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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의 심사위원, 한국영화를 논하다
사진 조석환장영엽 2007-07-15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 기자회견 현장

7월14일 오후 1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부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믹 개리스, 소노 시온을 제외한 9명의 심사위원은 한상준 집행위원장의 진행에 따라 심사위원으로서의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장편영화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창화 감독은 “관객의 입장에서 좋은 작품”을, 단편영화 심사위원장인 쉐 페이 감독은 “창조성과 의욕이 있는 작품”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총 4개 국어로 진행됐고, ‘판타지 장르의 정의’부터 ‘한국영화의 위기’까지 폭넓은 주제의 문답이 이어졌다.

-모든 영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조가 변한다. 판타스틱 영화에서 이러한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기 델모트/ 중요한 문제다. 브뤼셀 판타스틱영화제는 얼마 전 브뤼셀 판타지영화제로 이름을 바꿨다. 나는 개인적으로 판타지는 판타스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판타지는 SF, 고어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다. 유럽에선 ‘판타스틱 영화’라고 하면 주로 호러를 떠올린다. 아시아에서는 ‘판타스틱’이란 단어 안에 이 모든 것들이 수렴될지 모르겠지만.

-한상준/ 쉐 페이 심사위원이 “단편은 장편을 만들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했는데, 장편영화와 단편영화는 각자의 고유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쉐 페이/ 좋은 질문이다. 예전에 단편영화는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들로 인해 일종의 학습 도구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편영화도 고유영역을 확보해가고 있는 것 같다. 중국도 ‘핸드폰 영화’라고 해서 3분, 5분짜리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단편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사브리나 바라체티는 ‘우디네 극동영화제’를 운영하며 아시아 영화를 대중에게 소개해왔는데, 아시아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한국영화의 특징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사브리나/ 이탈리아영화와 한국영화는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영화도 대중 영화적 전통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아시아 영화가 나라별로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일단 다루는 요소들이 많이 다르다. 나는 한국의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중국영화는 도시적 코미디가 강하다. 홍콩영화는 액션이 좋다. 이처럼 아시아 영화는 나라별로 너무 다르다 보니 서로 다른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한상준/ 데릭 엘리는 내가 심사위원을 부탁했을 때 거절했었다. 특별히 어려운 이유가 있었나. 그리고 굉장히 오랫동안 한국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는데, 외국인의 입장,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입장에서 한국영화의 위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데릭 엘리/ 보통의 경우 심사위원들의 얘기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책에 적혀 역사로 남는 사이에 좋은 영화들은 곧 잊혀진다. 심사라는 건 정치적 요소가 섞여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공정한 심사는 관객에게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항상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판타스틱 영화라는 장르가 다른 영화제에서는 ‘다른 영화장르를 꾸미기 위한’ 장르인 반면, 부천은 판타지 자체에 위상을 주는 영화제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부천영화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한상준 집행위원장에게 진정한 존경을 가지고 있다. 부산에서 처음 봤는데, 디렉터로서는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는 위기이긴 하다. 하지만 ‘뉴코리안시네마’라는 장르는 다른 사조와는 달리 꽤 오래 유지되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중심적인 문제는 경제적 문제라기보다 예술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영화수가 늘었고 제작편수는 2배로 늘었지만 창작의 범위가 줄었고 떠오르는 감독들이 줄어들고 있다. 다루는 주제도 한정되어 있고. 내 생각에 한국영화의 위기는 창의성과 예술성의 문제다.

-정창화 감독에게 묻는다. 예전에 한국영화 부흥기를 주도했던 감독으로서 한국영화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정창화/ 한국영화의 위기는 여러 감독과 작가들에게 달려있다. 이제는 한국에서 더 나아가 세계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관객의 머리가 앞서는데 감독이 뒤처지면 호응을 못 받는 게 당연하지 않나.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위기가 있다면 홍콩, 중국과 합작 영화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외로움 속에 ‘외인부대’라는 말을 들어가면서 해냈다. 후배들이 이를 참작하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