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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희망적인 미래 <빨간 콤바인>
주성철 2007-10-09

<빨간 콤바인> The Red Awn 차이상준 | 2007년 | 101분 | 35mm, 컬러 | 중국

아들 용타오는 가족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아버지 숭하이가 못마땅하다. 아들은 아버지를 쳐다보는 것조차 꺼려한다. 그동안 뭘 했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지만 그냥 아버지와는 아무런 말도 하기가 싫다. 아버지가 떠난 뒤 어머니는 자살을 했고 그때도 아버지는 모른 체했다. 아들은 그때만이라도 아버지가 돌아오길 바랐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들이 아버지를 증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다 둘은 빨간 콤바인을 빌려 함께 추수 일을 하게 된다. 같이 일을 해도 아들의 태도는 변함없고, 급기야 아버지는 아들이 흠모하는 소녀에게 100위안을 주면서까지 친해보려 애쓴다. 그렇게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달되고, 일을 하는 동안 들판에서 그냥 이불을 깔고 자면서 함께 생활하는 사이 조금씩 화해의 기운이 감돌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는 아들을 도시로 데려가 학교에 다니게 해주려고도 한다. 처음 도시 여행을 갔던 날, 두 사람은 같이 신발을 나눠 신고 헌 신발을 버리면서 전에 없던 대화를 시작한다. <빨간 콤바인>은 <샤워>(1999)와 <해바라기>(2005) 등을 통해 중국 영화계의 주목받는 시나리오작가로 명성을 높였던 차이상준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간결한 이야기와 미장센으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세월의 골을 찬찬히 메워나간다. 마치 키아로스타미의 길을 보는 것처럼 회화적인 구도로 담겨 있는 영화 속 길도 아버지와 아들의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섣부른 화해나 낙관을 그리지 않는다. 사람이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이상준의 진짜 의도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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