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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1년 박스오피스 분석: 모험하지 않는 관객 시대의 도래
이유채 2023-04-07

2021년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졌다. 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11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에 들어갔으나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의 폭증과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2020 도쿄올림픽이 7월에 개최됐고 한국은 종합 1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4월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는 집권 여당이 참패했고, 전직 대통령 노태우씨가 10월, 전두환씨가 11월에 각각 사망했다.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미나리>),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성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첫 발사와 같은 쾌거도 있었다.

디즈니와 마블 영화 일색

2021년 박스오피스 톱10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전년도와는 정반대로 두편의 한국영화(<모가디슈> <싱크홀>)를 제외한 나머지 8편 모두가 외국영화라는 점이다. 팬데믹으로 개봉을 연기했던 경쟁력 있는 신작 외화가 2021년 5월 이후 국내에 잇따라 상륙했고 이에 관객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8 대 2 구도가 완성됐다. 2021 박스오피스 톱10은 디즈니 영화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로 거칠게 분류할 수 있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또는 시리즈 영화라고 뭉뚱그릴 수도 있겠다. 그런 영화들이 포진된, 과장을 보태 하나의 영화가 걸린 듯한 느낌마저 주는 톱10은 2021년의 관객이 작품 선택에 있어 어떤 모험도 원하지 않고 마블과 디즈니로 대표되는 검증된 브랜드 영화를 선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강효미 퍼스트룩 대표는 티켓값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여러 영화를 선택해서 볼 만한 여유가 있었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지금은 이 영화, 저 영화 다 보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은 어떻게 생존한 한국영화 두편이 되었나

외화가 점령한 박스오피스에서 살아남은 그 두편의 한국영화가 바로 <모가디슈>(7월28일와 <싱크홀>(8월11일)이다. 개봉마저 비슷한 시기에 한 두편은 코로나19 4차 유행의 직격탄을 함께 맞고도 8월 한 달간 각각 200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내며 시너지를 가져왔다. 우선 두 한국영화는 어떻게 외화가 점령한 시장에서 개봉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두 영화에는 같은 아군이 있었다. 한국상영관협회다. 여기서 주도하는 한국영화가 여름 성수기에 개봉할 경우 총제작비 50% 회수 보장을 약속하는 파격적인 지원 혜택의 대상작으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모가디슈>와 쇼박스의 <싱크홀>이 선정된 것이다. 김현철 롯데컬처웍스 배급팀장은 “순수 제작비가 워낙 컸던 터라 손익분기점 달성에 대한 리스크가 있었으나 지원금으로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설명했다. 김세형 롯데컬처웍스 콘텐츠전략 팀장은 “<모가디슈>가 이때 개봉한다는 것 자체가 코로나19 속에도 산업을 살리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그러한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고. <모가디슈>의 개봉은 영화관, 제작사, 배급사, 영화진흥위원회 등 모두가 힘을 들였다는 의의가 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혜택받은 두 영화는 어떻게 관객의 사랑까지 받을 수 있었을까. 탈출 서사의 형태를 갖춘 두 영화 모두 우선 제대로 보여줬다. <모가디슈>는 모로코 올 로케이션으로, <싱크홀>은 초대형 싱크홀로 생생하게 현장을 구현했다. 그리고 <모가디슈>는 “남북 대립 관계 같은 정치적 요소를 배제” (이채현, 이나리 호호호비치 공동대표, <모가디슈>의 마케팅 담당)하는 쪽으로, <싱크홀>은 “지친 사회 분위기에 활력을 줄 수 있도록 항상 밝은 컨셉을 유지” (최경미 영화사 하늘 실장, <싱크홀> 마케팅 담당)하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쳐 각각 딱딱하지 않고, 우울하지 않은 영화라는 이미지를 관객에게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최종적으로 <모가디슈>는 361만명을 모아 2위에, <싱크홀>은 219만명을 모아 6위에 올라 생존했다.

강력한 팬덤이 관객을 이끈다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신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노 웨이 홈>)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12월15일)해 556만명을 기록하며 1위를 장식했다. 이 영화의 마케팅을 담당한 박주석 영화인 실장은 <노 웨이 홈>의 결정적 흥행 요인을 팬덤으로 봤다. “특별한 홍보 없이도 보러 갈 결심을 한 팬들이 많았다. ‘삼스파’(세명의 스파이더맨)가 나오냐 안 나오냐를 홍보사보다 먼저 찾아보고, 각종 영화 관련 정보를 이미 공유했을 거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가뿐히 천만을 넘었을 영화다. 아쉽다.”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가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1월 방학 시즌(1월27일)에 개봉한 뒤 장기 흥행으로 215만명을 모으며 7위를 장식했다. 익명의 애니메이션 홍보마케팅사 대표는 “좋아할수록 더 깊숙이 빠지고 행동력이 남다른 덕후들이 주축인 만큼 팬덤 영화의 수명은 앞으로도 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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