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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한국 방문한 지아장커 감독
오정연 2006-10-16

신작 <스틸 라이프>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지아장커 감독이 2004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전작 <세계>의 개봉을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베니스수상 이후 홍콩영화제 등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지아장커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기 위해 방한한 뒤 지난 10월13일 오후 7시20분 필름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하전영 출신으로 <소무> <플랫폼> <임소요> 등 급격하게 자본주의로 이행중인 중국 내부의 문제를 다뤘던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영화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다섯 번째 장편 <세계>는 북경에 위치한 ‘세계’라는 이름의 공원을 무대로 시골에서 상경한 두 남녀의 관계를 그리는 영화로 대도시를 살아가는 현재 중국 젊은이들의 일상을 플래시애니메이션 등을 동원해 표현한 영화. 현재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모두 “다 날아다니는 영화(웃음)”라고 말한 지아장커는 “영화를 통해 우리의 현실과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 속 젊은이들은 중국과 북경이라는 지역에 속한 특별한 이들이 아닌, 세계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젊은이임을 강조하며 “나라를 불문하고 사람 사이에는 공통적으로 가진 고난이나 어려움이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에 대한 감정, 공통된 감정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핸드폰이나 인터넷 등 첨단 수단을 이용한 소통은 동아시아 3개국 젊은이들에게서 두드러지는 특성 같다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영화를 만들었음을 덧붙이기도 했다.

<세계>가 지아장커의 영화 중 공식 개봉되어 중국의 일반관객을 만난 최초의 영화이기 때문에, 기자회견 내내 영화를 대하는 중국 정부의 달라진 태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아장커는 “예전엔 대사까지 다 써서 심의를 받아야 했지만 요즘은 2장짜리 시놉시스만으로도 심의를 받을 수 있다”며 다소 완화된 검열 상황을 설명했지만 “어차피 천안문사태 같은 민감한 정치적 문제는 검열에서 걸린다. 지하 영화는 지하 영화대로 존재한다. 로우 예 감독의 칸 영화 당시 해프닝에서 보듯 제도 자체도 불안정하다”며 변하지 않은 현실을 전했다. 하지만 영화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시선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 중국에서는 영화를 선전의 도구, 국가가 국민에게 뭔가를 알리기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면 지난 2년 전부터는 산업으로 인식하게 됐으며 그 계기는 한국 영화산업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감독들의) 국제 영화제 수상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영화의 문화적 측면까지도 인정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영화의 팬으로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김성수 감독 등 현재 활동 중인 한국영화 감독을 좋아한다는 지아장커는 편집 때문에 거의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최근 본 한국영화 중 기억에 남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함께 작업하고싶은 한국배우로 안성기를 꼽은 뒤 “처음 봤을 때부터 전혀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보편적인 아시아 사람의 얼굴을 지녔다”며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