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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중국 진출 원년 [3] - 한국영화 수출 현황

분장제, 검열, 해적판 등이 가로막고 있는 한국영화 중국 수출 현황

아직은 해적판에 갇힌 한류

“내가 보기에 한류는 여전하다. 한국 영화산업은 여전히 훌륭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스타들을 만들고 있다. 일종의 사이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홍콩에서 일본 문화는 한때 인기가 나빴지만 최근 들어 다시 좋아지고 있다. 한류가 예전만 못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베니 라우/ 홍콩서 한국 음악 전문 프로그램 <코리안 스톰> 진행, 한국 대중문화 웹사이트 ‘코리안 스톰’(www.koreanstorm.com) 운영)

“중국 같은 경우 스타라든가 볼거리를 상당히 중시하는 편이다. 중국 관객은 연기도 좋고, 내용도 좋고, 기술적으로 훌륭한 영화라 해도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 영화시장은 한국에 비해 덜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다.”(자오하이쳉 워너차이나필름헝디엔그룹 부총재)

지난 3월 홍콩필름마트에서 만난 한국영화 관계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시아 곳곳에서 찾아온 바이어들을 상대하느라 분주한 듯 보이는데도, 그들은 “실질적인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메이저 배급사의 해외 세일즈 담당자는 특히나 중국쪽 바이어에 관해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영화가 개봉되는 것도 힘들고, 개봉된다 해도 흥행이 잘되지 않아 중국쪽에 수출하는 것은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또 다른 배급사 담당자는 “중국쪽은 판매가 잘되지 않아 차라리 중개상에게 맡기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홍콩필름마트

중국 현지에서 확인한 한국영화의 현실은 더욱 초라했다. 3월 중순 중국 극장가에 걸린 한국영화는 아예 없었고, 중국 관계자들도 중국시장 안에서 한국영화의 존재를 미미하게 여기고 있었다. 차이나필름과 함께 외국영화를 독점적으로 배급하는 화샤영화배급사의 류슈센 부총경리는 “한국의 연예인과 대중가요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영화는 수량이나 시장점유율을 따져볼 때 드라마만큼 인기도, 영향력도 없다”고 말한다. 그처럼 비관적인 견해를 피력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중국영화 관계자들은 당분간 중국에 수출된 한국영화가 큰 흥행을 거두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 개봉한 첫 번째 한국영화 <무영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4월7일 중국시장에 첫선을 보인 <무영검>은 개봉주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관객 수 1만7612명에 수익 80만위안으로 비교적 저조한 성적이었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 서현동 해외기획팀장은 “주요 도시 위주로 1차 개봉했는데, 프린트를 50∼60벌만 만든 것으로는 괜찮은 성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 중국서 제힘 발휘 못해

수년간 일본 등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한국영화가 왜 유독 중국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영화수입 제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현재 중국의 영화수입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국의 수입·배급사와 외국 영화사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을 나누는 ‘분장제’와 일정한 액수를 주고 외국 업체로부터 영화를 구매하는 ‘매단제’가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분장제에 해당하는 영화를 1년에 20편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편수가 제한돼 있다보니 이들 영화를 배급하는 차이나필름과 화샤의 경우 수익성을 가장 우선시할 수밖에 없으며, 자연 중국 관객에게 익숙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동안 한국영화로 분장제 안에 포함됐던 영화는 2004년 개봉된 <클래식>뿐이었다. 그것도 <영웅>을 제작해 당시 한껏 주가를 날리던 홍콩 에드코필름의 빌 콩 대표의 영향력 덕분이었다고 한다. 또 중국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한국영화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인데, 할리우드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중국시장에서 주가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분장제가 아니다. 가장 큰 장벽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이다. 중국 당국이 섹스와 폭력 그리고 남북문제에 민감한 탓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웰컴 투 동막골> <친절한 금자씨> <말죽거리 잔혹사> 등 흥행작들이 모두 개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쇼이스트의 손민경 해외사업팀장은 “<댄서의 순정>은 문근영이 중국에서 온 밀입국자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판단해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온 것으로 설정을 바꿔 번역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중국 당국은 미성년자의 연애를 금지하고 있어 <어린 신부>도 중국 대륙을 밟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는 송혜교의 <파랑주의보>도 고교생의 연애를 담고 있어 중국 개봉이 힘들 전망이다. 결국 검열의 완화와 등급제 실시가 되기 전까지 다양한 한국영화가 중국에 진출하기는 불가능하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검열이 가장 큰 해방꾼

한국에서 DVD가 출시되는 즈음 ‘동시발매’되는 해적판 DVD의 존재도 한국영화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쇼박스 안정원 해외마케팅 팀장은 “불법 DVD가 너무 빨리 유통돼 개봉할 의지를 잃는다”고 설명한다. 다른 배급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중국전영보>의 리옌 기자는 “정부에서도 불법 DVD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쪽의 통상압력도 존재하기 때문에 200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피력한다.

사실 불법 DVD, 그러니까 다오반(盜盤)계에서 한국영화가 인기를 끈 지는 꽤 오래됐다. 그 기폭제가 된 것은 <엽기적인 그녀>로 적게는 300만장, 많게는 1억장의 다오반이 팔렸다고 추정된다. 이후 한국영화들은 젊은이를 중심으로 고정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어 신제코우, 오다코우 등지 일부 다오반 가게에는 한국영화 섹션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한국영화는 인기가 있지만 극장에서는 흥행이 안 된다’는 이 역설적인 상황에 대해 메가박스 이성훈 부장은 “90년대 초반까지 한국 관객은 ‘내가 극장에 가서 한국영화를 보면 이상한 놈’이라며 한국영화는 비디오로나 보곤 했는데, 그것과 지금의 중국 관객이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한 것 같다”고 설명한다. 즉, 아직까지 중국 관객에게 한국영화는 50위안을 지불하고 볼 영화가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한국 영화계는 직접적인 수출보다는 좀더 ‘전략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의 이용신 과장은 “중국은 잠재력있는 시장이지만 단순히 판매로 봤을 때는 매력이 떨어진다. 결국 현지화 전략을 통해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른 대형 배급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

하지만 같은 문제에 대해 중국 영화계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와의 교류사업차 한국에 체류 중인 차이나필름의 왕린은 “한국영화가 중국에서 상영된 적은 많지 않지만, 중국인들이 워낙 한국 음악, 드라마, 심지어 메이크업까지 좋아해서 기초는 탄탄한 편이다. 중국시장에 잘 맞는 영화가 들어온다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CJ가 판타지멜로영화 <중천>을 분장제 쿼터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영화가 섹스, 폭력, 정치 등을 배제한 동양적 색채의 대작이기 때문이다. 한편 CCTV-6 영화구매부의 류슈앙은 “한국영화를 보려 해도 홍보가 부족해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실제로 상당수 한국영화는 개봉된다 하더라도 비용 대비 효과가 없을 것을 우려해 홍보와 마케팅을 소극적으로 펼치는 탓에 별다른 관심을 모으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지난해 개봉한 <외출>의 경우 개봉 전 허진호 감독과 배용준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유니프랑스 중국 지사의 크리스틴 페르냉도 “올해 초 <늑대의 제국>을 개봉할 당시 장 르노를 중국에 초청했는데, 역대 중국 내 프랑스영화 흥행기록인 1800만위안을 벌어들였다”고 설명한다. <데이지>의 개봉을 앞두고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 등 주연배우가 중국을 찾으려는 것도 붐을 만들어보고자 함이다. 박이범 IHQ 이사는 “중국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인 200개 이상 프린트를 걸 예정으로 베이징, 상하이 등 3개 도시를 돌며 열기를 만들어보려 한다. 홍콩 유위강 감독의 존재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결국, “한국영화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중국 관객층이 얇다. 한국영화가 더 많이 들어와 상영될 필요가 있다”는 류더빈 동방신룡 총경리의 말이나 “매단제를 통한 영화 수출도 훌륭한 일이다. 시장상황이 바뀌길 기다리면서 작은 영화나 대안적인 영화를 보여줄 수도 있다”는 크리스틴 페르냉의 말처럼, 한국영화가 중국시장에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좀더 많이, 좀더 자주, 좀더 다양하게 선보이는 길 외에는 없는 듯 보인다.

“중국시장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류슈센 화샤영화배급사(華夏電影發行有限責任公司) 부총경리 인터뷰

-화샤는 어떤 회사인가. =2003년 8월8일 설립됐고, 주요 업무는 국산영화와 수입영화를 배급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배급한 한국영화는 어떤 작품이 있나. =<클래식>을 배급했고, 지난해에는 <외출>을 배급했다. 아직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외출>은 스토리 전개나 영화의 흐름이 느려 일종의 예술영화라고 말할 정도인데도 허진호 감독과 배용준의 방문 덕분에 흥행이 양호했다. 몇몇 할리우드, 유럽의 멜로영화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왜 한국영화가 드라마만큼 인기가 많지 않을까. =우리는 영화를 수입할 때 여러 나라의 영화를 놓고 관중의 선호도, 예술적인 완성도, 배우의 인기, 매체의 홍보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본다. 그랬을 때 한국영화는 다른 외화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수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선호하는가. =우리는 영화의 주제나, 예술적 성취도, 영화의 기술력을 고려해 좀더 광범위한 관객이 소화할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투모로우>는 반응이 매우 좋았으며, 프랑스영화 <펭귄: 위대한 모험>의 흥행성적도 좋았다. 이처럼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중국 관객에게 환영을 받는다.

-한국 영화계는 중국이 등급제를 실시하지 않는 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중국 정부도 등급제 실행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등급제가 없는 지금도 중국 영화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등급제도의 유무가 외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해적판 DVD에 의한 피해가 크다. =해적판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반대하고 있다. 우리 회사와 다른 회사들도 이를 반대하고 있다. 해적판에 대한 법 집행의 수준과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해적판의 등쌀에 극장 개봉일 발매되던 정품 DVD의 발매시기도 조정되고 있다.

-한국영화가 중국 관객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시장에서 한국영화가 성공하려면 중국시장에 맞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 대해 좀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사투리 등 ‘한국색’이 너무 강하다”

첸웨이밍 중보미디어(中博傳媒) 대표

-중보미디어를 소개해달라. =1997년에 설립해 첫 작품으로 장원의 <귀신이 온다>에 투자했다. 장이모의 <유화호호설>에 참여했고, 모바일영화나 드라마 제작도 하고 있다. 한국영화 <주먹이 운다>에 투자했으며, 쇼이스트와 다양한 협력을 맺어왔다.

-다른 한국영화 관련 사업이 있다면. =올 하반기 정도에 한국영화 2∼3편에 투자할 계획이다. CJ, 쇼박스, 쇼이스트와 접촉 중이다. 김성수 감독이 머지않아 연출할 <낙랑>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먹이 운다>에는 어느 정도 투자를 했나. =전체 예산의 20% 정도를 투자했다. 한국 개봉 당시엔 <달콤한 인생>과 맞붙어서 별로 안 좋았지만 유럽에서 괜찮았고, 중국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영화에는 어떻게 투자하게 됐나. =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과 그동안 만난 한국의 감독, 제작자들에게 영화에 대한 열정을 느꼈기 때문에 관계를 깊이 맺게 됐다. 특히 <연인> <무극> <주먹이 운다> <외출> 등 4편을 함께한 쇼이스트는 중국영화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로 보여 투자하게 됐다.

-한국 관련 드라마도 제작했다. =주진모와 박지윤이 출연하는 <비천무>는 지난해 촬영을 끝내고 광저우, 쓰촨, 저장성 등의 일부 지방 방송서는 이미 방영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방영한다. 이것으로 돈을 좀 벌었다. 그 돈을 한국영화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장점은. =첫째는 우수한 인재들이다. 둘째는 장르나 소재의 범위가 넓다는 점. 셋째는 화면이나 스토리 그리고 디테일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선진적인 시스템이다. 중국 입장에서 할리우드를 따라가기는 힘들지만, 이미 할리우드를 체화한 한국의 시스템은 흡수하기 좋다.

-단점은 뭔가. =한국 사람만이 좋아하는 사투리 등 ‘한국색’이 너무 강하다. 둘째로 영화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전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국제적 언어가 부족하다. 셋째는 할리우드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많다는 것이다.

현지진행 및 통역 김철수, 안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