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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중국에 극장만 지으면 뭐하나

세계에서 가장 큰 아디다스 매장과 중국 유일의 애플 스토어 옆에 자리잡은 산리툰의 메가박스는 베이징에서 가장 세련된 극장이다. 최근의 극장료 가격인상에 충격을 받은 서울 관객이라면 베이징에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2>)을 저녁에 보려면 1만5천원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기겁하리라.

미국 스튜디오들이 중국 극장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불평을 해대지만 현재 베이징에서 할리우드영화 빼고 다른 영화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산리툰 메가박스의 하루 38번 상영횟수 중 <트랜스포머2>가 33번 상영되고, 나머지 5번은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스타트렉: 더 비기닝> <박물관이 살아있다2>와 중국 애니메이션 <기적의 에스터>가 돌아가며 상영된다. 베이징 어느 극장이나 중국영화는 하루 한회만 상영되는 비슷한 패턴을 보여준다.

할리우드영화가 이처럼 베이징 극장가를 지배하는 가운데, 올해 말에는 중국어권 블록버스터영화들- 진가신의 <십월위성>, 닝하오의 <노 맨즈 랜드>와 코언 형제 영화 <블러드 심플>을 리메이크한 장이모의 영화 등- 이 쏟아져 나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양상이다. 중국 내 극장 수익은 지난 2002년 이래 해마다 25%씩 성장해 2008년에는 6억3500만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전영집단공사의 회장 한산핑은 10년 뒤 중국의 극장 수익이 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다.

지난 한해 중국에서 극장 개봉된 외국영화는 모두 44편. 그중 <식객>과 <디 워>, 두편만 한국영화였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관객이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과속스캔들> <작전> <핸드폰>은 한국 돈 1천원도 안되는 가격의 해적판 DVD로 팔린다. 다행히 <거북이 달린다> <마더> <박쥐> 같은 영화는 아직 DVD로 유통되지 않고 있다.

<과속스캔들>은 올해 안에 중국에서 극장 개봉될 예정이며 일단 개봉하면 좋은 성적을 올릴 듯하다. 2007년 10월에는 <미녀는 괴로워>가 개봉해 60만장 넘게 팔리고 30억원(약 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과속스캔들>은 상하이국제영화제의 아시아 신인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2007년과 2008년에는 일곱편의 한국영화가 상하이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반면, 올해는 <영화는 영화다> <아내가 결혼했다>와 <과속스캔들> 세편뿐이었다.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는 상하이영화제는 중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국의 영화산업 내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오랫동안 베이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화계 사람들은 상하이를 영화적으로 뒤진 곳이라 여겨 상하이로 내려오기를 꺼려했다. 그러나 올해의 개막식에는 여배우 장지이, 주신과 조미 등 중국 내 영화계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할리우드는 상하이영화제를 중국 내 영화 개봉을 위한 중요한 관문으로 여긴다. 할리우드영화는 올해 280여편의 전체 상영작 중 약 10%를 차지했으며, <월·E> <이글 아이> <맘마미아!>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천사와 악마>는 중국 내 최초 상영되었다. 아시아 신인상 같은 수상 분야가 있음에도 영화제에 초대된 아시아영화는 앞에서 언급한 한국영화 세편을 포함해 일본영화 여섯편, 홍콩영화 네편, 싱가포르영화 두편과 필리핀영화 한편뿐이었다.

한국 회사들은 일급 극장을 지어 중국의 영화 관람 환경을 증진시키고 있다. 한국영화들 역시 이런 성장의 혜택을 입어야 한다. 쉬운 방법은 없지만, 할리우드처럼 중국 내 영화제들을 활용하면서 관객에게 1천원짜리 DVD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한국영화를 볼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10년 뒤 50억달러의 한몫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