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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천재를 감싸는 엔리오 모리코네 음악, <피아니스트의 전설>
김태진 2004-03-18

20세기의 첫날인 1900년 1월1일에 대서양을 횡단하는 유람선 위에서 태어나 평생토록 배 안에서만 살다 간 천재 피아니스트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작품은 정통적인 드라마 트루기로 그려내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같은 감독의 <시네마천국>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이제는 동화 속의 존재처럼 되어버린 ‘세상의 티가 묻지 않은 순수한 천재’를 목격하는 즐거움은 더할 나위 없이 크며, 경지에 도달한 듯한 음악적 영감으로 빚어낸 엔니오 모리코네의 다채롭고 감미로운 음악들이 감동을 형상화해준다.

러닝타임이 160분에 달하는 오리지널 이탈리아 버전과 달리 미국에서는 1999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공개된 123분 버전으로 상영되었는데, 국내판 DVD는 미국판 DVD를 토대로 제작되었다.

아나모픽 2.35:1 화면은 번쩍거림과 윤곽선의 흔들림이 자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뿌연 톤이었던 일본판에 비해 훨씬 투명하고 해상도가 높으면서도 필름 특유의 질감이 풍부한 우수한 화질을 시종일관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색 농도가 높고 특히 블랙 레벨이 탄탄하여 영상이 안정감 있게 보이며, 색조의 균일도도 매우 높은 만족스러운 화질이다. DTS 5.1과 돌비디지털 5.1 채널로 수록된 사운드도 우수하여, 효과음들의 질감이 선명하고 공간감이 풍부하며, 방향감과 이동감도 돋보인다. 피아노와 트럼펫 등 악기들의 음색이 명료하고, 내레이션과 대사의 톤도 굵고 또렷하게 들린다. 서플먼트 중에서는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와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반 헤일런이 함께 연주하는 뮤직비디오가 특히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