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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부터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까지, 칸영화제 화제작 살펴보기
송경원 2023-06-02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

아우슈비츠 사령관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와 그의 아내 헤드윅(잔드라 휠러)은 수용소 가장자리에 가족을 위한 호화로운 집을 지어 생활한다. 어느 날 루돌프가 베를린으로 발령이 나자 헤드윅은 자신들의 낙원이 부서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분노한다.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다섯 자녀와 함께 푸른 강변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회화적으로 그리며 시작한다. 거짓된 에덴 동산의 포장된 이미지를 통해 담장 바깥의 지옥을 상상하게끔 유도한다. 자로 잰 듯 깔끔하고 절제된, 기하학적인 화면으로 홀로코스트의 끔찍함을 더듬는 문제작. 극도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사운드나 갑자기 등장하는 네거티브 필름 화면 등 매 시퀀스가 현대미술처럼 다가온다. 쨍하고 밝고 푸르게 끔찍한, 괴물 같은 영화

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

감독 누리 빌게 제일란

아나톨리아 시골의 한 지방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사멧(데니즈 셀릴로글루)은 답답한 시골 마을을 벗어나 이스탄불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동료 교사 케난과 함께 지내던 사멧은 여학생들과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한편 테러 공격으로 다리를 잃은 동료 교사 누레이(메르브 디즈다르)와도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며 주변을 혼란스럽게 한다. 혐오스럽고 비겁한 한 남자의 도덕적인 파산을 따라가는 영화는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고유한 스타일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긴 대화로 이어지는 사색적인 순간들, 한폭의 회화 같은 롱숏 등 특유의 스타일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추함에서 끝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독의 장기가 정점을 찍었다.

괴물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도시의 하늘을 밝히던 화재가 일어난 밤, 미나토(구로카와 소야)는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와 이를 구경한다.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미나토의 모습에서 불안을 느낀 엄마는 담임 교사 미치토시(나가야마 에이타)를 추궁한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학교 폭력 사건을 두고 엄마, 교사, 아이들의 시점으로 다르게 재구성한다. 플롯의 설계부터 장면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프레임, 시점의 이동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과 닮아 있으면서도 몇몇 지점에서 분명한 변화가 감지된다. 고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곡하고 연주한 음악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두 소년의 솔직하고 투명한 연기가 관객의 마음을 장악한다.

유레카

감독 리산드로 알론소

3부로 구성된 영화는 서로 다른 3개의 시공간을 통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기원과 영혼을 더듬는다. 1부는 과장된 흑백의 서부극이다. 1.33:1 화면비의 서부극은 이윽고 1.85:1로 전환되어 사우스다코타 보호구역 내 아메리카 원주민 경찰관(알라이나 클리퍼드)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긴 밤 순찰을 이어가는 경찰관의 모습은 출구 없는 미로에 갇힌 것처럼 도돌이표를 찍는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황새의 비행을 따라 70년대 아마존 강가 어디쯤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서부극에서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당했다가, 현재에서는 보이지 않는 감독에 갇힌 듯하고, 아마존에서는 모든 것을 빼앗긴 상태로 내몰린다. 스크린을 뚫을 듯 깊숙이 파고드는 수직의 운동과 피사체를 정중앙에 붙잡아두는 집요한 프레임이 아름답게 꽉 차 있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감독 웨스 앤더슨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소행성이 불시착해 분화구를 남긴 것으로 유명한, 작은 사막 마을이다. 어느 날 이곳에서 열리는 ‘우주 사관생도 대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어린 세딸에게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밝힐 용기가 없는 폐쇄적인 사진작가 어기(제이슨 슈워츠먼), 그의 똑똑한 아들 우드로(제이크 라이언), 천문학도를 꿈꾸는 디나(그레이스 에드워즈), 매력적이지만 고뇌에 빠진 할리우드 배우 밋지(스칼렛 요한슨)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북적이던 어느 날,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외계인이 나타나며 화제가 되고 정부는 도시를 격리 조치한다. 톰 행크스, 스티브 카렐, 마고 로비 등 할리우드의 거물급 배우들이 출연한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사막의 메인 스토리와 뉴욕의 비하인드 시퀀스를 병치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오클라호마주의 아메리카 원주민 오세이지 부족에 자행된 끔찍한 범죄의 전말을 추적한다. 조상 대대로 살던 땅에서 쫓겨난 오세이지 부족민은 석유 개발로 부자가 되지만 백인 후견인의 요청이 있을 때만 돈을 나눠줄 뿐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오세이지 페어팩스 마을의 실질적인 권력자 ‘킹’ 빌 헤일(로버트 드니로)의 조카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린다. 오세이지족인 몰리(릴리 글래드스턴)와 결혼한 어니스트는 킹의 지시 아래 오세이지족의 재산을 착취하는 부도덕한 범죄에 동참한다. 미국의 어두운 얼굴, 범죄 스릴러 스타일, 식민주의와 여성 혐오에 대한 깊은 탐구가 돋보이는 거장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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