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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강압된 순수가 낳은 폭력 '하얀 리본'
2010-06-20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순수함이란 얼마나 선한 가치일까.

'하얀 리본'은 우리에게 순수함이 강요될 때 얼마나 폭력적인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1913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 독일의 어느 마을.

마을에 하나뿐인 의사가 낙마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다. 누군가 설치해 놓은 줄에 말이 넘어지면서다. 곧이어 방화, 실종사건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진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다. 오히려 또 다른 극악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의 불안감은 깊어만 간다.

영화는 '옛날 옛적에 어느 마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식의 회고담으로 출발한다. 무언가 석연치는 않지만, 기독교 윤리가 뿌리내린 마을은 일견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내면은 사실 불만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마을 목사는 순수함을 역설하지만 자신의 체면만을 생각한다. 인자해 보이는 의사는 친딸을 성추행하는 타락한 인간이다. 지주의 횡포에 맞서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상처로 곪아 있다.

마을은 이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의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다. 단단한 기독교 윤리의 벽은 이미 금이 갈대로 가 썩은 내가 풀풀 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순수함을 상징하는 하얀 리본을 매고 어른들에게 윤리를 교육받는 아이들이 정작 체화하는 것은 어른들의 어두운 욕망과 폭력성일 뿐이다. 아이들은 순수한 얼굴로 거짓말을 일삼고,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144분간 우직하게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름끼치는 일을 조명한다. 억압된 환경에서 폭력에 노출된 인간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갈 수 있는가를 파고드는 감독의 집중력이 놀라울 뿐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고, 흑백으로 찍은 영상도 인상적이다. 특히 흑백 화면 속에 담긴 설경은 질식할 듯한 아름다움을 준다. 빈틈없이 너무 꽉 차, 질식할 듯한 이러한 화면은 순수함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반영한 미장센(화면구도)인 듯 보인다.

작년 제62회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올해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등 각종 해외영화제를 휩쓴 영화다. 1시간30분은 다소 지루한 느낌도 주지만 마지막 1시간의 여정이 주는 폭발력은 크다.

7월1일 개봉. 등급미정.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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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