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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면서도 즐거운 블랙코미디, <커먼 웰스>

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도움으로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스페인의 악동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후 두 기인은 사뭇 다른 길을 가게 되는데, 알모도바르가 드라마의 영역에서 대안을 내놓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이글레시아는 블랙코미디를 통해 전복 직후의 상태를 즐기는 쪽이다. <액션 무탕트>부터 근작 까지 이글레시아의 작품은 대책없는 무정부주의자의 코미디로 정의된다. <커먼 웰스>에서도 그는 ‘일확천금이 떨어진다면?’이란 생각에 연이어 ‘왜 우리는 부귀영화를 꿈꾸면 안 되지?’라고 묻는다. 잡식성을 증명하듯 <악마의 씨>와 <하숙인> 그리고 <매트릭스> <현기증> 등이 곳곳에서 조우하는 <커먼 웰스>는 어떤 끔찍한 상황에서도 능청을 떤다. 그러니 허위공동체의 몰락과 이상한 유토피아의 등장에 당황하다가도 제국의 기사와 공주가 동거한다는 식의 낙관에 이르면 키득거릴 수밖에. 정말 그의 영화는 관객이 열광과 저주라는 양극단에 서게 만든다.

DVD의 영상은 아쉽지만, 사운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25분여에 이르는 제작영상은 주로 세트에서 이루어졌던 영화의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주며, 감독이 예상과 달리 예민한 사람임을 밝혀주는 음성해설도 좋다. 단편영화 <미린다 살인사건>은 깜짝선물 같은 부록인데, 표현주의적 영상이 돋보이는 기괴하면서도 즐거운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