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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김태곤 감독, 속도감 있게 쭉 내달리는 영화로
송경원 2023-06-02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는 제목 그대로 재난 탈출 블록버스터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낀 날, 인천공항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 대형 연쇄추돌 사고가 일어나 다리가 붕괴될 상황에 처한다. 때마침 정부에서 비밀리에 이송하던 군사 실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개 실험체 ‘에코’ 시리즈가 탈출하고, 통제되지 않는 위험한 생명체가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각자 다른 이유로 공항대교에 갇힌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선명한 컨셉을 향해 달려가는 <탈출>은 재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 확실한 스펙터클을 제공한다. 거기에 제한된 상황이 주는 공포와 긴장감, 다양한 인간 군상이 엮어내는 드라마가 더해져 이야기가 한층 풍성해졌다. <1999, 면회>(2012), <굿바이 싱글>(2016)에서 연출력을 증명한 김태곤 감독은 지금보다 훨씬 확장된 프로젝트에 과감히 도전했다.

- 칸에서 첫 상영을 마쳤다.

= 실감이 안 난다. 지금도 멍한 상태다. 늦은 밤까지 봐주신 분들은 그만큼 애정이 있으니 좋은 말씀만 해주시는 것 같다. 칸 부집행위원장님을 만났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주변 이야기를 들려주고 응원해주셔서 조금 안심이 됐다.

- 그간 해왔던 작업과는 전혀 다른 장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 <굿바이 싱글> 이후 코미디영화 제안만 계속 들어와 정체 상태였다. 웃겨야 한다는 게 갑자기 겁이 났다. 이거 말고 뭐가 있을까, 하고 기억을 끄집어내봤더니 20대 때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 여행간 게 생각이 났다. 어느 날 국도를 걷다가 들개 무리에 쫓긴 적이 있는데 극도의 공포와 함께 이 개들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버려진 개들의 사연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로 발전했다.

- 안개 낀 바다 위 다리 한가운데에 고립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 공항에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니까 거기로 가는 대교에 고립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디자인도 직선적인 공간이라 긴박감 있는 구성이 가능하리라 봤다. 최대한 임팩트를 주고 싶었고, 캐릭터들의 사연이나 전사도 찍었지만 최종적으로는 100분 정도 속도감 있게 쭉 내달리는 영화로 편집했다.

- 이 정도 규모의 현장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 일단 모르는데 아는 척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을 테니 최고의 스탭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홍경표 촬영감독님을 비롯해 한아름 미술감독, 이건문 무술감독, 박주석 작가, VFX 회사 덱스터스튜디오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들과 함께해 영광이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못 고른다. 모든 순간이 다 힘들어서 찍으면서도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하면서 현타가 자주 왔다. (웃음) 그런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니 보람도 느끼고 감사한 마음도 교차한다. 100중 추돌 사고가 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80m 정도의 도로 세트를 지었고 실제로 차량을 다 부쉈다. 세트에 깔리는 차들을 포함하면 300대는 부순 것 같다. 안개도 실제 스모그로 만든 거다. 사람을 공격하는 개들을 전부 CG로 만들었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은 최대한 실제 아날로그의 질감을 살리고 싶었다.

- ‘에코’로 불리는 개들은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소화한다.

= 개들이 단지 공포의 대상 그 이상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정의 내리기 힘든 복합적인 표정이 기대보다 훨씬 잘 나왔다. 카네코르소라는 견종이 모티브인데 표정에 페이소스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에코 9의 표정이 잘 살아 있는 마지막 장면이 정말 만족스럽다. 그 표정을 보고 관객이 개들의 감정을 상상해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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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