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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조페의 영화관을 보라, <바텔>
2004-03-09

<바텔> Vatel

21세기를 맞이하며 자신의 첫 영화로 롤랑 조페가 선택한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의 집사 바텔을 다룬 또 한편의 시대극이다. 그런데 이 집사가 하는 일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 처음엔 음식준비만 하는 줄 알았는데 공연이 포함된 화려한 야외연회까지 완벽히 연출하고 예술을 운운하더니 급기야 왕이 점찍은 몽트지에 부인과 정사를 나누는 게 아닌가? 장승업의 입을 통하여 임권택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하였듯, 롤랑 조페도 실존인물인 바텔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자신을 대변케 한다. 왕의 취향을 맞추려는 바텔의 노력은 상업적 영화감독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지만 “왕을 기쁘게 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몽트지에 부인의 말은 롤랑 조페의 영화관이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마무리가 허전한 감이 있지만 호화 배역진들의 연기와 화려한 색감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텔> DVD는 103분의 국내 개봉 버전과 117분의 인터내셔널 버전의 디스크 두장으로 구성된다. 가시영역의 모든 색들을 담은 듯한 국내 개봉 버전은 불완전한 부분이 더러 있지만 화질이 무척 뛰어나다. 특히 야외 연회장면은 절로 감탄을 유발케 되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바텔의 연회준비과정이 좀더 디테일하게 보여지고 더빙대사 및 편집의 순서가 조금씩 다른 인터내셔널 버전은 일부 장면에서 영상자체가 뭉개지는 등 불안정한 화질을 보여준다. 반면 엔니오 모리코네의 스코어는 인터내셔널 버전에서 좀더 깔끔하게 들린다. 서플먼트로는 의상과 스코어 녹음과정이 짤막하게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