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할리우드의 새로운 돈줄로 자리잡게 된 장르는 판타지물이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확실하게 검증한 이 시장에 <나니아 연대기> <황금나침반> 등 일부 후발주자가 거대 예산의 시리즈물 모양을 비슷하게 잡고 뛰어들었다면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시리즈 욕심이 없고 이야기도 아기자기한, 소박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진 어린이판타지물이다.
자레드와 사이먼(프레디 하이모어 1인2역), 말로리(사라 볼거) 등 그레이스가의 삼 남매는 이모할머니가 살았던 오래된 시골 저택으로 이사한다. 책 읽기 좋아하는 얌전한 사이먼과 달리 자레드는 사고뭉치. 호기심도 많은 그는 낡은 집에서 <스파이더위크의 요정도감>이라는 책을 발견한다. 이 책은 그의 증조할아버지뻘인 아더 스파이더위크(데이비드 스트레이덤)가 생전에 집필한 것. 저택 주변 숲에 살고 있는 모든 요정들에 대해 (그들을 각각 죽일 수 있는 법까지) 세세히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을 발견한 사람은 절대 책을 읽지 말 것’이라는 유혹적인 문구의 경고를 거부하고 책을 읽은 자레드는 모든 요정을 파괴할 힘을 지닌 악한 요정 멀그래스(닉 놀테)에게 비밀을 들키고 만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용기있는 소년 자레드가 또 다른 요정 보거트(마틴 쇼트), 호그스퀼(세스 로건) 그리고 사이먼, 누나 말로리, 엄마와 모두 힘을 합쳐 멀그래스를 물리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때 바보 같은 어른이 등장하는 시추에이션성 코미디물로 많이 어필했던 어린이영화 시장이 주력 장르를 판타지로 옮길 수 있었던 건 기술 발전의 힘이 확실히 큰 듯싶다.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은 다른 판타지물들이 그렇듯 원작 소설의 삽화나 묘사로만 존재하는 상상의 캐릭터들을 배우가 연기하는 현실로 끌어내 자연스럽게 융화시키고 있다. 전체적으로 두루 못생겼지만 그 뒷모습을 자꾸 주시하게 될 만큼 캐릭터들마다 정감이 간다는 것이 이 영화의 기이한 매력. 어떤 추격신들은 웬만한 액션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스릴 넘쳐서 막상 영화를 보는 아이들에겐 무서운 기억을 남길 수도 있겠다.
<네버랜드를 찾아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거스트 러쉬> 등 주연급의 필모그래피가 이어지고 있는 프레디 하이모어는 가족을 위해 진심어린 용기를 내는 소년의 눈빛을 태생적으로 간직한 배우인 듯하다. 1인2역 연기의 밸런스보다도 자레드 역으로서 하이모어는 그의 다른 영화들에서만큼 믿음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