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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베이징] 장이모의 코미디, 사기당한 것 같네

연일 미디어에서 중국영화 역대 최고의 흥행 시즌이라며 장황하게 수치를 늘어놓는 요즘, 중국영화계는 장이모 감독의 신작 <심플 누들 스토리>(A Simple Noodle Story)를 놓고 안팎이 온통 시끌시끌하다. 코언 형제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중국 내 유명 소품(단막극) 배우인 소심양을 캐스팅해 개봉 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14일 개봉해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이 영화를 보러 베이징 남쪽에 위치한 ‘동도국제극장’을 찾은 마졍, 펑쥔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영화 입소문이 굉장히 안 좋다. 그런데도 용케 영화를 보러 왔다. =펑쥔/ 인터넷이나 주위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전부 별로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장이모 감독이 오랜만에 연출한 영화이고, 무엇보다 지금 제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라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마졍/ 다들 별로라고 얘기하니까 더 보고 싶어진 것도 있다. 그리고 <영웅> 이후의 장이모 영화들은 원래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주변 얘기 듣다가는 영화 보기 힘들다.

-그래서 영화를 직접 보니 어떤가. =마졍/ 우선 스토리가 산만하다. 달랑 이야기의 틀만 만들어놓고 나머지 캐릭터의 감정, 인물관계, 영화 전체의 분위기 모두 너무 단순하다. =펑쥔/ 화면 구도도 나쁘지 않고, 영화에 나오는 붉은색 배경과 의상은 여전히 장이모 영화답게 무척 화려하다. 하지만 과장된 몸동작이나 동북 이인전(동북3성 일대에서 유행하는 만담류의 설창 문예)식 대사들을 보면 영화와 소품 연기의 결합이라기보다는 그냥 아주 긴 소품을 영화로 만든 것 같았다.

-역시 나쁘다는 말로 들린다. =마졍/ 나쁘다기보다는 예전 장이모 영화와 너무 다르다. 장이모식 코미디라고 해서 좀더 거창한 것을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고 촌스러운 코미디로 가버리니까 왠지 사기당한 것 같다. 요 몇년간 오페라나 올림픽 개폐막식 연출한 것만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장이모가 굉장히 고상하다고 생각해왔던 것 같다. =펑쥔/ 웃게 만드는 장면도 많은데,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배우들의 대사나 몸동작에 의지해 단발적으로 웃기는 거다. 개인적으로 보면 가슴에 담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굉장한 악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엄청나게 흥행하고 있다. 왜 그런 것 같나. =마졍/ 나도 그렇지만 중국 사람들이 호기심이 많다. 화제가 되는 것은 일단 보려고 한다. 그리고 코미디영화라는 것도 굉장히 큰 이유인 것 같다. 요즘 개봉하는 대작영화 중에 코미디영화는 이 한편이다. =펑쥔/ 나도 코미디영화이기 때문이라는 데 동의한다. 현재 중국에서 제일 유명한 소품 배우인 소심양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스타가 나오는 것보다 파급효과가 크다. 그리고 악평들을 봐도 ‘쓰레기’라고 말하긴 해도 영화가 전혀 웃기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어쨌든 코미디영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편하게 선택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