 박수를 보내면서도 궁금했던 점들이 해소됐다. 작가는 현대시를 전공했고 지금도 시를 읽고 쓰고 사랑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시의 힘은 어디까지일까. 대사를 탄탄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갯마을 차차차>에는 그냥 나온 문장이 없다. 불필요한 대사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마디에 여러 의미를 담아 내뱉는 데도 시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대본 집필뿐만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말을 쏟아내는 우리한테도 시는 필요한 것 같다. 극중 혜진의 대사처럼 제발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자. <갯마을 차차차>에도, 작가가 공동집필자로 참여한 <아르곤>에도 시 한편이 등장한다. 작가가 보내준 서재 속 책상 위에도 시집이 놓여 있다. 시를 좋아하는 신하은 작가의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