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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 이번엔 중국에서 환생하다
안현진(LA 통신원) 2008-02-14

전편으로부터는 7년이 지났지만, 영화 속 오코넬 가족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 8살 꼬마였던 알렉스는 22살 청년 고고학자로 성장했고, 영화의 무대는 이집트 사막에서 1940년대의 상하이로 바뀌었다. 영국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던 릭과 에블린이 다시금 모험에 휘말리는 것도 알렉스가 중국에서 발굴한 무덤 속 미라 때문이다. 스티븐 소머즈가 롭 코언에게 메가폰을 넘긴 것 외에도 에블린 역의 배우가 레이첼 바이스에서 마리아 벨로로 바뀌었고, 이연걸, 양자경 등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출연까지. 제목만 빼면 완전히 새로운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의 촬영이 한창이던 2007년 11월, 볼 것도 물을 것도 많은 상하이필름스튜디오어뮤즈먼트파크를 방문했다.

고대 중국을 철저히 고증해 만든 세트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의 세트 방문이 목적이었지만, 솔직히 더 궁금한 것은 중국에서 할리우드영화를 제작하면서 겪는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통에 물음표는 커져만 갔다. 중국은 <씨네21> 해외뉴스면에 거의 매주 등장하는 단골이 아니던가. 자국 영화는 물론, 외화까지도 서슴없이 가위질하는 나라에서 외화 만들기에 어려움이 없다니! 일관된 대답에 자포자기할 무렵, 제작사인 UPI의 중국 지사 담당이 말을 건넸다. 스튜디오 곳곳을 가리키며 그는, 고대 중국을 재현한 세트에서부터 1940년대 상하이의 거리, 21세기 도시가 한 조각씩 모여 있다며, 촬영에 필요한 모든 장소가 있는데 정부나 행정당국과 부딪힐 일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스튜디오의 정확한 규모를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는 소개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첫인상은 평범했다. 아담한 공원 같았고, 수수한 외관의 서양식 건물이 너른 잔디밭의 끝에 서 있었다. 웨딩 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들로 한가로워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빙산의 한 조각에 불과했다. 서양식 건물 뒤에 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회벽의 창고형 건물들이 줄지어 나오는데, 이곳이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의 세트가 들어찬 보물창고다. 이곳에서 촬영하는 내용은 이연걸이 연기하는 황제의 전생과 현생의 이야기들로, 그의 짝사랑이 불러온 질투와 배신, 욕망과 음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제대로 둘러볼 틈도 없이 따라간 곳은 ‘황제의 방’이다. 영생에 대한 욕심만큼이나 강렬했던 정복욕을 채우기 위해 전략을 구상하던 장소로, 그의 대륙이 구현된 미니어처에는 병력의 이동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약지 크기의 병사들이 정렬했다. 시안의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줄여 옮긴 모양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화에서 보아온 중국 황실과 비슷하지만, 세트에 주로 사용된 검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져 위엄을 자아냈다.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의 프로덕션디자인은 할리우드와 중국의 미술감독 2명의 지휘로 만들어졌다. <영웅> <묵공>의 프로덕션 디자이너였던 이전저우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트 데커레이터였던 앤 쿨지안이다. 세트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로 쿨지안이 꼽은 2가지는 사료와 상상력인데, 고대 중국을 재현함과 동시에 <미이라3: 황제의 무덤>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양국의 인력은 필수적이라고 한다. 할리우드팀이 아이디어를 내고 중국팀이 검토하는 방식으로, 생활양식에 스며든 사소한 디테일이나 철학적인 부분까지도 이 과정을 통해 개선했다. 특히, ‘황제의 방’에서 촬영한 모든 장면은 고대문화 자문팀의 충실한 참여가 뒷받침됐는데, 장면에서 보이는 언어, 예식, 규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철저한 고증을 거쳐 진행됐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도서실’이다. <미이라>에서 에블린(레이첼 바이스)이 사다리를 놓고 고서적을 정리하던 중 이집트 국립도서관의 책장들이 차례로 무너진 도미노 장면을 기억한다면 이번에도 비슷한 기대가 생기겠지만, <쿵푸허슬>의 미술팀에 참여했던 세트 데커레이터 웨이충킴은 애써서 지은 걸 무너뜨릴 수는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도서실 세트는 긴 원통형 공간으로, 둥그렇게 세워진 책장에는 대나무에 글을 적은 죽간이 빼곡히 꽂혀 있다. 중국 고대국가가 이뤄낸 지식에 대한 롭 코언 감독의 존경을 담아 만들어졌고, 후반 CG작업을 통해 책장의 높이를 아득하게 높일 계획이다. 방의 가운데에는 원탁이 있는데 스탭 중 한명이 단면이 + 모양인 열쇠를 가져와 꼭 맞게 파인 홈에 끼우자 상판이 갈라지며 받침이 솟아오른다. 신기해 보고 있었더니, 품에서 안테나가 달린 리모컨을 꺼냈다. 열쇠로는 흉내만 내고 조종은 리모컨으로 하는 모양이다.

도서실 세트 뒤에는 규모가 비슷한 원형의 침실 세트가 있다. 여사제와 장군이 밀애를 나누는 장소인데, 도서실과 연결된 공간으로 설정돼 문양, 소품의 디테일, 건축 구조 등이 동일한 맥락으로 구성됐다. 기자단이 들어섰을 때는 천장에서부터 드리워진 커튼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흑백청홍과 금실이 교차하며 복잡한 무늬를 품은 커튼이 두대의 거대한 재봉틀을 에워싼 남자들의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었다. 겹겹이 늘어뜨린 커튼으로 가려진 이 방은 비밀스러운 만남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황제의 심복이 둘의 사랑을 몰래 지켜보는 곳이기도 하다.

미이라 시리즈 변화의 종착지, 중국

운 좋게 촬영현장을 보게 됐다. 여사제와 장군의 관계를 알게 된 황제가 분노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세트는 누각의 한면을 떼어놓은 듯 불완전한 모습이지만 영화에서는 완전해 보일 것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아무도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황제가 장군을 죽이고 여사제에게도 칼을 꽂는 순간 여사제는 주술을 걸어 황제를 진흙 인형으로 봉인하고, 황제는 손과 얼굴에 나타난 변화에 놀라 뛰쳐나간다. 이연걸의 촬영분이라 상대해주러 나왔으면서도 완벽하게 분장한 양자경은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모습이었고, 그를 앞에 둔 이연걸의 모습도 여유로웠다. 테라코타로 변하는 장면의 CG작업을 위해 이연걸은 손과 얼굴에 끈적한 물질을 발랐고, 이 때문에 테이크 중간에 분장을 수정하는 시간이 걸렸다. 같은 장면은 총 4번 반복됐는데, 처음 두번은 양자경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고, 세 번째는 이연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촬영현장에 이어 찾아간 곳은 스튜디오에서 본 마지막 세트다. 황토로 지은 오두막처럼 생긴 그곳은 여사제가 수년간 마법의 약을 만들기 위해 수집한 약재와 도구를 볼 수 있는 장소다. 어둑한 내부로 들어서자 퀴퀴한 냄새가 기다렸다는 듯이 코를 자극했다.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실제로 시중에서 약초며 말린 개구리와 뱀 등을 구했고 곰팡이를 키워서 냄새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모기들이 곳곳에서 공격하는 바람에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물린 자국을 벅벅 긁을 수밖에 없었다.

지나간 세월만큼 시리즈 안팎으로 변화의 폭이 컸다. 이 모든 변화를 고려한 제작진의 선택은 중국이다. 알려지지 않은 신비함으로 가득한 곳. 중국은 시황제를 모티브로 한 할리우드의 제안을 환영했고 영화는 현지 촬영에 성공했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이제는 장성한 아들(루크 포드)의 연애담까지 가세할 오코넬 가족의 모험이 기둥 줄거리인 것이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을 시리즈의 연장선에 놓는 중요한 구조이고, 상하이에서 ‘이모텝’이라는 이집트 테마의 클럽을 운영하는 조나단(존 한나) 역시 전편들과 새 영화를 잇는 가교다. 전편을 경험한 관객에게는 연속성을,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을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는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 정교하게 투입한 장치다.

이집트, 모로코 등을 로케이션한 전편들의 스케일도 방대하지만, 규모면에서는 두편 모두 3편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 <미이라3: 황제의 무덤>는 전량을 중국과 캐나다에서 촬영했으며, 투입된 인력만 해도 3천명에 가깝다. 최근 롭 코언은 <엠파이어>와 한 인터뷰에서 곧 “놀라 자빠질 만한 예고편”을 공개하겠다고 했고, 쉬쉬하는 제작비도 집요하게 물어보니 1억7천만 달러에서 2억 달러 사이라는 답으로 돌아왔는데, 베이징올림픽 개막에 개봉을 맞추고 13억 인구의 중국 영화시장을 겨냥한 노련한 제작진의 전략이 성공할지 궁금하다.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은 2007년 12월8일 공식적인 촬영을 종료했고 현재 후반작업 중으로 2008년 여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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