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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타임캡슐] 2. 상영사고
박혜명 2005-10-08

무사고 그날을 다짐하며

<박하사탕>

“돈이 문제가 아니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중간에 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관객들이 흥분했습니다. 1996년, 그러니까 부산영화제 첫 해에 중국영화 <조용한 마을>이 상영 도중 자막 사고로 상영을 중단시키며 환불조치를 안내하자 객석이 들썩입니다. 30분뒤 재상영된 극장 안에는 관객이 2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죠. 부랴부랴 달려온 당시 집행위 사무국장 오석근 감독은 “영화제를 처음하다보니 예기치 않은 경악스런 일을 많이 겪게 된다”며 “장비 부족으로 필름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고 열악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했습니다.

3회 때는 16mm 장편영화 상영관에서 잇달아 사고가 터졌습니다. <소무> <하우등> <둘 하나 섹스> 등의 영화가 롤을 갈아끼울 때마다 끊겼습니다. 16mm 필름을 온전히 영사하려면 영사기 2대가 필요한데, 두 상영관에 한 대씩만 들어갔기 때문이랍니다. 이 해에 부산영화제는 16mm 영사기를 두 대밖에 확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4회 개막작 <박하사탕>도 개막날 기자시사 때 사고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수영만 야외상영관의 사운드 시설이 열악한 관계로, 참다 못한 이창동 감독이 상영 중단을 요구한 것입니다. 영화제 조직위는 새 프린트로 추후 상영을 치러냈습니다. 상영사고는 이후로도 계속됐습니다만, 기술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벌어진 가슴아픈 사고는 줄어들어갔지요. 1회 때 상영사고를 사과하며 오석근 사무국장이 한 말이 귓가를 울립니다. “국제영화제라는 애를 낳는 산고 중이니 이해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