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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중국 진출 원년 [2] - 극장사업 진출 현황

MK, CGV, 메가박스 등 한국 업체의 중국 내 극장사업 진출 현황

멀티플렉스 성공신화를 향하여

“현재 중국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극장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나는 베이징 동부에 사는데 멀티플렉스는 한곳뿐이다.”(크리스틴 페르냉 유니프랑스 중국 사무소 대표)

“우리는 물론 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런데 중국 영화업계를 놓고 보면 제작분야는 고작 200억원대 규모지만 극장사업은 2천억원대다. 물론 극장분야에서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 등 외국업체, 홍콩업체, 그리고 중국업체 등이 멀티플렉스를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경쟁은 전체적인 중국시장의 파이를 키울 것이므로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이은 MK픽처스 대표)

지난 2월14일 CJ CGV는 중국 상하이필름그룹(SFG)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에 관한 조인식을 가졌다. 한국 최대의 멀티플렉스 체인이 중국 대륙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CGV는 9월말 쯤 상하이 다닝에 6개관 905석 규모의 ‘상영(上影) CGV’를 오픈하면서 중국 극장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사실, CGV의 발걸음은 한국의 경쟁자들에 비해 오히려 늦은 편이다. 메가박스는 이미 베이징신잉롄 영화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베이징에 두개의 멀티플렉스를 오픈할 채비를 하고 있다. 메가박스의 중국 내 첫 멀티플렉스는 올해 12월 베이징시 중관촌에 8개관 1700석 규모로 개장하며, 내년 하반기에는 베이징시 산리툰에 두 번째 극장을 열게 된다. 메가박스가 다소 늦게 오픈하는 것은 극장이 들어갈 건물의 완공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MK픽처스, 메가박스, CGV 올해 멀티플렉스 오픈

UME극장

사실, 한국 극장업계의 두 강자를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먼저 극장을 오픈하는 것은 MK픽처스다. MK픽처스는 지난해 말 중국 최대의 영화기업 바오리그룹의 자회사 동방신룡 영화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극장사업을 시작했다. 두 회사는 ‘동방명강’이라는 합자회사를 만들어 향후 40개 정도의 극장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방명강은 현재 동방신룡이 소유하고 있는 충칭(重慶)의 한 멀티플렉스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7월쯤에는 허난성 정저우(鄭州)시에도 멀티플렉스를 열 예정이다. 쓰촨성 청두(成都)시에 멀티플렉스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롯데시네마는 “롯데백화점이나 롯데월드 등과 함께 진출할 계획”(롯데시네마 이동호 부장)이며, 프라임엔터테인먼트도 계열사인 프라임 건설이 2007년 말 완공 예정으로 짓고 있는 상하이의 한 건물에 극장을 열면서 중국시장을 탐색하려 하고 있다. 또한 일부 한국의 개인 극장업자들도 중국을 오가며 극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국의 영화자본들이 중국 멀티플렉스 사업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드는 이유는 자명하다. 중국의 인구는 13억명인데 전국 스크린 수는 3천개를 넘지 않는다. 중국의 영화산업 전문지 <중국전영보>는 중국 특유의 배급 시스템인 ‘원선망’에 가입한 극장이 2005년 말 현재 1243개이고 스크린 수는 2668개라고 보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스크린 1개당 인구를 계산하면 48만7200여명. 인구 약 3억명에 3만7500개 스크린을 보유한 미국(스크린당 8천명)은 물론이고 4800만 인구에 1600개 스크린을 확보한 한국(스크린당 3만명)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적은 스크린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 인구의 절대 다수가 농촌에 거주한다고 해도 최근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영화관을 찾는 인구는 계속 불어날 것이 틀림없어 극장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의 흥행수입은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스크린 수도 해마다 10% 이상 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총흥행수입은 전년보다 33% 증가한 20억위안이었다. 베이징에서 가장 큰 원선망을 운영하고 있는 베이징신잉롄의 웨이젠 총경리는 “우리의 경우 10년 전 수입이 3천만위안(1위안은 대략 130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2억1천만위안을 기록했다”며 “극장사업은 이익을 갖다주는 보증수표”라고 단언한다. 영화산업을 부흥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 또한 한국 기업의 진출에 도움을 줬다. 중국 정부는 좀더 많은 자본이 극장 건설에 투입돼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세제 지원과 장기저리 융자라는 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들어 동방신룡의 류더빈 부총경리는 “극장사업은 앞으로 3∼5년 동안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며, 그 뒤에는 폭이 둔화될지언정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중국 극장의 대다수가 단관이고, 엄청난 관객이 몰리는 대작영화 제작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는 탓에 7∼8년 전의 한국처럼 중국 내 멀티플렉스 사업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흥행수입 매년 20% 증가 ‘극장업 이익 보증수표’

하지만 한국의 영화자본이 중국 극장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은 당면한 이익을 노리는 차원이 아니다.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해도 현재 중국 멀티플렉스의 수익성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메가박스의 중국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성훈 부장은 “한국의 경우 멀티플렉스를 지은 뒤 3∼4년 뒤부터 수익이 발생하는데, 중국의 경우 최소한 5∼6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기대만큼 중국 관객이 극장을 잘 찾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베이징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다는 UME극장과 싱메이국제극장은 주말 오후에도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중국인들이 극장을 잘 찾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대도시 멀티플렉스의 경우 입장료는 50위안에서 70위안 정도. 6500~9천원 정도니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엔 접근이 쉽지 않다. 또 대부분의 극장이 시설이 나쁜 단관이라는 점도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게 하는 요인이며, 중국 곳곳에 범람하는 해적판 DVD, 즉 다오반(盜盤)의 존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CJ CGV 중국지사의 임종길 본부장은 “한국과는 달리 선순환 구조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한다.

UME극장

싱메이국제극장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멀티플렉스를 여는 것은 미래의 잠재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영국 도도나 리서치는 2004년 중국 흥행수익이 “2008년 3억8천만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거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이 가속화되고 영화시장에 대한 제한도 대폭 풀릴 것이 확실시돼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영화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때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의 극장시장을 엿보는 외국자본은 한국만이 아니다. 이미 코닥은 2001년, 워너브러더스는 2003년부터 극장업에 진출했고, 프랑스, 벨기에 등의 업체도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쪽의 움직임은 더욱 무섭다. 현재 중국 정부가 극장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참여 지분을 49%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홍콩은 2003년 체결된 CEPA(중국·홍콩 경제무역협력강화협정)의 혜택으로 100%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로컬자본도 최근에는 좋은 시설의 멀티플렉스를 짓고 있는 분위기”(이성훈 부장)인 탓에 한국 영화자본은 시장 선점 차원에서도 중국 극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종길 본부장의 지적처럼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의 한계”도 중국 진출을 채찍질하는 요소다.

불투명한 정부정책, 부담스런 입장료 등 걸림돌 산적

하지만, 중국 극장업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전망하기에는 아직 불안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중국의 정책이 수년 뒤의 상황을 내다볼 수 있을 만큼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 중국 정부는 ‘외국자본투자영화관임시규정’을 발표해 극장업의 경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청두 등 7개 도시에 한하여 외국자본이 지분을 75%까지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갑자기 외자 지분율을 2004년 이전처럼 49%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2004년 우리는 75% 규정을 보고 중국에 들어왔다. 올림픽이 끝나면 100%까지 허용할지 모른다는 전망을 갖고서. 그러나 오히려 개방이 후퇴돼 모든 계획을 바꿔야 했다”고 이성훈 부장은 회상한다. 또 중국의 경우, 각 멀티플렉스를 지점 개념이 아니라 개별 법인으로 간주해 자본의 순환이 어렵다. 따라서 극장의 확장속도 또한 더딜 수밖에 없다. 롯데시네마와 프라임엔터테인먼트가 중국시장 진입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이러한 불안정성 때문인 듯 보인다.

상하이 다닝국제상업광장에 들어설 상영 CGV

이은 MK픽처스 대표는 “투자와 사업의 완급조절을 해야겠지만, 길게 봐야 한다. 우리 관점은 중국 멀티플렉스가 활성화되는 게 아시아, 그리고 한국에 좋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의 멀티플렉스를 확장해서 중국 영화시장을 키우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성훈 부장도 “그래도 시장 전반이 좋아지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사업을 한다면 잘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한다. 한국 업체들이 일단 1∼2개 정도의 극장을 열어 좀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경험을 통해 시장을 분석한 뒤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려는 것도 중국에서의 극장사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탓이다. 한국의 멀티플렉스 신화가 중국 대륙에서 재현될지 여부는 불굴의 끈기와 천리를 내다보는 비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속한 성장 탓에 계획 세우기가 쉽지 않다”

베이징신잉롄 영화사(北京新影聯影視有限責任公司) 총경리 웨이지안 인터뷰

-베이징신잉롄은 어떤 회사인가. =1996년 중국영화공사(차이나필름), 베이징전영공사, 그리고 12개 극장이 연합해서 만들었다. 영화를 극장에 배급하는 원선회사다. 현재 베이징에서 67개 극장 87개 스크린을, 전국적으로는 103개 극장 287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소득은 2억1천만위안으로 전국 원선회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현재 어떤 외국자본과 합자사업을 하고 있나. =원선망에 외자가 들어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대신 합작해서 극장은 건설할 수 있다. 한국 메가박스 외에 합자를 논의 중인 외국기업은 프랑스, 벨기에 등 많은데, 아직 명확한 결론은 없다. 다른 쪽도 부진한 편으로 알고 있다.

-극장분야의 외자 유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이 외자에 경영권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자들이 투자에 신중한 것 같다. 그리고 중국에도 자금력이 풍부한 회사가 많기 때문에 외자가 없어도 괜찮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한국 메가박스와는 어떤 협력을 하고 있나. =베이징시 중관촌과 산리툰의 극장 건립을 합의했다. 메가박스를 파트너로 삼은 이유는 가장 먼저 접촉한 곳이고 그동안 두터운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아직 모른다. 일단 극장 2개에 관해 논의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이후의 협의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메가박스가 계속 우리와 협력할지는 결국 메가박스의 선택에 달렸다. 사실, 중국 영화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으로 안정화되지 않은 탓에 어떤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다른 한국 기업과도 접촉 중인가. =CJ CGV와 한국의 또 다른 제작회사와 논의하고 있다.

-한국영화를 상영해봤는지.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외출> 두편을 했다. 성적은 그저 그랬다. 가장 큰 문제는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무영검>은 CJ와 논의해 의욕적으로 펼쳐볼 계획이다.

“한국 영화시장은 중국의 5년 뒤 미래와 같다”

류더빈 동방신룡 영화사(東方神龍影視有限公司) 부총경리

-동방신룡을 소개해달라. =동방신룡은 바오리 그룹 내의 바오리 문화와 장춘 영화제작소와 합작해서 만든 회사다. 주요 업무는 영화제작과 배급이며, 드라마 제작과 영화관 건립도 하고 있다. 계열로 바오리 보나라는 배급회사와, 바오리 만하라는 원선업체가 있다. 영화업계 안에서 비교적 산업체인이 잘 형성된 곳이다.

-동방신룡에서 만든 주요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 =홍콩과 함께한 <무간도2: 혼돈의 시대> <무간도3: 종극무간>이 있고, 유덕화와 양채니 주연의 <사랑에 관한 모든 것>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MK와 손을 잡게 된 배경은. =인연이 닿았다고 할 수 있다. MK는 애초 바오리 보나와 <광식이 동생 광태>의 배급을 논의했는데, MK의 관리방식이나 이념이 동방신룡의 기업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MK가 한국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 이은 대표의 중국 극장시장에 대한 관심 등이 동방신룡의 관점과 맞아떨어졌다.

-함께하는 일이 극장사업인 이유는. =제작의 경우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는 아직 완전한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극장업은 비교적 산업화 기틀이 갖춰져 있고,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좀더 안정적인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MK와 다른 부문의 협력도 가져갈 계획인가. =그외의 다른 부문에서도 합작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배급과 제작쪽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의 배급은 확정됐고, <아리랑> 합작도 논의 중이다. 바오리 보나는 전국 배급물량의 20%를 가졌고, 바오리의 만하도 올해는 전국 원선망 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성장할 것이다.

-MK와의 합작을 통해 얻는 이득은. =한국의 비교적 체계적인 관리체계와 기획 인재, 극장업 관리 인재를 얻을 수 있다. 한국 영화시장은 중국의 5년 뒤 미래와 같기 때문에 5년 앞을 내다보면서 극장을 지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차공간 등을 충분히 확보한다든가. MK를 통해서 장기적인 안목을 얻어 미래적인 극장 건설이 가능하다.

현지진행 및 통역 김철수, 안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