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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홍, 영화로 연애합시다
김성훈 2009-10-15

한국이 기획한 중국이야기, <연애합시다>의 공동제작 사례 세미나

새로운 공동제작 시스템을 선보인 프로젝트가 있다. 한국의 김성수 감독과 정훈탁 iHQ 전 대표가 기획하고 중국의 폴리보나, 썬드림픽쳐스에서 투자하며, 홍콩의 다니엘 유 옥토버픽쳐스 프로듀서가 진행, 이공락 감독이 연출을 맡은 <연애합시다>가 바로 그것이다. 10일 오후3시 해운대 그랜드호텔. 부산국제영화제 피프아카데미 한중영화포럼에서 홍콩옥토버픽처스 김철수 프로듀서의 진행으로 ‘색다른 합작-한국이 기획한 중국인을 위한 중국이야기‘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연애합시다>의 공동제작 사례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제작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철수/ <연애합시다>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김성수/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한 건 2006년이었다. 지인이 중국의 유명작가인 리 웨이의 소설 <전 아내와 연애하기>를 번역해서 보냈는데, 읽어보니까 너무 재미있더라. 해서 바로 판권 계약을 맺고, 중국의 실력 있는 시나리오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처음 생각한 것은 신씨네의 <결혼이야기>(1992)였다. <결혼이야기>전의 한국영화와 이후의 한국영화로 나눌 정도로, 당시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영화였다. <연애합시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시나리오 4고만에 내가 원한 느낌이 나왔다. 영화의 실질적인 프로듀서인 다니엘 유를 비롯해 유동 사장님과 서소명 사장님도 흡족해하셨다.

-김철수/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됐나. =다니엘 유/ 김성수 감독과의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 공동제작, 합작 형태의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믿음과 신뢰다. 특히, 중국과의 그것은 더욱 그렇다. 알고 지내다가 김성수 감독과 함께 해보니까 굉장히 엄격하더라.

=정훈탁/ 원래는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출발하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배우들을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김성수 감독님을 바로 찾아갔다. 이런 형태로 함께 작업을 해보니까, 아직 결말은 모르겠지만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형태의 공동제작 시스템을 제시한 거니까.

-김철수/ 중국 상업영화의 상당수가 유동 폴리보나 대표이사님을 거친다.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한 이유는 뭔가. =유동/ 베이징을 배경으로 중국 젊은이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멜로 영화다. 그런데 이 내용을 중국 감독이 아닌 한국에서 기획하고, 홍콩의 이공락 감독이 연출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더라.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재미있어서다.

-김철수/ 한국이 기획해서 중국이 제작을 맡고 홍콩이 연출을 맡은 식의 독특한 시스템인데. =다니엘 유/ 처음 이런 시스템을 갖췄을 때 ‘이상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유를 하자면, 한국 아빠가 중국인 아이들을 키운다랄까. 중국과 홍콩의 공동제작의 경우, 홍콩의 한 사람(프로듀서 혹은 감독)이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스탭들을 이끌고 제작진행을 하는 식으로, 구조가 간단하다. 이번은 아무래도 세 개 국가가 참여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시스템의 선례를 남긴 만큼 앞으로 적절하게 활용할 생각이다.

=김성수/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영화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우리가 그 나라에 가서 시장진출, 공동제작 혹은 합작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손님으로 간다’는 말과 같다. 한국에서처럼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상대방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확인해서, 그것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동 제작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엎어지는 경우가 허다한 게 공동제작이다. 제약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창작자라면 그 선(제약)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활용할 줄 알아야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국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현장이 민주적’이었던 것이다. 누가 전권을 휘두르지 않고, 서로 다른 국적의 스탭들이 모여서 함께 의논하고, 진행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방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